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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철도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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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01. 2019

속궁합이 맞지 않는 남자친구, 결혼해야 할까요?

말 못 할 그녀의 속사정

* 브런치 북에 연재된 소설 <철도>에 이은 스튜디오 크로아상 에디터 김세라 님의 글입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웨딩해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작품에 스튜디오 크로아상의 푸들, 김세라 님의 글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아주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우선, 저는 매우 진지하게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행여나 댓글로 저에게 ‘창녀’라던가, ‘싼 년’이라던가 하는 말씀을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주의해주세요. 다음 날, 제가 손가락을 자르러 당신 집 앞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감옥에 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한 가지 사실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진짜 저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합니다. 말하자면, 아주 제가 좋아 죽는 사람입니다. 어제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바람이 진짜 귀엽게 부는 곳이 어디게?” 이 질문을 하자마자 그는 벌써 제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군요. “모르겠어, 자기가 말해줭!” 그는 제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죠. “분당~!” 제가 이렇게 말하자, 남자친구는 갑자기 발기가 되었는지 얼굴이 빨개지면서 냅다 제게 키스를 했습니다. 네, 그는 쉽게 꼴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곤란해진 적은 없습니다. 남자친구의 그곳은 꽤나 작은 편이라 발기가 되어도 바지가 부풀어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 바로 이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남자친구의 그곳이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계를 맺을 때 제 몸에 무언가가 들어왔다는 감각조차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그냥 제 몸 위에 하나의 덩어리가 올라와서 위아래로 몸을 흔들고 있다는 것뿐이지요. 뭐, 저도 인터넷 같은 곳에서 비슷한 사연을 보긴 했습니다.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말이죠. 그들의 그 절망 섞인 투덜거림을 제 인생에서 겪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저는 섹스가 꽤나 기분 좋은 행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몸이 쾌감으로 가득 찼던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말이지요. 혹시 또 제가 이런 말을 했다고 댓글로 “제가 그 쾌감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던가, “연락 주세요, 카카오톡 아이디 ibitchbeach123이에요.”라는 댓글을 다시려는 분이 있다면 주의해주세요. 다음 날 제가 당신의 그곳을 자르러 집 앞에 찾아가겠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감옥에 갈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친구는 관계에 아주 100% 만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사정을 할 때 진짜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소리를 내곤 하거든요. 남자친구가 또 성격 하나는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아서 몇 번 오르가슴을 느끼는 연기를 한 적이 있어요. 피스톤 운동이 빨라지면, 즉 그가 몸을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면 엉덩이를 꽉 잡아주면서 커다란 신음 소리를 내주기도 했어요. “더, 더!”라는 말을 하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을 하기도 지칩니다. 뭘 느껴야 그런 말을 할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면봉으로 귀를 후빌 때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지 않습니까. 아우, 진짜 힘들어요 이제 연기하기가.


그래서 진지하게 여쭤봅니다. 저는 결혼을 반드시 할 것이고, 아이도 많이 낳아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살고 싶습니다. 남자친구가 사람은 참 좋습니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하지 못하는 결혼 생활이 가능할까요? 부모님을 생각해보면, 섹스 안하고서도 잘 사시는 것 같기는 한데… 남자친구는 저랑 너무 결혼하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섹스를 좋아해서 저 또한 꽤나 자주 관계 맺을 준비를, 그 번거롭기 짝이 없는 준비를 해야 하구요. 아, 진짜 저도 뭐라도 느끼면 기분 좋게 섹스할 준비를 하겠죠. 그런데 결말이 뻔히 보이니까 이제 아주 귀찮아 죽겠습니다. 꼭 이름도 못 들어본 나라와 브라질이 축구 경기하는 것을 봐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속궁합이 안 맞아도 결혼할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여쭤봅니다. 이상한 섹드립 하시는 분들, 제가 반드시 전동칼 들고 집 앞으로 찾아갑니다. 손가락 놀리기 전에 조심하세요. 





에디터 김세라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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