넷플릭스는 2019년 11월 CJ ENM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주식 4.99%를 매도할 권리를 넘기는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그리고 2020년 1월부터 3년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협력을 체결한다. 3년간 총 21편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규모로 연간 7편을 공급하고 약 1,000억원(금액은 소문)을 받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JTBC도 3년간 프라임타임에 편성되는 20여편의 드라마를 제작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재원규모는 대략 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CJ ENM의 연간 드라마 제작은 약 28편 수준(20년 기준 TVN 20편+OCN 8편) 으로 보인다. 제작비는 편당 평균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시 약 3,000억원 규모인데 이중 1/3정도를 넷플릭스로부터 보전받는 구조로 보인다. 안전판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대작의 경우 상당액을 보전받는다. 미스터선샤인같은 대작 드라마는 제작비 400억원 중 280억원을 넷플릭스가 지불해 회당 30억 원에 달하는 드라마의 제작이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TV광고와 콘텐츠 판매수익만으로는 10억원 이상을 버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광고재원은 3-4억원 수준이며 콘텐츠 유통은 대성공작 일부만이 국내외 5억을 넘는다.
넷플릭스가 CJ와 JTBC로부터 14편+α, 오리지널 드라마 9편, 지상파 등 드라마 6+편을 확보해 약 30편 이상의 신작 드라마와 영화를 수급하는데 쓰는 비용은 대략 30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알려져 있다(공식적으로 알려진 수치는 없고 추정에 추정이다). TV 드라마는 대략 에피소드당 제작비의 50~60%, $30~60만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만으로만 보면 글로벌 독점의 대가이기는 하지만 평균 회당 제작비 6억원중 상당액을 지불하는 적지 않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한국시장만 보면 20년 4월 기준 넷플릭스 이용자는 월간 637만명(코리안클릭 기준)이 이용하고 있고, 카드 결재액 기준 약 439억원으로 유료가입자는 최소 360만~40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연 매출로 환산하면 약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만 이미 수급/제작비 대비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얻는 수익이 한국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내부 데이터는 공개 안되는 것으로 유명해 정확한 데이터는 얻을 수 없지만 일부 통계사이트의 집계를 보면 2020년 6월 29일 기준 넷플릭스 전체 TV shows top 30에 한국 드라마가 5편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중 최상위 콘텐츠는 한국에서는 기대만큼 흥행을 하지 못한 SBS의 더 킹이다. 6월 말 현재 20개국에서 top10 TV show에 랭크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한류의 인기가 높았던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터키, 모로코 등의 아프리카와 중동국가에서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한류가 존재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볼리비아, 페루 등 남미국가와 루마니아와 같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신작 중에서는 TVN의 ‘사이코지만 괜찮아’ 또한 11개국에서 top 10 콘텐츠에 랭크되고 있다. 6월 말 기준 홍콩, 말레이시아,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배우 김수현의 인기로 인해 주요 동남아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요 드라마 콘텐츠가 아시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6월 28일자 기준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TV show top 10을 살펴보면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은 놀랍기까지 한다. 현재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1위 콘텐츠는 모두 한국 드라마다. 많은 나라의 top3를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10개중 8개가 한국 콘텐츠이고, 대만도 7개가 한국 콘텐츠다. 즉 넷플릭스 아시아시장은 한국 콘텐츠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현재 1.8억명에 달하는데 최근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은 아시아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입자 수는 2017년 1분기 470만에서 2019년 3분기 말 1,450만으로 성장했고 20년 1분기에는 가입자 수는 1,983만명까지 성장했다. 연간 증가율은 63%에 달한다. 대외 발표된 20년 1분기 수익은 4억8천3백만 달러로 약 5,800억이 넘는 수익을 얻고 있다. 60%가 넘는 연간 증가율을 고려할 경우 2020년 수익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3조원에 달하는 수익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top 10 콘텐츠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니 무리한 가정에 가정을 더해 넷플릭스가 얼마나 재미를 보고 있는지 한 번 추정해보자. Top 10 드라마의 비중을 감안했을 때 아시아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은 된다고 가정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콘텐츠 시장은 어차피 킬러 콘텐츠가 주도하니......) 넷플릭스가 아시아태평양에서 2020년 얻을 수익은 약 3조원으로 이중 절반이 한국 드라마들의 기여라고 보면 약 1조 5000억원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약 1조 50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보면 약 4-5배의 수익을 얻는다고 추정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드라마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넷플릭스로부터 받는 편당 50-100억원의 돈을 받기 위해 방송사들이 목을 메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대비 4-5배의 수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씁쓸한 현실은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서 넷플릭스로부터 더 많은 제작비를 받거나, 넷플릭스의 재원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플랫폼 사업자가 새롭게 나타나기 전까지 적자를 줄일 대안이 없는 한국 드라마 제작자와 방송사들은 넷플릭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수년 후 제휴 방송사들이 넷플릭스로부터 계약 갱신을 받지 못하면 드라마 제작 시스템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넷플릭스에의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3년 수백억원에서 천억원에 달하는 넷플릭스 재원없는 CJ ENM과 JTBC의 드라마가 상상이 가는가? 한편 2023년까지 지상파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재원없이 CJ ENM과 JTBC의 공세를 버텨낼 수는 있을까?
한편 이렇게 여전히 한국 드라마들은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있는데 정작 국내 OTT의 아시아 진출에 대한 소식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결국 우리가 진출하지 않으니 한동안 넷플릭스는 이런 데이터를 보며 더욱 한국 콘텐츠를 구매하고 혼자 재미를 볼 것이다.
결국 누가 재미를 보는가에 대한 답은(증명할수는 없지만) CJ와 JTBC는 드라마 투자재원에서 안전판을 확보하고 지상파들을 격파해나가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누가 더 재미를 보는지 따지고 들면 결국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높여가며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가장 큰 재미를 보고 있다고 보는게 타당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