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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28. 2018

너와 나의 결혼식, 그때 그 노래

순간과 공간을 채우는 음악에 대하여

영국 록그룹 ‘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질주가 무섭다. 85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에 영화관에서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화관도 있을 정도였다. 재즈와 뮤지컬이 혼합해 눈과 귀가 즐거웠던 ‘라라랜드’는 또 어땠나. 좀 더 이전엔 ‘원스', ‘비긴어게인’ 등이 존재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결혼식에서도 음악은 꽤 중요한 요소다. 버진로드를 걷는 신부가 입장할 때에도, 식 중간 신랑 신부에게 선사하는 축가부터, 부부가 된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흐르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물론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식장 당일엔 공간에 흐르는 음악이 기억이 날 리 만무하지만(심지어 축가조차!)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들과 DVD엔 고스란히 기록돼 허니문을 가 있는 동안 확인하며 그날의 감동을 음악과 함께 추억하게 된다.


필자가 주인공이던 1년 전 그날부터, 당장 지난주에 치러진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꼬박 1년 간 ‘프로하객러’가 되어 인상 깊었던 축가 및 음악을 꼽아봤다.


Elvis costello - She (노팅힐 OST)


#1. 신부가 입장할 땐 ’She’가 빠지지 않더라

‘쉬~’. 어디서 나왔는진 몰라도 하객으로 참석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곡이다. 이후 이 곡이 영화 ‘노팅힐’의 OST 중 Elvis costello의 'she'라는 걸 알았다. 주로 호텔, 대형 컨벤션홀에서 결혼하는 친구들이 어두운 식장에서 핀 조명을 받으며 입장할 때 특히 많이 선택했던 듯싶다. 가사 제목부터 ‘그녀’이기에, 신부가 연단 앞에 서있는 신랑을 만나러 버진로드를 걸을 때 애용되는 노래 같다. 녹음곡으로도 사용되고, 기본적인 피아노 3중주로도, 혹은 재즈밴드가 연주했을 때에도 듣기가 좋았다. 


라디 - I'm in love


이적 - 다행이다


#2. 신부 친구라면 ‘I’m in love’, 신랑 친구라면 ‘다행이다’

스윗소로우, 성시경의 감미로움도 이제는 시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이었다. 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두 가수의 음악을 축가로 정말 많이 들었다. 요즘은 그보단 덜 했다. 다만 이적의 ‘다행이다’는 부동의 축가 1위인 것 같다. 축가를 2곡 정도 부른다면 꼭 한 번은 들었던 곡이 이적의 노래다. 여성 친구들은 솔로일 때 라디와 나르샤가 함께 부른 i’m in love를 선택했다. 가끔 신랑이 친구들 사이에서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신부에게 노래를 불러줄 때도 있었다. 혹은 혼자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이적’의 노래를 선택했다. 가사가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일까. 결혼식에 다녀와서 그 날 축가의 제목이 무엇인지 결혼 당사자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Another day of sun (라라랜드 OST)


#3. 요즘 신랑, 신부의 행진곡 트렌드는 ‘라라랜드’ OST

딴딴딴 딴딴딴~. 필자 본인의 결혼식부터 지난주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꼭 들었던 음악은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음악인 ‘Another day of sun’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당시 90분 동안 진행되는 결혼식에서 사용되는 모든 음악을 골라 일일이 세트리스트를 만들었을 정도로 음악에 각별히 신경 썼는데, 그중 신랑 신부가 행진할 때 이 음악을 선택했다. 세련된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이 곡은 가사도 희망적인 미래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본 이라면 알겠지만, 영화 속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이들이 LA의 고속도로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음악이 흐른다. 정말 우리에게 알록달록한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 곡을 선택했다. 이후 지인과 친구의 결혼식에 각각 참석했을 때에도 이 곡을 신랑 신부 행진곡으로 들었다. 이유는 모두 동일했다. ‘요즘 들었던 곡 중 가장 듣기 좋아서’였다.



긴장과 소란 사이를 채우는 건 ‘음악과 행복’... 음치면 어떤가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마다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게 있다. 바로 음치 친구들의 노래 선물이다. 노래 실력이 형편없는 이들은, 심지어 많게는 수백 명의 하객 앞에서 잔뜩 긴장해 급기야는 노래도 못 부르고 자리를 내려왔다. 제아무리 신랑, 신부가 허락했다고 한들 그 자리는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지기 위해 마련된 것일 텐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내 결혼식 때였다. 필자의 결혼식에서도 노래 2곡이 소개됐다. 그중 하나는 필자의 친구였는데, 그가 축가를 불러주고 싶다고 했다.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축가까지 연습해서 불러준다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의 축가는 빠르게 잊혔다. 친구 다음에 부른 단체 10명의 축가가 너무나 장엄하고 대단해서다. 물론 시간을 쪼개 틈틈이 연습하고 맞춰본 건 그나 그들이나 다를 바 없었다. 사람 수가 많고 화음을 넣어 화려하게 부른 것과 달리 한 사람이 록음악을 부른 것 외엔 고맙고,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준 건 같았다. 결론적으론 음치가 부르든, 프로가 부르든 낯선 공간에서의 떨림을 채운다는 건 똑같다. 게다가 잘 못 부른다는 걸 알면서도 나온다는 건, 우리의 결혼식을 꼭 축하해주고 싶어서라는 걸 이제는 잘 안다. 무대에 나서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결혼식을 치른 뒤 깨달았다. 


결혼식, 치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막대한 돈을 들이면서도 남는 게 없어 허망하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필자가 그 결혼식을 채운 건 비단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음악도 꽤 기억에 남는다. 힘들고 지치는 결혼식 준비라 한들, 음악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당신의 결혼식을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할 수 있을 곡이 어떤 것일지도 고려해보자. 즐거움과 특별함이 한 데 남는 일이 될 것이다. 


동영상 출처 

Elvis costello - she(노팅힐 OST) :https://www.youtube.com/watch?v=O040xuq2FR0
라디 - I'm in love : https://www.youtube.com/watch?v=f5OXgF__fbE
이적 - 다행이다 : https://www.youtube.com/watch?v=itetd_tBTUQ
Another day of sun (라라랜드 OST) : https://www.youtube.com/watch?v=CWnYIb2lq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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