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필자는 30대 후반에 결혼했다. 점차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라 해도 다소 늦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20대 중반에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들의 모습이 예뻐 보이기도 했지만 더 정확히는 ‘결혼’이라는 환상만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이 되니 주변에 결혼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결혼이라는 속내를 속속히 들여다보게 됐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하나 둘 이혼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는 한 번도 던지지 못한 부케를 누군가는 2번이나 던지며 새 출발을 하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매번 아내를 안주 삼아 욕하는 지인을 보며 ‘참 못났다’란 생각이 들었다. 절대 저런 남편은 만나지 않을 거야 결심하면서.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어느덧 30대 초중반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많이 결혼했다. 부케를 8번이나 받고 나니 그제야 슬슬 조바심이 났다. 하루에 한 번 이상 통화할 정도로 친한 친구들도 아이를 낳으면서 점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필자 또한 아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육아는 온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육아를 공유할 또 다른 누군가가 필요했으리라 이해하면서도 미혼과 기혼 사이 그 보이지 않는 벽이 조금은 씁쓸했다. 친구는 결혼하고, 애도 낳고 안정적이게 사는데, 나만 멈추어 있는 듯했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렸는데 도대체 무얼 한 것인가라는 자괴감까지 느꼈다.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