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만큼 돌려줘라. '기브 앤 테이크' 확실히 하기
"얘들아, 청첩장 나왔어. 시간 맞춰서 얼굴 보자."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축하해! 이제 우리 모두 유부월드로 입성이네~."
친구 A가 5년간의 연애를 청산하고 결혼 준비에 돌입했다. 필자를 포함해 4명의 친구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제 이 친구를 포함하면 결혼의 성수기라는 10월에만 총 세 커플이 결혼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결혼식, 아니 축가부터 웨딩촬영과 가방 순이 및 부케에 이르기까지 결혼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매 순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다. 그렇게 함께 해오는 동안 우정은 더욱 단단히 매듭지어진 듯하다.
그들이 결혼식장에서 저마다 고른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걸어갈 때 감회는 더욱 새롭겠지. 축하와 가슴 뭉클한 감정을 만끽하기 전 한 가지 개념이 생각났다. 이는 당사자가 돼 결혼식을 준비하고 치러보기 전만 하더라도 몰랐던 가치다.
바로 결혼 준비를 할 땐 주변 사람들과 ‘기브 앤 테이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입에 직접 담기엔 머쓱하지만 마음속엔 애매하게 남고 마는 ‘기브 앤 테이크'란 무엇일까.
웨딩 스튜디오 웨딩 촬영, 나 할 때 되니 못 온다고?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냈던 우리 모임. 이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하게 된 친구 A가 있었다. 요즘 다들 결혼을 늦추는 추세인 데 비해 그는 빨랐다. 소개팅남과 사귀기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결혼을 결정,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모든 걸 순식간에 해결하며 결혼에 골인했다.
A는 주말에 웨딩 사진 촬영을 했다. 토요일 오후 10시부터 6시까지. 그녀는 긴장된다며 우리에게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했다.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를 하며 촬영용 드레스를 인터넷으로 뒤져가며 골랐고, '웨딩촬영하는 날 간식을 사서 돌리는 게 좋다', '가면 열심히 신부에게 리액션을 해주는 게 그날의 임무'라는 글을 읽고 난 뒤 마음의 준비를 하며 열심히 준비했다. 결과는 대성공! 평생 예쁘게 남은 추억이 됐다.
2년이 지난 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평소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어색한 표정을 지어가며 촬영하는 스튜디오 사진은 생략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들 하는 건 다 하자는 마음으로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2시간짜리 인물 중심의 ‘세미’ 코스로 말이다. 주말에 촬영하면 많은 신부와 일정이 겹쳐 대단히 혼잡하다는 주변 말에 따라 금요일 오전에 촬영하기로 결정한 뒤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필자 : "얘들아 나 금요일에 촬영하기로 했어."
친구A :"어머 정말? 예쁘겠다. 근데 이를 어쩌지? 나 그날 출근이라 못 가."
친구B : "알다시피 난 지방에 있어서..."
대단한 반응을 바란 건 아니다. 평일이고, 연차까지 써가며 와달라며 부탁할 순 없는 법이니 말이다. 다만 말이라도 '못 갈 것 같아 미안해~'라는 소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담담한 척했지만 서운했다.
여기서 더 서러웠던 건 '이게 뭐라고'라는 마음 때문에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촬영은 잘 끝냈다. 동시에 플래너님께 여쭤보니 평일에 당사자들만 와서 촬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란다. 이것 외에도 감정 소모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추슬렀지만 섭섭한 건 사실이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못 가서 미안해', ‘연차라도 써서 가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네',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잊어가곤 있지만,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서운하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이는 누군가에겐 마음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내 결혼식이 당신에게 필수가 아니듯, 당신의 결혼식에 내 참석이 필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관계를 소중히 여긴 만큼 참석했다는 뜻이 된다. 상부상조는 꼭 챙겨야 한다.
나는 다 말해줬는데, 왜 네가 가진 정보는 말하지 않는 거야?
결혼 준비에 한창이던 당시 발품을 팔아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샵 등 예산에 맞춰서 꼼꼼히 정리했다. 마음에 드는 곳엔 직접 연락해 비용 견적서를 받았다. 그들도 나와 같은 시간에 일하니 낮에 업무와 문의 전화가 몰릴 땐 정신이 없었기에 더욱 신경 써서 정보를 모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던 친구 B와 동병상련의 처지로 수다를 떨며 고충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어울릴 드레스, 메이크업 느낌도 공유하고 결혼 준비 중 부딪치는 남자 친구와의 소소한 갈등을 말하는 것 모두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A스튜디오, B드레스샵, C 메이크업숍까지 선택하고 알아본 건 그녀가 알지만 나는 그녀가 어딜 선택했는지, 내가 궁금해하고 그녀가 알아본 스튜디오의 견적은 얼마인지 모른다.
