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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14. 2018

‘우리 언제 결혼해?’ 회피하는 남자의 진짜 속마음

그녀는 묻지만, 그는 답이 없다.

“우리 언제 결혼해?”

이 얘기가 자주 나오는 커플. 무언가 지지부진한 낌새가 보인다. 영화에 나올법한 깜짝 프러포즈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우리 사이가 결혼 이야기가 나오지 못할 사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단지 나는 느꼈고, 저 사람도 느꼈는데 모른 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나오는 말이니까. 차라리 대답이라도 한다면 속이라도 안 탈 것이다. 


연애 7년 차 P군과의 인터뷰



에디터 조단(이하 ‘조') : 결혼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 어째 분위기가 뜨뜻미지근하다.

P군(이하 ‘P’) : 고민이 많다. 쉽지 않다.

조: 사람이 문제인가, 아님 결혼이 문제인가?

P: 결혼이 문제다. 사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결혼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힘들지만, 번듯한 직장도 있겠다, 여자친구도 일하고, 무엇이 문제인가?

P: 사실 나는 그 친구와의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결혼이란 사실 어떤 물질적인 것이 충족되면 하는 거라고 다들 말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까 선뜻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다. 내가 내 삶만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확~ 부담으로 다가오니까 결정을 못 내리는 것 같다. 

: 아이도 좋아하고 결혼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이라서, 이런 얘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P: 요즘 일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그러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일하지 않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주말에 데이트를 거절하고 여자친구를 못 만나는 것과 와이프 있는 집에 못 들어가는 것은 주변에서 보는 시선들이 다르다. 그렇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아직 이 상태가 편한 걸지도 모르겠다.

: 다들 왜 결혼을 하면 무언가를 꼭 포기해야 하는 상황들을 가정하는 걸까?

P: 그래도 우리 세대는 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솔직한 편이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부부들은 많다. 서로를 최대한 배려해주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젊은 세대들의 결혼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곱지만은 않다.


에디터는 항상 그랬다. 결혼은 집안끼리 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결혼하는 당사자 부부라고. 하지만 진짜 그 당사자가 되면 그것 또한 쉽지 않은 모양이다. 무엇이 이 사람들의 결혼을 어렵게 할까. 이것저것 많은 걸 따져봐도 명확한 대답을 못 내리는 것이 결혼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그 부부의 대답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야 하는 것" 혹은 “그렇게 보여야 하는 것"이 그들의 대답과 다를 때, 웬만한 용기가 아니라면 감내하기 쉽지 않다. 그 벽을 부수기보다는 문득 서버리는 사람들에게 겁쟁이라고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P: 이런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 건 내 마음도 좋지가 않다. 마냥 행복하고 마냥 좋아서 ‘결혼하고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로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부담들이 마음에 있다. 딱히 ‘일 때문이다.”, “사람 때문이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냥 그 친구(여자 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래 결혼하자’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그럼 천천히 이야기를 돌려보자. 분석하는 것은 내 전문이니까. 만약 억지로 결혼을 했다고 했을 때! 물론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 후회되는 그림이 있을 것 같기 때문에 부담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런 류의 그림은 무엇인가?

P: 음.. 생각을 해보니 별것 아니다. 정말 사소한 거… 지금 여자친구는 내가 혼자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잘 놔둬주는 편이다. 혼자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도 그렇고, 어느 날은 집에 짱 박혀서 프라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할 때도 알겠다고 했었다. 여자친구일 때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나쁜 남친이네, 이기적이네, 좋게만 말했지 속으로 눈 흘기는 게 다 보였다. 그런데 이런 게 결혼한 상황이라고 생각해봐라. 나는 그게 결혼에서 포기할 요소들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친구일 때는 욕하지 않던 사람들도 ‘와이프’로 명칭이 바뀌면 욕하겠지.

: 욕하겠지..? 아직 안 들은 욕을 너무 걱정하는 구만. 

