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배려 시리즈 #1] 1년간 한 번도 안 싸운 어느 부부 이야기
이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건 알고 지내는 A언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3년 차 친구에서 연인이 된 그 커플은 딱 1년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얼마 전 결혼 1주년이었던 언니는 필자를 포함한 모임에서 결혼 준비 시기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라고 했다. 거기 있던 모든 이가 크게 놀랐다.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다툼이 없었다고? 정말?
우리는 그녀의 말에 왜 놀랐는지 안다. 결혼 준비과정에선 크고 작은 갈등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 위해 최소 20년은 달랐던 가치관을 조율해야 하는 행위를 거쳐야만 한다. 거기에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신혼여행 준비에 이르기까지, 안 그래도 모든 게 새로운데 시행착오까지 용납되지 않는 결정을 반복해야 한다. 회사 생활을 하는 예비부부라면, 큰 프로젝트를 2개 떠맡는 것과 같아 예민할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데, 예산까지 빠듯할 경우 갈등은 2배로 커진다.
그 부부는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너무 많이 봐왔다 했다. A언니의 친구는 실제로 결혼 준비하는 동안 하루에 한 번 무조건 싸웠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한 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결혼 준비를 하기 직전 ‘데이트 통장'을 개설했다. 결혼 이후 수입지출 관리는 언니가 맡는다는 전제하에, 언니 이름으로. 물론 이들은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까지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통장 개설 취지, 서로의 재정 상황, 심지어 양가 부모의 노후 계획까지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오랜 대화의 산물은 그렇게 통장에 입금됐다.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