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싸우고 살기 위한 10가지 지혜
남녀라는 생물학적 차이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참 어려운데, 남편과 나는 서로 태어나 자란 환경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부부이다. 일단 남편은 일본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국적도 다르고, 매일 먹고 자라온 음식도, 문화도, 그리고 함께했던 친구들과 커뮤니티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말이다. 어째 우리는 지금까지 부부싸움(?)다운 싸움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찰떡궁합 커플이라 그럴까? 아니면, 곰 같은 남편과 곰 같은 아내라서 그럴까?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사이가 좋냐고 자주 질문을 받는데, 사실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 다른 부부가 어떤지 모르기도 하고, 우리가 특별한 부부도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려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지혜 같은 건 있는 것 같아서, 공유해 볼까 한다.
결혼하면서, 나는 어떤 부부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부부는 우리 부모님이었다. 나는 일본으로 건너오기 전 열아홉 살까지 부모님 곁에서 살았다. 문득, 어렸을 적,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을 때가 떠오르는데, 네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살면서 같은 가마솥에 밥을 해 먹는.. 그런 아주 평범하고 소소한 기억들이었다. 반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슬픈 기억도 있는데, 나와 동생이 잠든 후에 부부싸움을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였다. 어린 나는 자는 척하고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불안함에 잠을 설쳐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가정을 꾸린다면, 앞으로 늘어날 커다란 가족을 위해서도, 부부 사이가 좋아야겠구나, 그게 아이의 정서에도 가장 좋은 일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혼인신고서를 내고 남편과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사귀던 때는 차마 꺼내 보지 못했던 나의 가족관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과 많이 나누게 되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고, 사이좋은 부부 생활을 보내기 위한 10가지 지혜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안 싸우고 살기 위한 10가지 지혜
결혼생활의 시작은,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게 행복 그 자체였다. 주말에 같이 장을 보러 가는 일도, 밀린 집안일을 함께 하는 시간도, 늦잠 자고 일어난 아침에 남편이 만든 아침밥상이 준비되어 있던 주말도. 처음에는 어떤 커플도 어떤 부부도 그럴 것이다. 파트너가 나를 위해서 해 준 그 어떤 것도,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지 않은가? 내가 밥상 차리면, 설거지를 하는 건 당연히 남편. 혹은, 오늘 저녁은 내가 차렸으니까, 내일 저녁은 네가 차리는 게 당연하다 라던지.
우리는 그런 게, 싸움의 근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를 위해서 파트너가 해 준 것, 만들어 준 시간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그 사랑에 ‘고마워'라고 소리를 내 표현하는 것, 아주 작은 표현 중 하나이지만, 우리 부부는 일상적으로 ‘고마워'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 요즘 ‘고마워'라는 말을 별로 안 한 것 같다고 느낄 때면, 더 오버해서 표현한다. ‘고마워, 요즘 너무너무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나 너무 행복해.' 물론 같이 살다 보면 가끔 화가 날 일도 있겠지만, 이렇게 내게 고마워하는 파트너를, 미워할 수 있을까?
남편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네 번의 연애를 했다. 첫 번째 연애와 두 번째 연애는, 헤어질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안 맞는 사이였다고. 그러나, 네 번째 연애하면서 남자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 이효리 언니가 연애를 하다 깨달았다던,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한다. 타인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다. 기대하고 내가 원하는 데로 사람을 바꾸려고 하니까, 피곤해지는 것이다. 내 이상대로 맞는 완벽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고, 결혼 한 파트너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바꾸는 게 훨씬 더 편하고 쉽다.
예를 들면, 이런 것. 평소에는 나보다 깔끔 떠는 남편이지만, 지금까지 이해가 안 되는 것 중 하나. 집에 돌아오면 양말을 벗어서, 꼭 방바닥에 그대로 둔다. 몇 번을 지적했지만, 안 고쳐진다. 그래, 그걸 고치려고 하면 내가 힘겹고 싸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말한다. “남편아, 또 허물 벗었어?” 뭐, 생각나면 정리하겠지. 아니면, 내가 정리하거나. 아마, 쉽지 않을 습관 중 하나겠지만, 한두 번 해 보다 보면 적응된다. 그리고, 싸울 일도 굉장히 적어질 것이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는 습관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완벽함을 바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깨끗한 집, 항상 예쁜 꽃이 장식되어 있고, 머리카락 하나 없는 방바닥, 매일 저녁 밥상에는 세 가지 이상의 반찬과 국. 내가 그 일을 하는 게 즐거우면 문제가 안 되지만, 특히 바쁜 부부는 이렇게 생활의 이상과 규칙을 정하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 이상이 깨졌을 때, 너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하고 다투게 되기 때문이다. 가정은 서로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하는 장소와 시간, 관계에 대해 완벽함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매일 같이 목욕을 한다. 어느 한쪽이 출장이나 여행을 갔을 때 이외에는, 정말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함께 욕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함께 목욕하는 것 자체가 추천하는 습관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매일 30분 부부간에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욕실에서는 텔레비전을 볼 수도 없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만질 수도 없다. 욕실이라는 공간에는 나와 남편 둘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목욕을 하는 시간은, 둘만의 대화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번 주말에는 뭘 하고 보낼까 라던지. 정말 소소하고 일상적인 대화이지만, 이런 대화를 매일 갖는다는 건, 바쁜 맞벌이 부부 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 남자 친구는 애정 표현이 담백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남편은 만날 때부터 애정 표현이 풍부했다. 결혼하면서, 연애할 때처럼 로맨틱한 스킨십은 솔직히 줄었다. 그 대신 우리는 일상적인 스킨십을 소중히 하고 있다. 남편이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남편 왔어? ♡♡♡” 라며 제대로 오버액션을 하며 맞이한다. 아침에 배웅할 때는, 일상적이지만 인사와 같은 키스도 잊지 않는다. 매일 밤, 짙은 농도의 스킨십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하루 종일 지친 서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따뜻한 포옹을 잊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
스킨십을 습관화하는 것은, 우리의 부부 생활에 있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한 지붕 아래에서 오래 살다 보면, 사랑하는 방법은 조금씩 변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남편한테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혹은 오늘 아내한테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같은 이불 아래에 있으면, 마음도 포근해지기 마련이다. 습관과 같지만, 그런 스킨십에 감사할 때가 참 많다.
