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신혼여행, 이것만 알고 가기 - 2편
인천공항에서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까지 9시간이 소요됐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든 것 같았는데, 기내에선 도착 방송이 울렸다. 몽롱한 정신으로 비행기 밖을 나오니 미치도록 찬란한 햇살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인공 눈물을 넣어야 할 정도로 안구가 뻑뻑했다. 눈 약을 어디에 두었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찾고 있는데, 마중 나온 가이드 손에 들린 웰컴 목걸이를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오른 비행기라 꾸덕꾸덕해진 머리에 이틀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자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허니문의 시작, 원래 다 이런 걸까?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필자의 허니문은 너무 행복했다. 시작이 다소 좋지 않았을 뿐, 더없이 좋았던 필자의 허니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한다.
허니문의 첫 단계, 잘 맞는 호텔 고르기
필자는 여행 시 꼭 좋은 호텔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깨끗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가 있다면 단연 환영이다. 그러나 일생에 한 번뿐인 허니문 숙소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예약한 팜투어는 ‘허니문 전문 여행사’이다 보니 호텔에 대한 선택에 있어 신혼부부의 취향을 고려한 배정 및 허니문에 걸맞은 최상의 서비스가 진행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팜투어 매니저는 우리에게 호텔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제공해주었다. 와이키키 가장 중심에 있어 쇼핑, 관광,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에 매우 편리한 ‘쉐라톤 와이키키’, 와이키키 해변에 바로 근접해있으며, 해변 산책, 쇼핑, 다이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호텔인 ‘와이키키 비치콤보’, 현대적인 디자인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양식부터 동양식까지 다양한 메뉴의 조식을 즐길 수 있는 ‘하얏트 플레이스’ 등이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를 선택했다.
살펴본 호텔 중 금액대가 가장 높았고, 칼라카우아 거리(중심가)까지 도보로 약 15분 정도가 소요됐지만, 오히려 그 점이 복작이는 도심에서 벗어나 가장 휴양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로 차를 렌트하지 않은 우리는 틈틈이 많이 걸었는데, 둘 다 걷는 것을 좋아하니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었다(관광 시에는 여행사에서 호텔까지 픽업을 하러 왔기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쇼핑이 주목적이라면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중심가) 주변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환상적인 오션뷰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우리의 객실은 허니무너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레인보우 타워에 있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오션뷰는 감탄을 자아냈는데, 이 호텔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뿌듯함까지 몰려왔다. 호텔 앞 해변과 초대형 수영장인 라군 풀, 선착장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오션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밤마다 발코니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잤는데, 스르륵 몰려왔다 빠져나가는 해변의 파도 소리는 자연 ASMR이 따로 없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단잠을 잘 수 있었다.
TIP. 조식을 신청하면 호텔 체크인 시 조식 쿠폰을 준다. 메뉴는 블루베리 프렌치토스트, 트로피컬 아사이볼, 로코모코(원하는 계란 요리 스타일 2가지, 밥, 마우이 양파, 그레이비소스로 만든 음식) 등이 있다. 맛도 상당히 맛있었다. 딜리버리 서비스도 가능하다.
우리는 5박 7일의 허니문을 다녀왔다
하와이 허니무너들을 위한 일정 및 추천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스 : 이올라니 궁전, 카메하메하 대왕 동상, 하와이 주 정부청사, 반얀트리
추천 ★★★☆☆
이올라니 궁전은 1882년에 칼라카우아 왕이 지은 미국 내 최초이자 유일한 왕궁이다. 건설된 해부터 하와이의 마지막 여왕인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1893년까지 거주하던 곳으로써,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필자는 가이드를 통해 하와이의 1대 국왕부터 여러 왕들을 거쳐 지금의 미국령 하와이가 되기까지의 대서사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이올라니 궁전 옆에는 웅장하게 늘어진 반얀트리를 볼 수 있는데, 이 신비한 나무는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자연과의 교감으로 영혼과 하나 됨을 표현)가 되었다고 한다. 반얀트리의 억척스러운 줄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밀림에서 타잔이 매달려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는지 가늠이 될 정도이다.
