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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25. 2019

영화 ‘어바웃타임'의 결혼식은
현실에 없었다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다 결국 평범함을 택한 이유

영화 ‘어바웃타임'을 몇 번이나 돌려볼 정도로 좋아한다. 주인공들의 결혼식은 세상 어떤 결혼보다 아름다웠다. 순백의 드레스가 아닌, 빈티지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레이첼 맥아담스. 편안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만 초대해 ‘식'이 아닌 ‘파티’를 하루 종일 즐기는 모습. 특히 갑자기 내리는 비에 모두가 웃으며 뛰어다니는 장면은 최고였다. 비혼주의자에 가까웠을 때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갑자기 결혼이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 이야기가 막 오갈 즈음이었다. ‘어바웃타임'과 같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한 적 있다. 듣던 친구가 딱 잘라 말했다.


“하우스웨딩이잖아? 그거 돈 엄청 많이 들어!!!”


출처 : 영화 <어바웃타임> 스틸컷


하우스웨딩은 현실과 많이 멀었다


‘어바웃타임'의 결혼식은 남자 주인공인 ‘팀'의 집에서 이뤄진다. 낡았지만 그래서 멋스러운, 심지어 ‘넓고 천장이 높은' 집이다. 위치도 바닷가. 하우스웨딩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임에 틀림없다. 남편이 나고 자란 집이라는 의미도 있다.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그런 집이 없었다. 다 쓰러져가는 시골집이라도 있었으면 원빈-이나영 커플처럼 무쇠솥 걸어놓고 들판 배경으로 결혼식을 했을 텐데 그것마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주도에 집을 직접 지어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새삼 대단하고 멋있다.


일단 하우스웨딩의 전제조건인 ‘집’이 없다는 건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번거로운 일도 많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내가 원하는 ‘가든파티’ 스타일대로 하려면 적어도 그럴듯한 펜션 같은 데라도 빌려야 하는데, 시작부터 가진 예산에서 한참 벗어났다. 대안으로 ‘하우스웨딩'을 내세우는 예식홀을 검토해봤다. 알아보니 말만 하우스웨딩이지 집을 개조했거나, 일반 예식장보다 좀 더 예쁘게 꾸며놓은 것에 불과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종일 파티를 즐기는 결혼을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규모는 작은 데, 몇백 명을 수용하는 예식홀과 비용이 비슷하거나 훨씬 비쌌다.


마땅한 장소를 빌린다고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만일 아무 장식이 없는 데를 빌리면, 바닥에 꽃이라도 사서 깔아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몇백만 원이 우습다. 그것만 들면 다행인데 어바웃 타임과 같은 분위기가 나느냐도 문제다. 그렇다면 손님을 어떻게 몇 명을 추려 초대할 것인지, 진행 요원을 누구에게 부탁할 것인지, 식순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음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건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날씨가 궂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른들은 어떻게 대접할 것인지… 살짝만 생각해봤는데 결정할 게 많아도 너무 많은 거다.


돈이 많이 필요하지만 시간도 정말 많아야 하고 무엇보다 기획력이 있어야 하는 게 하우스웨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마디로 내 분수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라는 결론. 어떤 블로거가 펜션 결혼식을 장장 9개월간 준비한 후기를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었다는 내용이 주더라. 결말은 ‘행복한 결혼이었다’였지만 말이다.



결국 일반 웨딩홀 결혼식을 치렀다


본질로 돌아가 우리가 맺어지는 것이 큰 의미인 결혼식이라면 사실 ‘식' 자체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지 말고, 직계가족만 모여서 밥만 먹는 걸로 대체할까 생각도 해봤다. 아니면 둘이서 어디 여행 가서 반지만 교환해도 되는 거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에 굳이 일반적인 결혼식을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하더라도, 부모님을 위한 행사를 따로 해야 할 판이었기 때문. 우리 결혼이 남편의 집에서는 개혼인 것도 있고, 일단 초대할 친척만 어림짐작으로 30명이 넘어 보였다. 친척들이 가득한 결혼식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만 가득 채운 흥겨운 결혼식과는 어차피 거리가 멀다. ‘남다른’ 결혼식을 하겠다고 여러 사람을 설득하며 피곤해지는 것보다는 평범한 결혼식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준비해서 간소하게 올리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귀차니즘’이 이긴 거나 다름없다. 수많은 고려사항을 다 따지고 풀어갈 의지가 나에게는 없었던 거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일반 결혼식을 넘는 건 없었다. 다들 한 번쯤은 특별한 웨딩을 꿈꾸지만 결국 남들이 하는 뻔한 결혼식을 선택하게 되는 수순은 나와 비슷할 것이다.


주목할 건 평범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한 뒤로는 준비가 일사천리였다는 것이다. 그 대략적인 과정은 이 글에 담겨 있다. <“이런 식으로 결혼을 해?” 부모님이 놀란 이유> 이에 더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결혼식에 썼는지,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소비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다음 연재 글에 공개할 예정이니 ‘웨딩해’ 매거진을 구독하고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다음 달에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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