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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17. 2019

결혼 생활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너와 나 사이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해

필자는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한다. 주로 업무 애로사항을 듣지만, 팀원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요즘은 결혼 준비를 힘겨워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 준비가 한창인 팀원 A는 "최근에 연인이랑 크게 다퉜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불쑥 한 마디를 꺼냈다. 필자와 함께 조직 문화를 만드는 사람인데도 결혼 문제 앞에선 별수 없는 건가. 결혼 선배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 영화 <극적인 하룻밤> 스틸컷


결혼식장은 신부에게 맞춰주면 안 되니?


A와 그의 연인 B는 꽤 오랜 기간 만나온 뒤 최근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대학 생활, 커리어 전환을 위한 시간을 서로 묵묵히 기다려줬고, 크게 다툰 적이 없었을 만큼 취향도 코드도 비슷했다. 다만 이들은 몰랐다. 결혼식장을 고르는 취향만큼은 완전히 달랐음을.


두 사람은 양가 모두의 편의성과 하객 수, 음식 맛 등을 꼼꼼히 비교하며 웨딩홀 3곳을 최종적으로 선별했다. 이 중 로맨틱한 식장 분위기에 마음을 뺏긴 B는 그곳에서 꼭 식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 식장은 A에게 있어 선별된 3개 중 가장 마지막 순위인 곳이었다. 100% 두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곳은 아니었던 것. 그러나 여러 조건을 따져본 결과 두 사람에게 가장 합리적인 장소였고, A는 B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A는 부모님께 결혼식장을 골랐노라 말씀드렸고, A의 어머니께선 궁금하셨는지 식장을 다녀오셨다. 이후 그녀는 '그 식장 말고 다른 2곳 중에선 어떻겠느냐'며 장소가 탐탁지 않았음을 넌지시 알리셨다. A 또한 100%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식장이었기에 B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연인 B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용히 답했다고 한다. 


"왜 말이 달라져?"


출처 : 영화 <연애의 온도> 스틸컷


 가장 서운한 건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당신


A는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모두 맞출 계획이었으므로 B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다만 이 상황에선 본인도 할 말은 하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네가 좋다고 하는 거에 동의하는데, 식장은 다른 곳이 더 좋은 것 같아."

"솔직히 말해. 이렇게 갑자기 통보하면서 장소를 바꾸는 건 당황스러워. 결국 누군가의 의견 때문에 바꾸는 거잖아."


그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연인의 눈빛과 표정을 마주하고 있자니 등에 땀까지 났다. B는 이날 마지막 한 마디만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


"처음부터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조율했으면 됐잖아. 갑자기 어머니 의견 듣고 바꾸는 게 너무 실망스러워."


A는 일화를 얘기하며 연인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본인이 잘못 행동한 것 같다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필자는 그를 보며 부모님과 연인 사이, 중간에 껴있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나만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 결혼 준비 과정이 귀찮아서, 혹은 결혼하고서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니 상대방에게 맡길 거면 왜 결혼을 하는가. 자기 주관은 필요하다. 갈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의견을 내지 않으면 결국 중간 역할이 더 힘들어진다. 악순환이라는 뜻이다. 50%가 어디 있는가. 51과 49가 존재할 뿐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렇게 전국의 수많은 며느리와 사위, 딸과 아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자신들의 오롯한 가정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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