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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04. 2018

말(馬)로 통했고, 말(言)이 통했다

제주 사려니목장에서의 웨딩 촬영

인스타그램에서 웨딩 사진을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웨딩 사진을 발견했다. 푸르른 들판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말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말이다(바로 아래의 사진). 요즘 강아지와 웨딩 촬영하는 경우는 봤어도, 말과 찍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인상깊었다. ‘저 커플은 어떻게 목장에서 웨딩 촬영을 했을까?’ ‘저 말들은 누구 말이지?’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찍었지?’ 등 궁금증이 마구 생겨났다. 누워서도 생각나던 한 장의 사진.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말로 통했고, 말이 통했다'는 이 커플, 어떻게 목장에서 웨딩 촬영을 했을까?



말로 시작된 인연

두분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제 신혼 생활 5개월차에 접어든 신혼부부입니다. 저는 현재 제주도에서 사려니 힐링펜션을 운영하고 있고, 남편은 사려니 목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말찌’라고 말 관련 악세사리와 소품을 판매하는 작은 사업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목장에서 웨딩 촬영한 특별한 이유

저희 부부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거의 사랑하는 수준이죠(웃음). 그래서 당연히 웨딩 촬영은 말과 함께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주도의 바다나 오름같이 유명하고 멋진 장소에서 찍을 수도 있었지만, 남편이 운영하는 사려니 목장에서 직접 키운 말과 찍는 게 저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았거든요.



말과 깊은 인연이 있어보여요.

사실 저희 부부는 ‘말’ 때문에 만났고, ‘말’ 때문에 결혼도 했어요(웃음). 말 기자였던 제가 제주도에  경주마 경매 취재를 가게되면서 남편을 만났거든요. 당시 저는 안양에서 일했고, 남편은 제주도에 있어서 1달 동안 카톡으로만 연락을 했었어요. 서로 말을 좋아하다보니 말 관련된 이야기만 했었는데, 남편은 그게 신기했나봐요. 이렇게 말에 대해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남편이 저를 보러 안양까지 왔고, 그렇게 두 번째 만남부터 사귀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랑 덜컥 만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남편이 진심으로 말을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단순히 말 타는 것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말이 저 푸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 뜯어먹는 모습이 제일 좋다, 말이 자유롭게 있는 것 자체가 좋다고 했던 이야기가 제 생각과 동일했어요. 이 점이 서로 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馬)로 통했고, 말(言)이 통했다‘ 라는 문구를 만들어서 청첩장에도 넣었어요.



순조로웠던 목장 웨딩 촬영?


촬영 중 생겼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말들이 있는 방목지에 건초더미가 있어요. 사진작가님이 그 위에 저희 부부가 올라가서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셔서 건초더미 위로 올라가려는데 못올라가겠더라구요. 제가 입은 드레스가 만세가 안되서(웃음). 그래서 남편이 저를 끌어올려줬는데 물에서 미역 건지는 모습처럼 보여서 한참 웃었어요. 그 과정이 사진에도 찍혔네요.



그리고 저희가 메인으로 찍어려던 아이들 외에 한라마와 제주마와도 함께 촬영했었는데, 다행이도 촬영에 적극적이었어요. 사진작가님께도 잘 다가가고 분위기가 즐거워서 촬영 결과도 더욱 좋았죠.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촬영해줘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말들과의 촬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원래 저희의 생각은 ‘물망초’라는 흰 말과 남편이 좋아하는 ‘캔디’라는 갈색 말, 두 마리를 메인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이 동물이다 보니까 생각대로 되지 않았어요. 물망초는 말 중에 정말 순한 편인데 정작 웨딩 촬영 날에는 예민하게 행동하더라구요. 물망초를 타고 찍고 싶었는데 타지 못할 뿐더러 촬영하면서도 가만히 있질 못해서 끌고 있던 줄도 끊어지고 저도 예민해졌었어요. 예쁜 사진을 찍고 싶었던 제 욕심이 커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작가님이 잘 찍어주셔서 물망초와 캔디랑 찍은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물망초
물망초


야외 웨딩 촬영은 자연스럽게


웨딩 촬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사진 작가님(김종호스냅)이었어요.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말과 함께 찍은 부부의 웨딩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작가님이 직접 촬영하신 사진이었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았고, 말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구요. 작가님이 말을 무서워하면 안되니까 다행이었어요. 실제로 촬영 하시면서 말을 정말 예뻐해주셔서 감사했죠.



