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거나 황당하거나 아찔했던 결혼식 해프닝
매년 20만 이상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다.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세 번까지도 많은 사람이 결혼식에 참석해 신랑, 신부를 축복한다. 이렇게 매년 결혼식을 다녀보면 심심치 않게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애매한 노래 실력을 갖춘 신랑 친구가 축가 도중 삑사리를 낸다던가, 사회자의 실없는 농담에 갑분싸가 된다던가, 신부가 참던 눈물을 쏟으며 대성통곡을 한다던가 등.
현직 웨딩플래너들과 미팅을 끝내고, 잠깐의 수다 타임을 가지면서 결혼식 해프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식을 준비해주는 플래너들은 그동안 참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었으리라. 혼자 듣기 아쉬워 글로 정리했다.
설레는 결혼식 당일이었다. 메이크업 샵에서 신부님 드레스 피팅을 마친 후, 신랑님 예복 피팅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헬퍼 이모님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신랑 예복이 없어요!’ 예복이 없다니? 알고 보니 나에게 줄 선물은 챙기셨으면서 정작 본인 예복을 두고 오셨던 거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정말 당황했었지만, 플래너까지 당황하면 신랑, 신부님이 불안해하시기 때문에 최대한 당황한 기색 없이 빠르게 예복샵에 전화해 대여 가능한지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신랑님은 웨딩홀에서 늦지 않게 예복을 입고 식을 올리셨다. 본인 예식을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 플래너인 나를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긴 했지만, 또 겪고 싶진 않다. - 플래너 K
야외 웨딩을 진행하던 중 원판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하객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웨딩홀 측에서 미리 우천시를 대비, 준비해 둔 우산이 있었다. 일단 급하게 우산을 쓰고 친구들과 원판 사진을 촬영했는데, 뜻밖에 특별한 사진이 탄생했다. 알록달록했던 우산이 소품이 되어 행복하고 낭만적인 순간으로 연출해주었던 것. 어바웃 타임의 웨딩 장면이 떠올랐다. 사진을 받은 신부님이 너무 좋아하셨다고. - 플래너 P
인생의 큰 이벤트인 결혼식을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신부님들이 있다. 지금 이야기의 주인공이 그랬다. 본식 전날부터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아 초죽음이었던 신부님. 식당일 새벽부터 시작된 메이크업과 타이트한 드레스, 긴장이라는 3중고로 결국 원판 사진을 찍다가 쓰러지셨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지만, 플래너나 헬퍼 이모님들은 종종 겪는 일이다. 주변 하객에게 물이나 주스, 초콜렛을 받아 당을 섭취하는 것으로 긴급 조치를 취했었다. 다음 식이 예정되어 있어 신부님은 오래 쉬시지는 못하고, 잠깐 안정을 취한 뒤 다시 식을 감행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기 위한 관리는 좋지만, 금식은 절대 금물이다. 체력과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 플래너 U
고급스러운 리무진이 메이크업 샵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신랑, 신부님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웨딩카였기에 ‘돈 좀 쓰셨구나’ 생각했다. 리무진의 앞과 안에서 신나게 스냅 촬영을 하신 후, 웨딩홀로 떠났다. 10분 후, 갑자기 신부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이거 저희 웨딩카 아니래요!’ 1급 호텔로 가는 방향이 의아하여 확인해보니 원래 예약자와 신부님 이름이 같아 착오가 있었던 것. 이런 해프닝 덕분에 메이크업 아웃씬이 고퀄리티 사진이 되었다고 한다. 고급 리무진의 위력. - 플래너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