P: 하긴 막연한 걱정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친구도 사람인데 옆에서 난리 부르스를 추고, 내 욕을 하는 사람이 혹시나 가족이 되면 내가 미워지지 않을까? 

: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장모님을 상상하는 건가? 영화 “하녀”에 나오는 막 마귀할멈 같은 장모??

P: 아니지! (웃음) 너무 좋은 분이시다. 아버님은 아직 나를 경계하시긴 하지만.

: 그건 세상의 모든 딸의 아빠가 그렇겠지.

P: 그렇지. 그냥 전부 저런 류의 걱정인 거다. 모르겠다. 사실 저렇게 욕먹는 거 내 멘탈에 크게 영향도 없고, 상관도 없는데 저런 수많은 에피소드가 내 입을 누른다.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하고, 나도 답답하고.


사실 에디터는 편집장에게 호언장담했었다. 아마 비화를 풀면 막장 이야기들이 쏟아질 거라고. 자극적인 글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오다가다 남자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사실 더 가벼운 것들이었다.



'결혼할 마음이 없다. 어디에 구속되는 것이 싫다.' 라던가 '지금 여자친구 인성이 안 좋다. 아직 만나면 좋아서 사귀고 있지만.. 결혼 상대로는 좀…' 이라던가. 심지어 '한 여자와 30년간 섹스를 하기엔 아직 너무 아쉽다.'라는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도 좋다. 재미있다. 사실 여자들은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듣는 이야기를 해주는 거니까. 그런데 그걸로 끝이다. 저 문장들에서 더 이야기해볼, 혹은 더 생각해볼 여지는 없다. 결혼할 마음이 없는 친구는 그냥 결혼하기가 싫은 거고, 여자친구 인성이 안 좋다던 친구는 저렇게 잡혀 살다 결혼으로 끌려들어 갔다. 저 발정 난 친구는 알아서 자유연애를 즐기는 중이고. 하지만 이 P군과의 인터뷰는 조금 생각 밖이었다. 어렸을 때는 퍽이나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필자만큼이나 사람들 보는 시선들 신경 쓰지 않으려 오기도 부리는 사람이었다. 무엇이 그를 ‘네이트 판'에서 욕먹는 ‘결혼 회피하는 남자'로 만들었을까.


인터뷰는 더 진행하지 않았다. 물어보는 나도, 대답하는 P군도 이미 ‘좋은' 대답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맥주집을 가득 채웠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할지 말지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아닐까? 


이 인터뷰를 위해 리서치하던 중 한 여성의 필자로 보이는 <결혼 회피하는 남자 이유 찾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항목별로 요목 조목 따져놓았고, 몇몇 요소 중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라는 항목의 대처법은 '그 남자와의 결혼을 재고해보아라!'였다. 이렇게 명쾌하고 가볍게 쓸 수 있는 글을 나는 왜 저 친구를 만나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단 말인가. 


물론 쉽지 않다. ‘나랑 너’가 하는 결혼에서 명백히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일.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그 누구도 결혼을 하는 주체인 ‘너랑 나'가 될 수 없다는 주의지만 심지어 나를 낳아주신 어머님일지라도 그 당사자가 되면 눈에 밟히는 게 ‘나랑 너’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이 불편했다. 나는 사회학자도 아니고 깊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철학자도 아니기에 사회 탓이다! 라던가 결혼제도의 문제다!라고 외칠 수는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문득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볼만한 ‘결혼 회피하는 남자’ 아니 단지 남자일 순 없고, ‘결혼 회피하는 사람들'은 안쓰러운 존재들이구나… 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신랑 신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하는 사실에. (인터뷰하고 오는 날의 달은 청승맞은 초승달이었다.) 무슨 사연이든.. 어떠한 상황이든… 이겨내고(?) 버진로드를 걸어간, 그리고 걸어갈 사람들에게 “멋지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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