저는 웨딩 촬영 때 자연스러움을 강조했어요. 메이크업도, 드레스나 악세사리도.사실 평소에 메이크업을 잘 안하는 편이에요. 선크림, 눈썹, 입술 메이크업이 전부에요. 그래서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을 때 최대한 연하게 부탁했었어요. 너무 다른 사람이 될까봐(웃음). 촬영 첫째 날은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았고, 둘째 날은 평소 제 메이크업으로 촬영했는데 오히려 둘째 날에 찍었던 사진이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또 저는 웨딩드레스, 조화부케, 악세사리 등을 직접 구매했는데요. 목장에서 촬영하는거라 드레스가 더러워질까봐 대여는 안하고, 구매해서 편하게 촬영했어요. 실제로 말이 드레스를 밟아서 밑단이 찢어지고, 흙이 묻어 물들기도 했구요. 목장에서 촬영하다 보니 실제 제가 신는 장화를 원피스에 신었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야외 웨딩 촬영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야외 촬영은 자주 돌아다니고 활동하는 범위가 크기 때문에 심플한 드레스가 좋아요. 간단한 화이트 원피스를 추천해요. 그리고 야외에서는 메이크업을 보통 진하게 하는데, 제 생각에는 본연의 얼굴 그대로 촬영하는게 더욱 자연스럽고 예쁜 것 같아요.



‘웨딩 촬영만큼 특별했던 야외 결혼식’


탁 트인 공간에서의 야외 결혼식 

제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펜션에서 야외결혼식을 올렸어요. 야외결혼식도 특별한데, 제가 살고 있는 장소에서 결혼식을 했다는 점이 더욱 의미있었어요. 사실 결혼식 전날까지 비오면 어쩌나 흐리면 어쩌나 매일 걱정했었어요. ‘마음 편하게 실내에서 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들었었죠. 하지만 저만을 위해 꾸며졌던 결혼식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전주 사람이라 제주도를 왔다갔다 하면서 시댁식구들,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또 직접 결혼식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어서 다 같이 몇 달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어요. 다행히 결혼식 당일에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었죠. 오히려 너무 뜨거워서 하객분들이 고생하고, 저도 드레스라인으로 살이 다 탈 정도였으니깐요(웃음).


지금도 가끔 결혼식이 열렸던 마당을 보면 그렇게 화려했던 장소가 여기였나 싶을 정도로 신기해요. 항상 결혼식 날을 추억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됐어요.



취향이나 성향이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을 촬영, 결혼이었을 것 같은데 평소 두분은 어떤가요?

일년 정도 만나고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도 서로 성격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남편과 대화를 하면 거의 저 혼자 얘기했었는데, 말과 관한 주제면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과묵하고 조용한 줄 알았던 남편이 점차 장난끼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요. 알고보니 장난치는 걸 좋아하더라구요(웃음). 저희 서로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무엇보다 말을 좋아하는 마음이 통해서 만났기에 그거 하나로 저희는 지금도 말에 관해서 항상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특별한 결혼을 꿈꾸는 분들에게

특별한 결혼보다는 본인이 꿈꿔왔던 결혼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꿈꿔왔던 결혼이 곧 특별한 결혼이니까요. 나중에 서로 추억하더라도 꿈같은 추억이 될거에요.


사진출처 : @horse_zz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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