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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Apr 01. 2019

재송신 왜 갈등의 핵이 되었나?

# 케이블은 처음부터 했던 재송신을 

# 스카이라이프와 위성DMB는 왜 하지 못 했나 

# 재송신은 무엇이며 

# 재송신 제도는 어떻게 태동했나 

# 미국에서 시작된 재송신제도 

#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분쟁은 끝이 없네 


재송신이라는 용어는 일반 시청자나 방송사 내에서도 직접 관계자 이외에는 용어도 낯설고 왜 이렇게까지 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재송신이 무엇이고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히스토리를 먼저 살펴보고 무엇이 쟁점이고 얼마나 치열한 전투들이 벌여졌는지 살펴보자. 


재송신이라는 용어의 정의는 “특정 방송사가 자신의 시설을 이용해 다른 국내 방송사 또는 외국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수신하여 그대로 송출하는 것”이다(김정태, 2015). 「방송법」에서는 동시재송신과 이시재송신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논하는 것은 동시재송신이다. 동시재송신은 “방송을 수신하여 방송편성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동시에 재송신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있는 그대로 받아서 송신하라는 뜻이다. 한편 재송신과 재전송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데 「방송법」에서는 재송신(retransmission)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법」에서도 제78조(재송신) 4항 2절에 “위성방송사업자: 지상파방송의 방송구역 외에서의 해당 지상파방송 동시재전송”에서 재전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어느 용어가 맞다 안 맞다 할 수 없다. 영어로는 전송과 송신 모두 ‘transmit’으로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된다. 「방송법」에서 재송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재송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재송신은 지상파방송에만 적용되는데 지상파방송은 부여받은 주파수를 통해 송출하는 첫 번째 플랫폼이다. 유료방송은 지상파방송사가 송출한 주파수를 수신해 가입자들에게 다시 송신한다는 의미에서 재송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케이블은 지상파방송 주파수를 에어 캐치(Air catch)해 사용하고, IPTV와 위성방송은 전용선을 통해 신호를 제공받아 재송신한다. 지상파방송을 제외한 PP 채널들은 자체 송출 수단이 없어 케이블 SO(System Operator) 또는 IPTV, 위성방송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송출하기 때문에 재송신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공생      



초기 지상파방송은 주파수를 이용한 송출 방식의 한계로 구조적으로 난시청과 화질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난시청 지역의 경우 지역 단위로 CA(Community Antenna)라는 큰 안테나를 설치해 전파를 중계해 주는 방식을 이용해 단점을 보완했다. 가정 단위에서는 지상파방송 수신이 어려워 거점 단위로 대형 안테나로 방송신호를 수신하고 큰 안테나에서 가정까지는 유선으로 연결해 난시청과 화질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케이블방송이 지상파방송의 신호 수신을 도와줘 시청자와 광고 커버리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케이블방송도 지상파방송은 가입자 모집에 절대적인 요소로 쌍방 모두 상호의 이익을 위해 재송신이 필요한 공생관계였다(Eisenach, 2009).

그래서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케이블방송 개국 당시 지상파방송의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해 케이블SO에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강제했었다. 이 때문에 1995년 케이블TV 개국 이후 10년 넘게 아무 갈등 없이 지상파방송의 재송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케이블이 지상파방송을 의무적으로 재송신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Eisenach, 2014). 그럼에도 지상파방송과 케이블은 상호간의 약점을 보완하며 안락한 공생을 즐겨왔다. 하지만 안락한 공생이 영원할 수 없다. 