내가 묻지 않아서 그런 걸까? 혹시 내 얘기만 한 건 아닐까?
메시지 창을 뒤져봤다. 그녀의 답변은 늘 '모르겠어', '결정을 아직 못 했어', '알아봐도 정보가 안 나와' 다.
사실 그렇다. 내가 원하는 컨셉이라고 해서 그녀도 꼭 마음에 드는 건 아닐 거다. 동시에 그녀도 내가 알려준 곳이 흡족하지 않을 순 있겠다. 그럼에도 평소에 정보를 구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걸 서로 알고 있고, 나도 그녀도 같은 처지라면 한 번은 마음을 열어 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행동 이전에도 늘 내게 쇼핑몰 정보, 대학 수강 정보 등 묻던 그녀는 내게 자신의 정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보를 공유한다는 건 서로가 믿고 연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인상을 더 심어줄 순 없었던 걸까.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사는 이야기로 넘어왔다. 부동산, 직장, 가족...더 많은 이야기는 혀끝에 맴돌고 끝내 말을 아끼게 된다. 감정의 벽이 생겨난 기분이다.
내 우정의 크기는 10만 원이야, 너는...3만 원?
결혼식에 가기 하루 전쯤엔 같은 모임에 있는 친구들끼리 얼마를 축의 할 것인지 의논하는 시기가 온다. 이때는 축의금 및 비용으로 내는 게 여의치 않으면 각자 돈을 모아 선물을 하나 크게 해주자는 말도 오간다. 이 얘길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같은 모임에서 모든 우정의 크기는 ‘같다'는 걸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 C의 결혼식이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으니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킨 셈이다. 10년 알고 지냈으면 적어도 최소 10만 원이지. 조부모 상에도 갔었고 분기에 한 번은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사이다.
모두 10만 원으로 동의해 그 친구에게 10만 원씩 쾌척했다. 접수대에서 축의금을 내면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친구에게 개인적으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따로 건넸다. 정확히 1년 뒤 내 결혼식에 그녀와 남편이 함께 참석했다. 그녀는 가족석 바로 뒤 '신부친구석'에 앉아 신부 친구 촬영을 하기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가방을 맡아준 친구로부터 축의금을 전달받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친구 이름, 남편 이름이 가지런히 적혀 있는 봉투 안엔 3만 원이 들어있었다.
초대받지 못한 결혼식이어도 건너 들으면 5만 원을 하는 게 요즘 세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 상식이 잘못된 걸까, 머리가 멍해졌다. 우정의 크기가 그 돈으로 인해 한낱 ‘돈’으로만 정의해야 하는 꼴이 돼버렸다. 반쪽짜리 축하가 된 거다.
받은 만큼 똑같이 돌려주는 게 '기본'이라는 어른들의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감정이 상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는데 어디에 풀 수도 없다. 쪼잔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의연한 척하지만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부터, 혹시 상황이 많이 어려운 건 아닐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다만 그 가정은 잘못됐다. 주변인 모두 같은 금액을 받았다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친구 사이에 너무 빡빡하다고 반문하는 당신에게
평생 한 번 겪는 좋은 날에 이런 것 가지고 얼굴 붉힐 일 있나,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주변의 조언도 물론 들었다.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결혼이라는 건 누구 말마따나 평생에 있어 단 한 번 겪어야 하는 신성한 날이 아닌가. 그런 시기에 '비대칭'이 맞을까? 게다가 이는 돈으로 사람 사이가 틀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기대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돌려받지 못해 생기는 '실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새겨야 한다. 결혼할 땐 모두가 평등해야 하고, (물론 넘칠수록 좋지만) 동등하게 축하받았으니 그만큼 상대방에게도 기꺼이 기쁨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기우는 것 가지고 친구가 뭐라 하겠는가. 중요한 건 '같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평등하다는 건 또한 사회의 기본 이치이기도하다.
마음의 크기를 반쪽짜리로 만들지 않기를. 그러다 인생이 동강 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