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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07. 2018

난 네 와이프가 싫다

청첩장을 받는 자리에서 일어난 소심한 뒷담화

대체로 결혼한다고 찾아오는 지인들은 언제나 보기 좋았다. 힘들다, 힘들다 하는 요즘 결혼을 하기로 맘먹은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멋지고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이 결혼을 현실이고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다고 노래를 해도 말이다. 


맨 처음에 언급한 ‘대체로’라는 단어는 이 대목에서는 씁쓸해지는 단어이다. 에디터가 아무리 ‘결혼은 현실이다’란 명제를 싫어한다고 해도 뻔히 보이는, 그리고 보여주는 그 모습을 축복해줄 수는 없더라. 오랜만에 친구들과 동창회 모임 자리가 있었다. 그 모임의 메인이벤트는 한 커플의 결혼 발표였다. 청첩장을 주기 위해 잘 나오지 않던 모임에 나오는 게 뭐가 섭섭하랴. 결혼 전에 자기 배우자 될 사람을 보여주는 자리에 분위기를 맞춰주는 게 우리 몫인걸. 



“반갑다! 친구야!”를 외치려는 순간! 그는 인사받을 새도 없이 자기 와이프의 가방과 코트를 정리해주고 자신의 코트까지 정리했다. 그렇게 우리 모임과 그 커플의 잘못된 만남이 시작되었다. 아니 뭐 그럴 수 있다. 와이프 될 사람의 코트를 정리해 주는 게 뭐가 문제랴. 사실 이렇게 사람들 소개받고 인사하러 다니는 자리가 이만저만 힘든 일 아닐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숫기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사람들이 우글우글 한 모임에 와서 인사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겠지 하고 말이다.


“죄송해요. 저희가 사람이 좀 많죠?”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까불던 친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자제하고 조심스러운 질문만. 왜? 그녀의 표정은 거의 ‘한 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따금 질문에 웃어줄 뿐.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다이어트하고 있을 예비 신부에게 우리가 첫 만남 장소를 밥집으로 잡아서 힘든가..?’ 아니면 ‘둘이 오다 싸웠나?’ 그것도 아니면 ‘원래 숫기 없으시겠지’ 하고.

그렇게 가끔의 적막과 오래 만난 사람들의 사골 에피소드들이 건너 다니다 첫 모임의 1차가 끝났다. 술을 엄청 좋아하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맥주를 간단히 하고 갈 사람들은 들어가는 것이 우리 룰이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우리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갈게! 미안해.” 하면서 청첩장을 나눠주었다. 그가 청첩장을 나눠주는 중에도 그녀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까 그 표정으로. 2차 맥주집에서 이유 모를 적막이 가득했다. 성격 더러운 친구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야 뭐 알아서 잘하겠지. 냅두고 술이나 먹자!”

그 맥주집에서 그 커플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나는 ‘결혼 준비 중 신랑 친구들에게 잘 보이는 방법’, ‘ 신부 친구들에게 멋있는 신랑이 되는 방법.’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없다. 저기에서 말하는 잘 보이는 방법도 결국 근본적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가. 그 커플이 보여준 행동에 대한 불쾌감 속에 ‘내 친구에게 우리처럼 차갑게 대하지 않을까?’라는 불안함이 쌓이는 것이지 더도 덜도 없다. 에디터는 같이 집에 들어가던 유부남 친구와 가벼운 인터뷰를 시도했다.


에디터 조단(이후 조): 오늘 분위기가 되게 별로네.

집 같이 가는 친구(이후 집): 그러게나 말이다. 

: 니 주변에서 결혼하러 온 사람 때문에 갑분싸 된 적 있냐? 나는 처음이라.

집: 이거 또 인터뷰 딸라고... 소문 다 났어. 갑자기 뛰쳐나가서 인터뷰하고 온다고.

조: 알면 솔직하게 좀 이야기해봐. 아니.. 나는 연애할 때 맘에 안 드는 친구를 데려온 건 봤지만, 결혼하려고 데려온 사람이 가고 난 자리가 그 사람 얘기로 가득 찬 거는 처음이어서.

집: 나는 직장생활을 해서, 이런 자리가 종종 있었는데, 뭐 많지는 않지. 모르겠다. 왜 그런 건지. 결혼 준비가 힘들 수도 있고. 아님 이런 자리를 워낙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가 억지로 끌고 왔나 싶고. 그런데 저럴 거면 안 오는 게 낫지 않나? 청첩장 주고 돈 받으러 온 것처럼 보여.

조: 그러게… 제수씨 표정이 계속 안 좋아서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

집: 사실 몇몇 친구는 결혼식에 안 간대. 기분 상해서. 만약 오늘 자리가 없었다면 갔을 친구들인데. 그런데 이게 진짜... 이런 인사들도 자가기 잘 보이면 **한테 좋은 게 아니라 자기한테 좋은 건데... 내 와이프에게 아주 감사하지.

조: 니 와이프는 너무 잘하지. 사실 나는 아직도 제수씨가 아까움. 너 같은 놈에게..

집: 이게 우리에게 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에게 대하는 것도 다 보인단 말이지. 나는 내 결혼생활을 우리 엄마 아빠가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인데, 그래도 결국은 같이 살아야 한단 말이야 결혼하면. 연애할 땐 다르지. 사실 결혼 약속하기 전에 나는 여자친구 부모님과 만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했어. 괜히 부담스럽고, 오버하는 것 같고. 그런데 결혼을 하면 내 애기가 그분들에겐 손주가 되는 거고, 더 이상 나와 와이프 둘만의 연애가 아닌 거지. 그런 게 관계인 거고. 완전 남남인 남자 여자 둘이 만나서 결혼이란 걸 해서 그런 게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 가족인데.

조: 맞아. 사실 외국도 우리나라처럼 자주 만나지 않을 뿐이지, 다 서로 가족으로 생각하고 챙기고 하는 건 똑같더라. 어디서 이상한 아예 남남으로 산다는 식으로 글이 올라오길래 웃어넘긴 적이 있지.

집: 맞아. 나는 장인어른 장모님께 적어도 좋은 사위이고 싶거든. 당신들 딸이랑 같이 사는 사람이니까 “대단한 건 못 드려도 걱정은 안 시켜야지.” 뭐 이런 마음이지. 딴 거 없어. 그런데 그 제수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 “관계”라고 하는 걸 별로 중요하지 않아 하는 거지. 똑같아 애가 생겨도. 우리는 어릴 때, 자식과 부부 단위로 보지만, 그 안에서도 엄마와 자식, 아빠와 자식 간의 관계가 또 생겨나지. 결혼이란 걸 하면 관계라는 게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더라고.

조: 관계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나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분명 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단 말이야. 어떤 사이가 되었건.



평소에 말조심하지 않고 지껄이던 두 친구가 서로 말을 조심하며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날 결혼식이 다가왔다. 당연히 신랑은 멀끔하게 못 보던 모습으로 멋있었고, 신부는 가장 아름다웠다. 결혼식에서 깜짝 이벤트로 진행된 연예인의 축하 인사에 너무 이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몇몇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느 결혼식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이 글을 처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사이다처럼 시원한 뒷담화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가 이야기한 것과 다르게 ‘누군가를 좋아해서 다른 누군가를 싫어하는 모순에 빠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방명록에 썼던 글귀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행복해라 친구야.”




혼자 준비하지 말아요. 같이해요!

즐거운 결혼 준비, 웨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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