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난리 났던 그 체크리스트
얼마 전 일본에서 한 체크리스트가 화제였었다. 20만 개의 좋아요와 7만 번이나 공유된 이 체크리스트는 트위터에서 유명세를 탄 끝에 공중파 방송에서도 소개되었다. 정체는 바로 ‘같이 살기 전에 체크해 봐야 할 생활 습관 리스트'이다.
실제로 동거 생활을 시작한 한 커플이 서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쏙쏙 들어가 있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커플들에게도 공감할만한 내용이기에 이번 글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체크리스트를 우리말로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읽어보며 한 번 체크해보시라.
같이 살기 전에 체크해 봐야 할 생활 습관 리스트
✔ 생활환경
자취 경험이 없다.
자취 경험이 2년 이상이다.
✔ 전등과 문
문을 잠 잠그고, 전등도 잘 끊다.
전등은 킨 채로 두거나, 문도 열어 둔 채로 두는 경우가 많다.
✔ 설거지하는 타이밍
설거지는 그때마다 한다.
쌓아놨다가 몰아서 한다.
✔ 친정 부모님과의 연락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
사이가 좋다. 항상 연락하고 지낸다.
✔ 방 청결도
항상 정리 정돈되어 있다.
지저분하다.
✔ 요리 먹는 법
만들어진 대로 먹는다.
조미료를 더해서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바꾼 후에 먹는다.
✔ 취미에 대해서
파트너가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선물
커플룩 같은 특별한 게 좋다.
실용적인 게 좋다.
✔ 휴일을 보내는 방법
둘이서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다.
집에서 되도록이면 나가고 싶지 않다.
✔ 두루마리 휴지
싱글 (얇은 한 장 짜리 휴지)
더블 (두 겹으로 된 두꺼운 휴지)
✔ 목욕 수건을 세탁하는 횟수
매일 세탁한다.
며칠 쓰다가 세탁한다.
✔ 화가 났을 때
내 주장을 말한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침묵한다.
✔ 식사 중 스마트폰 사용
식사 중에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 SNS
거의 안 한다.
매일 체크한다.
✔ 소화/배설 기관
약하다.
강하다.
✔ 에어컨 설정 온도
18도 정도로 아주 시원하게 설정한다.
26~28도 정도로 설정한다.
✔ 서프라이즈
해줬으면 좋겠다.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미리 말해 줬으면 좋겠다.
어떤가? 아마 함께 오래 생활해 온 부부라면 ‘맞아 이런 것 때문에 우리 처음에 많이 싸웠지’라고 공감할만하지 않은가 싶다. 우리 부부도 서로의 생활 습관 차이 때문에 여러 번 부딪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장 많이 부딪혔던 이유는 방 청결도 때문이었다. 유학 시절부터 자취생활이 길었던 나는 혼자 있는 방이 훤하니 넓은 게 싫어서 아기자기한 잡화들을 잔뜩 사서 장식하거나 약간 지저분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남편은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항상 정리 정돈이 깨끗이 되어있는 모델 하우스 같은 집에서 살았다. 난 나름대로 깔끔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연애할 때는 몰랐지만 같이 살기 시작하면 이것저것 들통이 난다. 생활 습관이라는 게 숨기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째. 우린 이미 결혼하고 같이 살기로 약속한 사이인 걸. 결국 우리 집은 나보다 깨끗한 집을 좋아하는 남편이 청소 담당이 되었다.
취미 생활도 굉장히 공감되지 않는가? 결혼 후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취미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부부 둘이서 함께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애할 때는 둘이서 데이트를 하는 게 대부분이니 아마 몰랐을 거다. 하지만 함께 살기 시작하면 파트너 혼자의 시간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무얼 하는지 함께 살기 전에 대화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체크리스트 항목 중에 ‘이건 뭐지?’싶은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소화/배설 기관'이라는 항목 말이다. 사실 난 처음에 보자마자 웃음 터뜨렸다. 왜냐하면 이 부분에 대한 나와 남편의 대답은 정 반대이기 때문이다. 난 강한데, 남편은 약하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해 보자.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려는 그 순간 갑자기 남편이 배가 아프다면서 화장실로 달려가더니 20분 동안 안 나온다. 결국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영화관에 도착해서 초반 10분을 놓치고 말았다. 만약 내가 불끈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면 우리는 싸웠을 거다. 소화/배설 기간이 튼튼한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니까. 하지만 생리적인 특성을 그 어찌하리라. 소화/배설 기관이 약한 남편과 끄떡없이 튼튼한 아내, 조금 우스워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부부 싸움이라는 건 사실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벌어지곤 한다.
생활 습관이 너무 다른 우리, 어쩌면 좋지?
함께 살기 전에 싸움이 될지도 모를 부분을 서로 체크해보고 대화하는 건 굉장히 건전한 일이다. 다만, 둘의 생활 습관이 너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이렇게 해보자. 우리의 습관은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왔으니 다른 게 당연하다. 이것부터 먼저 이해하고, 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지 대화를 해보자. 내가 옳다고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고, 또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참지만도 말고 타협점을 찾아보자.
서로 선호하는 에어컨 온도가 ‘18도 vs 28도’로 다르다면, 22~23도 정도의 온도를 택하면 둘 다 행복해지지 않을까? 토요일에는 부부 둘이서 외출해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는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각자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둘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혼 때는 그저 행복하고 꿀이 떨어지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젠가 반드시 오는 위기라면 그저 행복한 시절부터 의식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오래오래 사이좋은 부부가 되는 비결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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