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불속으로 당신을 안내해 줄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결혼 후 처음 혹은 결혼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추억을 남기기 위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 사진은 분명 수많은 인파 속에서 연인을 찾는 ‘월리를 찾아라’가 될 것이다. 이불 밖은 위험한 크리스마스, 집에서도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추천해보려 한다.
넷플릭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처럼 넷플릭스를 자주 이용하진 않는다. 외국에서 넷플릭스는 이미 TV와 라디오, 심지어 스크린의 힘을 넘어섰다. 주변을 찾아보면 아직 넷플릭스의 마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게 만약 당신이라면, 오늘 넷플릭스의 세계로 인도하겠다. 당신은 넷플릭스와 함께 즐길 주전부리와 식사대용 식품만 준비하면 된다. 꼭 2인분으로.
줄여서 ‘하오카'라고 부른다. (이하 <하오카>라고 부르겠다.) 어디 가서 괜히 ‘일본 드라마야?’라고 묻지는 말자. 넷플릭스에서 독점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로, 넷플릭스를 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공한 드라마이다. <하오카>는 기본적으로 정치물이다. 한국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정치물은 그리 익숙한 장르는 아니지만 <하오카>를 본다면 당신의 생각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제목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는 말 그대로 카드로 쌓은 집처럼 위태롭고 비현실적인 계획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 하원을 ‘House’라 부르고, ‘Cards’가 도박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면 권모술수가 판치는, 그래서 엉성하고 불안정한 미국 하원을 표현하는 펀치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특성상 시청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인지 연애 떡밥이나 질질 끄는 *맥거핀 같은 요소가 없다. 바쁜 와중에 데이트를 하러 가는 쓸데없는 러브 라인이 없다는 말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살아있는 그대로 더러운 정치판의 음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미국에서 비슷하게 정치판을 다룬 드라마 <더 웨스트 윙(The West Wing)>이라는 고전이 있다. <하오카>는 <더 웨스트 윙>의 스릴러 버전으로 비교되지만, 두 드라마의 지향점과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더 웨스트 윙>이 정치인의 이상과 꿈을 다룬다면, <하오카>는 정치판의 더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 (전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케빈 스페이시(시즌 1~5 주인공)에게 한 말에 의하면 실제 워싱턴 정치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몰입하여 볼 수 있는 <하오카>가 에디터의 취향이다. 한 번도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현실을 본 적은 없으니까. 그게 여의도 정치판이라면 더더욱.
<하오카>는 현재 시즌 6까지 진행되었다.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가 스캔들에 휩싸였던 까닭에 시즌 6을 마지막으로 완결이 났다.
*맥거핀 -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퇴장하는 일종의 속임수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해 “중요한 법안”에 대해 나쁜 놈과 착한 놈이 싸우지만, 정작 그 법안이 무엇인지 드라마 상에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맥거핀이라고 모두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떡밥과 낚시로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몇몇 작품에는 맥거핀이 남발되곤 한다.
<기묘한 이야기>는 미국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SF 미스터리 호러 드라마다. 우리나라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8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미국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사실 한국인에게는 그 정서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기묘한 이야기>는 SF, 미스터리, 호러라는 3가지 장르를 모두 소화하는 기묘한 드라마다. 대단한 몰입감을 자랑하는데, 그 힘은 스토리와 연기력에서 나온다. 장르가 9개이거나 주연이 동네 개여도 상관없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맥락은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의 소설 ‘그것(It)’과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를 따라가고 있다.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ET’와 ‘구니스(The Goonies)’ 등의 영화와 다른 공포 장르물을 오마주 했다. 그러다 보니 의상이나 음악, 차량 및 소품에 80년대 미국의 대중문화가 많이 담겨있다. 당시에 유행했던 여러 호러 영화의 포스터 같은 이스터에그가 자주 등장한다.
개성있는 캐릭터, 스릴 있는 전개, 깔끔한 마무리와 복선 회수 등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중년의 주부 역으로 나온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와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스토리 전개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것 같은 유려함도 보인다.
<기묘한 이야기>는 현재 시즌 2까지 나왔다. 넷플릭스의 장점은 한 시즌이 통째로 나온다는 점인데, 즉 당신은 2개의 시즌 정도는 앉은자리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 - 미국의 작가로 장르 문학 거장들의 계보를 이으면서 순수 문학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또한 그의 소설은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부 이상 팔렸을 정도로 역사상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소설뿐인가.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도 셀 수 없이 많으며, 소설의 단순한 모티브도 영화에 다수 등장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거의 스티븐 킹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이다. 그만큼 80년대 미국의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트렌드 마스터이자 클래식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의 원작을 이 사람이 썼다.
이번에 소개할 드라마는 위 두 드라마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를 쓴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의 소설이 원작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어디 가서 자랑하고 추천하기에는 딱이다.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는 2011년에 미국에서 한번 제작되었었다. 넷플릭스에서 2017년에 릴리즈 된 것이 두 번째 버전으로, 원작자 더글러스 애덤스가 고인이 된 후에 재창작되었다. 어찌 보면 스핀오프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쾌한 수사물이며, 원작의 SF 요소가 가미되었다.
드라마를 처음 볼 때, 당신은 약간의 ‘병맛’과 ‘생경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 ‘더크 젠틀리’의 말도 안 되는 탐정놀이와 그 조수가 되어버린 ‘토드’를 보고 있노라면 처음에 느꼈던 생경함은 금방 잊고 빠져들 것이다.
여기서 토드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역이었던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가 연기한다. 프로도의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와 푸른색 눈의 미소년은 기대하지 마라. 수염을 기르고 여기저기서 줘 터지고 다니니까. 초능력자도 아닌 이상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을 만나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줍게 되는 많은 떡밥들과 놀라움은 이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첫 화는 낯설지만 마지막 화가 되면 아쉬워지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넷플릭스는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를 이렇게 설명한다.
‘평범하게 살던, 토드 브로츠먼은 어느 날 갑자기 살인과 납치, 개와 고양이, 괴짜 탐정 더크 젠틀리가 연루된 기이한 범죄 수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이 문장에서 무엇을 더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개와 고양이’ 부분에서 웃음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또 당신은 마치 약에 찌든 것 같은 행색을 하고 있는 ‘바트’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를 결제해라. 후회는커녕 기대 이상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