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차이일 뿐.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떨 거 같아요?”
“별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아요. 옆에 있는 사람이랑 지금 가는 이 길을 평생 걷자고 다짐하는 거잖아요.”
“아, 좋네요.”
“근데 왜요? 우리 결혼해요?”
“아, 더 좋네요.”
만난 지 1년이 채 넘었을 그날 밤, 우리는 담담하게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 결혼에 대한 큰 기대나 포부 없이 그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 속에서 천천히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 결혼이 그렇게 큰일이에요?
결혼할 남자와 나이 차이가 11살 난다는 사실 빼고는,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나의 결혼은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알아서 잘 컸으니, 결혼도 알아서 잘 결정했을 거라며 축하와 격려를 아낌없이 주셨고, 우리의 행보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예상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내 인생에 있어 큰 영향력이
없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었다.
“뭐? 결혼? 미쳤어?”
“잘 생각해. 두 번 생각해. 아직 시간은 많아!”
“이제 청춘 다 갔네~”
당혹스러웠다. 결혼 소식을 전할 때 축하 말고 다른 반응은 염두에 둔 적이 없기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어버버- 하는 사이 질문 폭격이 쏟아졌다.
“그때 만나고 있다던 그 사람이야?”
“뭐 하는 사람인데?”
“프로포즈는 받았어?”
결혼할 남자에 대한 호구조사가 시작됐고, 이 정도야 정신만 바짝 차리면 받아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를 당혹스럽다 못해 멘붕에 빠지게 한 질문이 있었다. 게다가 이 질문을 한 명에게 한 번 들은 게 아니라 여러 명에게 여러 번 들었다는 사실이 나를 계속해서 멘붕에 빠지게 했다.
“혹시 임신한 건 아니지? 요즘 비혼이 대세라던데, 너는 왜 가려고 해?”
털썩... 저 질문은, 임신하지 않는 이상 결혼을 결심하는 일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의미가 내포된 질문이 아닌가? 게다가 대세를 따르려면 결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상이 저변에 깔린 저 질문은 한창 결혼 준비 중인 나를 비주류 인간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것만 같았다.
결혼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사람
비혼이 대세인 요즘, 결혼하는 나는 혹시 구시대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으로 비쳐지는 걸까?
10년 전만 해도 결혼이 주류 문화고, 결혼하지 않는다는 건 비주류 문화이며 ‘비혼’이라는 단어조차도 없었다는데. 지금은 ‘비혼’이 주류인 시대이니 난 비주류 영역의 사람이 된 걸까? 나, 설마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인가?’ 결혼과 비혼이 대세와 비대세,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는 질문을 여러 번 받고 나니 위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해 괴로웠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에 대한 개념을 고민하다니, 아이러니했다. 사회적/통념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평가하는 낱말과 문장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나는 결혼의 개념과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나와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다. 내가 어디에 속하든 그저 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결국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결혼할 남자 덕분에 행복하고, 이런 고민 탓에 내 평범한 일상이 무너질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고, 무엇 보다도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난 결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비혼을 택한다. 그뿐이다. 우리는 그저 결혼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으로 나뉠 뿐, 그 어떤 선택이 좋거나 나쁜 선택이 아님을 깨닫고는 내 결혼 준비는 다시금 평화로워졌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나의 결혼에 대해 평가와 구분을 내리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된다. 만약 당신도 결혼 준비를 앞두고 있다면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도 괜찮겠다. 다만 남들의 평가와 구분, 입김에 의해 나의 정체성과 결혼관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혜롭게 사고하고,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