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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11. 2018

돈 잔치인 결혼 준비, '슈즈'까지 사야 할까?

'마놀로 블라닉' 산 그 여자의 핑계

“신부님, 좋은 구두 신으셨네요. 좀 보여주세요. 예쁜 구두니까 사진 많이 찍어 드릴게요.”


모두가 정신없고 혼돈인 결혼식 당일, 필자와 한참 촬영을 하던 사진작가가 말했다. 놀란 한편 기뻤다. 특히 남자라면 알아보기 힘든 구두일 텐데 어찌 아셨냐 하니 이 일을 하다 보면 모를 수가 없단다. 그는 슈즈만 부각되는 포즈로 기어이 사진을 촬영해줬다. 그렇게 인생 제2막이 시작되는 날 함께 해준 웨딩슈즈도 당당히 사진 한 켠에 남았다. 



웨딩슈즈를 산다고? 그것도 1백만 원짜리를?


결혼식 날짜를 잡은 뒤 으레 예비 신랑신부는 ‘퀘스트'라 불리는 여러 요소를 당일까지 하나하나 해결한다. 함께 살 집, 결혼식장, 예물, 예단 등 큰 것부터 살림살이 소품, 청첩장 등 사소한 것까지 매번 챙겨야 한다. 주말마다 어떤 것을 해결하면 또 그다음 문제를 해결해가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사이 처음 결혼식 준비를 시작한 늦봄이 지나 여름이 성큼성큼 왔다. 바야흐로 결혼식을 5달 정도 앞둔 때였다. 당시 남자 친구에게 필자는 ‘웨딩슈즈’를 사겠노라 선언했다. 함께 살 집을 보러 가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기다리던 카페에서였다.


“웨딩슈즈? 그게 뭔데?”

“결혼식 할 때 신는 구두지. 웨딩드레스는 예쁜 거 입었는데 그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고무신 같은 건 신고 싶지 않아.”

“일반 구두도 샵에서 빌려줄 수도 있다 했잖아, 꼭 사야 해?”

“이유를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왠지 갖고 싶어.”

“그러면 그냥 사면되지 왜 나한테 이 얘길 하는 거야?”

“그건…”


우리의 대화는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그렇게 주말이 흘렀다. 필자는 ‘아가'들이 잔뜩 모여 있는 슈즈 매장으로 남자 친구를 인도했다. 

“디자인이 화려하고 예쁘네. 그나저나 가격이... 헉.”

그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 진열된 구두들은 호가 1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양복에 구두를 신고 출근해야 하는 그는 지금껏 30만 원이 넘는 구두는 사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뜬 눈으로 필자와 구두를 차례로 쳐다봤다.

“이래서 말을 못 했어. 어차피 사 달라고 할 건 아니지만,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아직은 결혼 전, 공동으로 재산을 관리하는 사이는 아니니 떳떳하게 내 돈을 주고 구매한다고 했다. 그렇게 짙은 네이비색의 앞코가 스와로브스키 스톤으로 수놓아진 슈즈의 주인이 됐다. 이후 필자의 ‘아가'는 스튜디오 웨딩 촬영, 결혼식 당일 딱 두 번 세상에 나왔다. 그때마다 박스와 포장지 안에 그대로 쌓여서 고이고이 공수됐다. 지금도 신발장 중앙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값비싼 ‘아가'를 사야 했던 이유 혹은 핑계


사실 웨딩슈즈 로망은 약 10년 전부터 있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으로부터 하얀 신발장에서 반지 대신 앞코가 반짝거리는 구두로 프러포즈받는 장면을 보고 나서다. 블루 색상의 새틴 소재, 이마저도 화려한데 앞코를 스와로브스키로 치장하다니. 여심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고도 남을 만했다. 실제로 이 구두는 브랜드의 대표 디자인으로 자리 잡아, 몇몇 여성들에게 결혼식 때 꼭 신지 않으면 안 될 슈즈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적으론 ‘사지 않고는 못 배길' 마음을 갖게 했다). 이 구두는 많은 여성 연예인의 결혼식에도 꾸준히 노출됐다. 블루 색상 외에도 그들의 개성과 취향이 반영된 슈즈들은 뭇 여성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외에 사고 싶던 이유가 있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철학을 담은 자못 진지한 변명이다. 

우리는 서양인처럼 드레스를 구매하는 일이 잘 없다. 웨딩드레스뿐만 아니다. 베일 및 티아라, 머리 액세서리, 하다못해 귀걸이까지 모든 걸 드레스 샵에서 빌려서 착용한다. 그리고 식이 끝나면 고스란히 반환해야 한다. 결혼식 날은 인생서 가장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하해주는 자리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없이 중요하고 특별한 순간 아닐까. 모든 게 새롭고 설렘이 가득한 날은 좋은 기운이 가득할 거다. 그 운을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을 어떤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게 웨딩슈즈였다. 웨딩드레스를 살 순 없어도, 슈즈는 구매하면 오래도록 곁에 있을 테니까. 선물처럼 말이다. 


결혼 준비를 ‘돈'으로만 생각하지 않기를

200만 원에 육박하는 구두를 구매했다는 건 남자 친구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이에게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특히 결혼 준비하느라 재정 상황도 급격히 나빠질 텐데, 그런 구두 살 생각을 했냐는 주변의 핀잔이 불 보듯 뻔히 그려졌다.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 구두는 1원 한 푼 지원받지 않고 오롯이 선물한 것이었다. ‘선물'에 누군가의 핀잔 어린 소리를 곁들이고 싶은 이는 없을 거다.


이에 한창 결혼 준비 중인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이 돈이면 뭘 할 수 있을 텐데, 이 돈이면 어떻게 할 텐데- 하는 현실의 상황에만 너무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결혼을 지극히 현실로만 따지게 되다가 지칠 수 있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그러다 질렀다. 그 생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10만 원, 100만 원 덜 쓰겠다고 결혼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을 거다.


결혼 준비할 땐 이제껏 써왔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 결혼은 나와 상대방이 마음을 합해 평생 함께함을 약속하는 것이다. 낭만적인 일이다. 그러니 이 시간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웨딩슈즈를 꼭 사라는 게 아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 즐거웠던 ‘우리 사이'를 잊지 않으며 조금은 낭만적이어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무엇이 진짜이고, 어떤 것을 취해야 하고 반대로 덜어도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 




혼자 준비하지 말아요. 같이해요!

즐거운 결혼 준비를 위한 한 걸음, 웨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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