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꿈꾸는 신혼부부에게 방귀가 방해 요소가 되지 않길
우리는 결혼 4개월 차 신혼부부다.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의 기간이 짧아서인지 아직까지는 연애하는 기분이 크다. 아침엔 먼저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내내 붙어있다. 하루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다 보면 12시가 훌쩍 넘어갈 때도 있고, 서재에서 개인 작업을 하기도 한다. 늦은 밤이 되어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연애 때만큼의 애절함은 없지만 여전히 서로가 애틋한 우리는 신혼부부다.
그런 우리는 벌써 방귀를 텄다
사실 ‘텄다’라는 기준도 모호하지만, ‘벌써’라는 표현을 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필자는 몇십 년 친구와도 방귀를 트지 않을 만큼, 생리현상에 엄격했었다. 소화기관이 예민하기도 하지만,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 부글거림이 심했다. 그로 인한 방귀는 참는 편이 대다수였다. 오죽하면 가스로 인한 장꼬임으로 응급실을 갔었을까. 그렇게 불편하게 살지 말라고 걱정해주던 친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이랬던 필자였기에, 신혼 초에 방귀를 튼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언젠간 어쩔 수 없이 방귀를 튼대도 최대한 늦게 틀 것이라는 계획(?)도 틀어져버렸다. 기억에서 지웠는지 남편과 방귀를 트게 된 계기 따윈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느 날, 지식백과에서 정의하는 ‘항문으로부터 방출된 가스체’를 미처 숨기지 못한 것(혹은 소리가 안 날 거라 자부해 몰래 뀌었으나)이 화근이 된 것 같다. 다행히 팬티를 지리는 듯 한 큰 소리는 아니었다. 나름 귀여운 ‘뽀~옹’이란 소리였던 것 같은데...
“으하하하하핫! 요정도 방귀를 뀌어?”
남편은 그 작은 소리를 득달같이 알아듣고, 신나게 놀려댔다. 어린 꼬마애 같이 계속 나를 놀려대는데 꿀밤을 한 대 콩~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필자는 내가 뀐 게 아니라며, 하와이에서 사 온 누르면 꿀꿀 소리가 나는 돼지 인형을 꾹꾹 눌러댔다. 남편은 민망함에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내가 귀엽다며 안아주면서 앞으로도 편하게 뀌라고 말했다.
‘편하게 뀌라는 말 진심이야?’ 하긴, 필자도 남편의 방귀소리가 귀엽게만 느껴지는데, 이 방귀가 부부 사이 로맨스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기를.
“서로 [방귀를 뀔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는 건 건강한 조짐이다.”
어느 미디어에서 본 전문가의 조언에 필자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그럼 그렇지! 결혼은 현실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별 연구를 다하는 영국에서 ‘방귀 냄새를 맡으면 암 등의 질병이 예방된다’, ‘방귀에 있는 황화수소 성분의 냄새를 맡으면 우리 몸의 세포를 보호하고 암, 심장마비, 관절염 및 치매의 위험성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었다.
속 편한 요즘이다
얼마 전, 장 내시경 후 작은 용종을 하나 떼어냈던 필자는 ‘건강한 장 만들기’에 돌입했다. 관련 책들을 구매해 장 내 환경 및 세균에 대해 공부하고, 아침마다 무가당 요구르트에 과일을 듬뿍 넣어 먹는다. 되도록 햇빛을 많이 쬐며, 외식을 줄이고 집 밥 위주의 식단으로 조절하고 있다. 유산균도 꾸준히 챙겨 먹는다. 확실히 배 부글거림이 현저히 줄었다. 방귀를 너무 참고 있지 않은 것도 한 몫했겠지라며 심심한 위안을 삼아 본다. 그럼에도 간혹 과식을 하거나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는 날이면 배에 가스가 찰 때가 있다. 그럴 땐 재빨리 화장실을 찾는다. 어쩌다 보니 부부 사이 방귀를 트게 됐지만, 아직 생리현상에 대한 에티켓은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결혼 선배들에게 문득 궁금해진다.
대다수 신혼부부들은 언제 방귀를 트는 걸까? 방귀를 튼 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로맨스는 존재할까? 언젠가 후각세포를 마비시킬 만큼의 위력을 가진 방귀를 뀐대도 상대는 내가 사랑스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