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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02. 2019

‘와이프’에 담긴 의미,
당신은 어떤 호칭을 쓰시나요?

부부를 지칭하는 단어의 반향

제이슨, 와이프 출산예정일이 언제인가요?”

“우리 집사람이 오늘 휴가 내고 아이들 체험 교실 갔어요.”

아내가 말하던데, 그 집이 참 맛집이래요.”

남편은 이번에 부산으로 출장을 갔어요.”


우리는 사회에서 상대방을 지칭하는 단어, 부부를 부르는 단어 그리고 부부 사이에 사용되는 단어 등 결혼이라는 제도하에 다양한 호칭을 사용한다. 위의 예시만 봐도 호칭을 통해 부부 관계가 규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다양한 호칭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출처 : 드라마 <아는 와이프> 스틸 컷


2~30대 직원은 ‘와이프’, 5~60대 직원은 ‘집사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유난히 부부 관계에서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첫 직장에서 당신의 부인을 ‘집사람’이라고 부르는 상사를 만났다. 혹독한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이 되기까지 모든 커리큘럼을 책임졌던 상사는 참 가정적인 분이었다. 까마득한 신입 직원에게 “오늘은 집사람 생일이라 케이크를 사야 해서 일찍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케이크가 별건가?’ 했던 우리의 표정을 읽으셨는지 우리 집사람이 좋아하는 가게가 일찍 문을 닫는다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회사에서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는 게 바로 저런 것일까. 실력도 좋았고 가정에도 충실했던 그 상사는 2년 뒤 명예롭게 퇴직하셨다.


최근 이직한 회사에 다니면서부터는 ‘와이프’라는 단어만 듣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서 생활한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가 싶었다. 간간이 남편을 두고 ‘허비’라는 표현을 쓰는 여성 직원도 있다. 다만 해외 경험이 없더라도, 주변 친구들이 와이프를 부르거나 종종 나도 그렇게 표현된다는 것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졌다. 왜 와이프라고 부를까? 그 질문에 답한 이들 모두 “부인, 여자친구, 아내, 모두 쓰자니 어색해요. 와이프가 제일 나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출처 :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스틸컷


편견 없는 호칭 ‘와이프’


단순하게 생각하면 표현이 어색할 수도 있다. ‘여자친구’, ‘남자친구’, ‘애인’이라고 부르다가 결혼 후 반려자를 얘기할 때 괜히 민망해진다. 그래서 결혼하고 나면 여성들은 배우자를 두고 ‘신랑’, ‘애기 아빠’ 등으로 돌려 부르는 것 같다.


남성들도 같은 이유로 ‘아내’, ‘집사람’, ‘안사람’ 대신 ‘와이프’라는 영어 단어를 쓰는 것 아닐까. 우리말이 아닌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와이프’라는 단어에는 평등함이 존재한다. ‘집사람’처럼 부인이 집에 있는 사람, 안에 있는 사람, 내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있지 않다. 일심동체로 함께 움직인다는 뜻인 ‘와이퍼’에서 파생한 와이프가 훨씬 낫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2~30대 또래 친구들이 부인을 와이프로 부르는 건 단순히 어색해서 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생활에서 나온 용어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요즘 동등하게 맞벌이하는 2~30대 부부가 훨씬 많으니 말이다.


출처 : 드라마 <봄밤> 스틸 컷


신부-신랑, 부인-남편이라고 쓰면 안 되나?
 

조금 다르게 생각해봤다. 왜 우리는 항상 남-녀로 쓰는지. 세상이 변함에 따라 단어 사용도 바뀌는데, 꼭 남녀-신랑 신부-남편 아내라고 순서를 두어야 하는 걸까? 여성이 먼저 오면 안 되는 걸까?


물론 이런 것까지 불편해하느냐고 훈수를 둘 수도 있을 거다. 또한 별것에 다 예민해한다며 세모눈을 뜨고 볼 수도 있을 테고. 그런데 정말 세상이 평등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변화되는 흐름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단어에서 오는 어감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영어는 부부가 평등한 사이임을 인지하고 있다. 또한 서양식 사고 과정에 익숙해져 가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도 모르게 ‘와이프’를 편하게 사용한다. 삶에 녹아들어 있는 단어들을 우리가 뾰족하고 따끔하게 받아들이고, 인지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쓰는 모든 호칭과 단어는 큰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는 이를 사회에서 서서히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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