TIP. 이올라니 궁전 내부를 살펴보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다. 투어 시 한국어 지원이 가능한 오디오 가이드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마술, 하와이 전통 훌라, 불쇼까지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진 하와이의 베스트 쇼.
추천 ★★★☆☆
매직 오브 폴리네시아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불과 5분 남짓 거리인 홀리데이 인 와이키키 비치 콤보 호텔 2층에서 열린다. 신기한 마술쇼와 하와이 전통춤과 불쇼로 구성된 공연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매직쇼를 예약했는데, 마침 프로모션 혜택으로 저녁식사 플레이트가 제공되었다. 시그니처 하와이안 BBQ치킨, 칼루아 포크와 양배추, 야채샐러드, 하와이 마카다미아넛 초콜릿이 들어있는 도시락 형태의 디너였다. 사실 입맛엔 그리 맞지 않았다. 프리미엄 디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칵테일을 마시며 쇼만 보는 것도 괜찮다.
추천 ★★★★★
여행 2일차에 우리만의 자유시간은 정말 필요한 일정이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결혼 전날부터 결혼식 당일 비행기에서 밤을 맞이한 이틀 동안 3시간을 채 자지 못했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며칠간 제대로 못 자서 일까. 모처럼 푹 자고 일어났더니 어디든 갈 수 있는 체력과 맑은 정신이 돌아왔다. 여행 중 충전은 정말 필요했고, 중요한 사항이었다(대부분 신혼부부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컨디션을 회복한 우리는 호텔에서부터 와이키키 해변까지 걸어갔다. 빡빡한 허니문 일정 중에 즐기는 망중한. 해수욕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았다. 우리는 꽤 많은 길을 걷고, 또 걸었음에도 버스를, 택시를 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행에 ‘걸음’이라는 귀찮음이 동반될 수 있었음에도 우린 왜 계속 걸었을까?
사뭇 이질감이 느껴지는 타국에서 내 옆에 있는 이 사람과 두 손을 꼭 잡고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한국에서 손을 잡고 걷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보폭이 큰 남편은 보폭이 작은 나를 맞추며 걷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함께 걸었던 그 장소들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걷다 우연히 Atlantis Seafood & Steak란 음식점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갈릭 새우 파스타와 수제버거를 먹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직원도 어찌나 친절한지! (구글맵 리뷰에는 스테이크는 질겨 별로라는 평이 많던데, 파스타를 먹어 다행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서 알라모아나 센터부터 시사이드 애비뉴까지 쇼핑몰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저녁은 구글맵에서 찾은 Pin Thai Massage Shop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힐링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노곤했던 몸의 피로를 풀며,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던 2일차. 그렇게 하와이에서 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하와이 여행 시, 필요한 쇼핑 꿀팁은 다음 칼럼에 공개하겠다)
코스 : 다이아몬드 헤드 전망대, 카할라 고급 주택가, 한국지도마을 및 하나우마베이 전망대, 블로우홀, 마카푸포인트 전망대, 카네오헤, 모자섬, 돌 파인애플 플렌테이션,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울렛
추천 ★★★★☆
늘 자유여행을 했던 필자는 패키지(반자유) 여행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우려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오아후 섬 일주를 하면서 ‘때론 전문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섬을 투어 하며 가이드가 들려준 역사, 유래, 특징, 깨알 같은 정보들은 아무리 공부하고 간다고 해도 현지 가이드보다 많이 알긴 힘들 듯했다. 주요 관광지는 가이드에게 안내를 받으니 더욱 편안하고 알찬 여행이 되었다.
동부 섬+북부 섬 투어 시, 또 하나의 추천 포인트는 바로 ‘포토 스팟’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가이드는 다이아몬드 헤드 전망대, 모자섬, 돌 파인애플 플렌테이션 등지에서 포인트가 되는 ‘포토 스팟’을 알려주었다. 허니문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와이 스냅을 별도로 찍지 않는대도 단언할 수 있다. 하와이의 풍경은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담아내기 충분히 아름답다고. 아니,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다음 편에서는 지면상 채우지 못한 나머지 허니문 일정 및 꿀 팁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에디터. 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