케이블은 초기 플랫폼인 SO(System Operator)와 채널인 PP(program provider), 망 사업자인 NO(Network Operator)가 3분할된 구조로 출발했다. 하지만 초반 과도기를 거치며 NO는 SO가 겸하게 되고 SO와 PP가 결합하는 구조로 바뀐다. 또 단일 권역 SO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M&A를 통해 수십 개의 권역을 소유하는 MSO(Multi System Operator)로 발전한다. PP도 동일한 이유로 MPP로 몸집을 키운다. MSO는 다시 MPP를 소유해 수직계열화하면서 MSO와 MPP가 결합한 MSP(Multiple CATV System Operator & Program Provider) 모델로 성장한다.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케이블      


미국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MSP 산하의 케이블 PP채널들이 성장하면서 지상파 채널을 위협하게 된다. MSO는 자사 MPP 채널을 지원하면서 지상파 채널을 역차별하는 이슈가 발생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케이블SO가 지역 지상파 채널을 송출해 주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지상파 채널을 유선으로 중계하기 위해 생겨난 케이블과 지상파방송사의 관계가 지상파 절대 우위에서 경쟁관계로 전환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케이블 우위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되자 FCC가 나서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간 협상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1992년 「커뮤니케이션법」에 재송신 동의(retransmission consent) 제도를 도입한다. 이를 계기로 재송신 제도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Eisenach, 2014). 

재송신 동의 제도는 지상파방송 사업자는 매 3년마다 의무재송신(Must-carry) 또는 재송신 동의(retransmission consent)를 선택한다. 케이블방송은 의무재송신을 선택한 지상파방송은 1/3 한도 내에서 의무적으로 재송신하고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 반면 재송신 동의를 선택한 방송사는 협상을 통해 대가를 정한다. PSB(Public service broadcast)와 같은 비영리 공익방송은 의무재송신을 선택하고 ABC, CBS, NBC, FOX와 같은 상업방송은 재송신 동의를 선택해 재송신 협상을 한다. 초기 재송신 계약은 현금 계약이 아닌 광고시간 할당, 지상파방송사 네트워크 인기 PP 채널 송출, 공동 프로모션 등의 현물보상(in-kind compensation) 형태로 이루어졌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기선을 잡은 지상파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위성방송, IPTV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한다. 새로운 플랫폼들은 시장 진입 과정에서 인기 있는 지상파방송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 지급 방식으로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한다. 플랫폼이 경쟁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송신 계약은 현금 대가 지급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전까지 현금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던 케이블 입장에서는 내지 않았던 현금 대가를 내야 되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 된다. 또 대가의 기준도 시장 진입을 위해 지상파방송사의 재송신 동의가 절박한 신규 사업자들이 지불한 높은 금액으로 정해진다. 내지 않던 돈을, 그것도 남이 정한 높은 수준으로 지불해야 하는 케이블은 지상파방송사들과 큰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조금 달리 채널 경쟁이 아닌 뉴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에 의해 재송신 제도의 변화가 촉발된다.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채널을 위협할 만큼 유의미하게 성장하지 못한 가운데 복수의 뉴미디어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지상파방송 채널의 수급 여부에 플랫폼의 생존이 달리게 된다. 지상파방송 채널을 수급해야 하는 위성방송이나 IPTV와 같은 신규 플랫폼들은 재송신료와 함께 콘텐츠 펀드와 같은 진입 비용까지 지불한다. 당연히 무료 재송신은 끝나게 된다. 미국과 동일하게 무료로 재송신해 오던 케이블SO들은 10년 넘게 내지 않던 비용을 후발 플랫폼들이 지불한 높은 기준으로 내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직면한다. 당연히 케이블과 지상파방송은 격렬한 대가 분쟁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방송사 입장에서는 재송신료가 추가 수익이 아닌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광고수익의 감소를 상쇄하는 수익원이 된다. 미국의 경우 2015년까지 재송신료 규모가 7조2100억 달러로 방송사 수익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한다. 그리고 2021년까지 10조 달러를 넘어 방송사 수익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SNL Kagan, 2015). 광고수익 다음의 2대 수익원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6년 지상파 3사의 재송신 수익이 2300억 원으로 지상파방송사 매출의 5.7%다. 아직 미국에 비해 비중은 낮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51%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방송통신위원회, 2017). 지상파방송사로서는 사활을 걸어야할 만큼 중요한 재원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2002년부터 시작된 재송신 분쟁은 2018년 현재까지도  치열한 법적 분쟁, 사건사고, 「방송법」 개정과 각종 규제들을 파생시키며 방송사에 길이 남을 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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