이건 내가 제안해 시작하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바쁜 달이면 주중에 같이 밥을 맞춰 먹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만은 함께 집에서 밥을 먹고자 한다. 새로운 한 주를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서도, 일요일 저녁은 근사한 밥상을 차려 함께 먹는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있다. 사람은 밥을 같이 먹으면 친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부부가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의식적으로라도 맛있는 밥을 함께 먹는 이 시간이, 한 집 아래에서 한 가마솥에 밥을 해 먹고사는 ‘우리'라는 유대감을 형성시켜 주는 것 같다.
우리는 결혼하면서 집안일을 분담했다. 집안일도 꽤나 큰 노동이기 때문이다. 맞벌이로 일한다면 처음부터 정확하게 분담을 정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서로가 잘하는 집안일을 담당식으로 분담했다. 나는 요리와 빨래 담당, 남편은 청소와 정리정돈을 포함한 우리 집 위생 담당이다. 자신의 담당 이외의 집안일에 대해서, 우리는 일절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남편이 청소를 했는데, 바닥이 더럽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한번 더 청소기를 돌리면 되고, 내가 갠 빨래가 구깃구깃하다고 느껴진다면 남편이 다시 자기 빨래를 개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맞벌이로 일하며 살다 보면, 일이 참 바쁜 시기가 생긴다. 그럴 땐, 덜 바쁜 사람이 가끔 파트너의 집안일을 돕는다. 그건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물론, ‘고마워'라는 감사의 표현도 잊지 않도록 하고 있다.
부부는 공통된 취미를 가지면 좋다.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무리하지 않아도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같은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꼭 같은 목적을 가지고 취미생활을 함께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부부는 여행이 취미인데,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보내는 여행지에서, 사실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여정을 즐기기도 한다. 남편은 넉넉한 일정으로 숙소에서 늦잠을 자는 걸 좋아하고, 관광보다는 모험을 좋아한다. 나는 타이트하게 일정을 정해서 알차게 여행하는 걸 좋아하고,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사진이다. 같이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여행의 목적을 존중하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맞춰갔다. 이제는 잠자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푹 쉴 수 있는 여유 있는 일정을 짠다. 그리고, 남편은 사진에 관심이 없지만, 사진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나를 위해, 우리는 사진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장소에 함께 간다. 전혀 다른 목적과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면서, 공통된 취미를 즐기고 있다. 물론 가끔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시간 만은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거의 없다.
남편과 아내 둘만의 시간은, 처음에는 신선하고 즐겁지만, 솔직히 어느 순간 질릴 때가 온다. 가끔은 새로움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화된 부부 생활은 편안함을 주지만, 신선함은 제공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통 커뮤니티는 중요하다. 우리는 결혼 전부터 공통 커뮤니티가 있었기에 지금도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만약 없다면, 내 친구의 가족, 혹은 남편 친구의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보자. 둘이서 보내는 시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둘이서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내 남편, 내 아내의 매력을 깨닫게 해 주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안 싸우고 살기 위한 지혜 마지막,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우리라도, 가끔은 상대방에게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 아까 말했듯이, 양말을 여기저기 벗은 데로 둔다든지, 비데를 쓴 후 화장실 변기를 안 닦는다든지.. 그런데,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음, 나는 어떤가? 하고. 귀차니즘이 폭발할 때는, 저녁 식사를 만드는 게 귀찮아서 배달을 시켜 먹자고 조르고, 세탁기를 돌린 후 건조기에 빨래를 방치한다던지.. 나도 완벽하지 않다.
서로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는, 불처럼 뿜어대지 않고, 장난으로 승화시킨다. ‘남편, 엉덩이에 구멍이 뚫렸나 봐' 라던지, ‘아내, 이번 주도 팬티 위기가 왔어요. (일주일 빨래 방치하면 이렇게 됨)’ 라던지..
서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우리이기 때문에,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불만은 욱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걸 답답하게 마음속에 담아만 두고 있으면 그것도 병이 나니까, 표현은 하되,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 작지만 도움이 되는 지혜인 것 같다.
부부는 가족이지만, 사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다.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지금 이 사회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인 것 같다. 어떤 부부도 결혼이 시작될 때는, 백년해로를 약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사이가 되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어버릴 때도 많아진다. 그럴 때마다 떠올려보자, 우리가 서로의 사랑을 약속했던 날을. 평생을 함께하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고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오늘도 고마워,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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