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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12. 2018

우리 궁합의 정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

사주와 궁합, 그에 따른 심리게임

오랜만에 이태원 나들이를 나간 나는 뜻밖의 흥미거리를 발견했다. 저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줄 서 있던 곳. 다름 아닌 사주풀이 집이었다. 그중에서도 추운 날 서로의 손을 부여잡은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사주, 궁합, 타로, 점 등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농사만큼 점괘를 보는 일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일이다. 어떠한 과학적 논리도 미래를 설명해주지 못하니 신앙적 혹은 주술적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었으리라. 특히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놓고, 결혼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족 모두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궁금해한다. 오늘 그 심리를 조금 관찰해보려 한다.



쇠렌 오뷔에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삶은 앞을 향해 나아가지만, 삶의 이해는 뒤로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미래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통계 자료가 있지만, 제한적인 가능성만을 제시할 뿐이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예측한 학자들이 전 세계에 몇이나 되던가. 데이터는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이를 읽고 해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한다. 우리는 이렇게 미래나 결과에 대한 필연성(그럴 수밖에 없었다.)을 설명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es)이라고 한다.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

사후 설명 편향, 사후 판단 편향, 뒷북 편향이라고도 하며, 영어에선 knew-it-all-along effect(그럴 줄 알았어 효과)라고도 하는데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마치 스스로가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심리 상황'을 의미한다. 이미 결과가 드러난 상태에서 사건의 전개 과정을 거꾸로 더듬어 꿰어 맞추고는 처음부터 그렇게 사건이 진행될 줄 알았다는 식이다. 상반된 결과에 대해 각각의 당연한 분석을 사후에 들이댈 때 흔히 나타난다.” (출처 - https://wsj.postype.com/post/2437)


사후 확신 편향이 나타나는 이유를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는 스스로를 자각한 ‘나’와 외부에서 보는 ‘나’, 이 두 개념이 일치할 때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타인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가 일치할 때, 본인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성향 덕분에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나 현상을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기상청을 예로 들어보자. 해가 쨍쨍할 거라던 기상청 예보와 달리 비가 왔을 때, 우리는 ‘어쩐지. 허리가 아프더라니. 이럴 줄 알았어.’ ‘그래. 날씨가 흐리더라니’ 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점괘를 보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점괘를 통해 '그럴 줄 알았어'라는 확신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한 웨딩 커뮤니티에 결혼 전 궁합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저는 결혼 전에 궁합을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말 해주면 좋지만 안 좋은 말은 그냥 이유 없이 기분만 나빠지잖아요. 

‘남자가 사업할 운이네’ - 결국 회사 힘들 때 때려치우고 사업할 생각하지 않나?
‘조만간 다칠 수가 들어와’ - 언젠가 한 번은 다치겠지...
'너희는 천생연분이야' - 그전에 궁합 봤던 남자 친구랑도 이 얘기를 들었었는데... 지금은 다른 남자랑 결혼하는데? 

어휴… 맞지도 않는 점괘 왜 보는 건지 진짜 이해가 안 돼요.



어이없을 수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늘어놓으니. 하지만 글쓴이가 놓친 부분이 있다. 저 흔하디 흔한 점괘를 듣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본인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나’를 점쟁이가 정확히 알아맞혔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계속 그 이야기가 귀에 맴돌 것이다.  


한 인류학자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 과거 석기시대 맹수로부터 공격받을 위험이 있던 때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시대가 발전하더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 전 궁합을 보는 커플의 심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함께하는 앞 날에 대한 불안감을 궁합을 통해 해소하고 싶고,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 점괘를 통해 위로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사주와 궁합을 전적으로 맹신해서도 안되지만, 사주와 궁합을 보는 행위 자체를 힐난할 수도 없다. 혹여 누가 저 글쓴이처럼 ‘왜 궁합을 믿어? 그거 다 개소리야!’라고 한다면, 이제 이렇게 이야기하라. ‘사후 확신 편향이라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심리 때문이야. 그니까 궁합 보는 거 뭐라고 하지 마!’





즐거운 결혼 준비를 위한 한 걸음, 웨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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