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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02. 2019

“다 같이 멸망 가자!?”
결혼과 출산이 사라진 시대

요즘 갓 결혼한 사람의 심정이란 이렇습니다

얼마 전에 서점을 갔다. 요즘 ‘웨딩해’에 칼럼을 쓰고 있으니 힌트를 좀 얻을까 해서 ‘결혼' 키워드로 도서 검색을 해봤다. 대충 짐작하긴 했지만 최근에 결혼을 주제로 출간된 책이 잘 없거니와 핫한 책이 거의 없었다. ‘비혼' 키워드가 더 먹히는 시대니까. ‘결혼은 모르겠고 돈은 모으고 싶어’ ‘혼자인 내가 좋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제목이 대세더라. 행복한 결혼을 조언하는 책이더라도, 이런 식이다. ‘어쨌거나 잘살고 싶다면 신디의 결혼 수업’ … ‘어쨌거나'라니. 보통 앞 내용을 막론하고 뒤 내용을 말할 때 쓰이는데, 앞 내용이 딱히 긍정적이지 않는 말투다. “좌우간 결혼했으면 잘 살아봐야지 않겠니?”라는 거니까. 


서점에서 분위기를 대충 읽을 수 있듯이 요즘 같은 시대에 결혼을 한다는 건 뭔가 트렌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통계만 봐도 우리나라 혼인건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니까. 그래도 그렇지, 결혼을 했다는 게 가끔은 혐오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가끔 나를 놀라게 한다. 결혼이 마치 잘못된 길인 양 타인을 비혼으로 계도하는 글도 종종 보게 된다. 



확실한 건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침묵하는 자는 영원히 침묵하고, 혐오 표현은 언제나 더 큰 힘을 가진다는 점이다. 내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건 썩 좋지 않은 기분이다. 다행인 건 현실에서 실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좀 오버해서 비유하자면 마치 정치 이야기 같다. SNS를 보면 모두가 정치에 관심 있는 것 같고 진보 성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상 주변을 보면 크게 관심도 없고, 심지어 선거 때 투표수를 까 보면 한쪽의 절대 우위는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주변을 보면 결혼할만한 사람은 다 하더라. 모두가 결혼을 독약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비혼주의자든, 어떤 사정으로 결혼을 못하는 친구들이든 간에 다들 각자 제 인생 살아가기 바쁘지만 주변 환경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주변에는 다행히 ‘하나가 아닌 둘’이라서 더 훌륭해진 삶이 많다. 예쁘게 살고 있어서 귀감이 되는 어린 커플들이 널렸다. 내 지인에만 유독 많은 건진 모르겠다. 그런 이쁜 사람들을 바라보자면 결혼 혐오가 우스우리만큼 가볍게 무너지는 느낌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심각한 일인지 알았는데 실상은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피식 웃음이 나는 것. 


내 글은 결혼 권장 글은 아니다. 그렇게 비춰지고 싶지는 않다. 결혼은 해서 행복할 확신을 가진 사람만 하면 된다. 김연자 선생님이 아모르파티에서 그러셨다. 연애도 결혼도 너 땡기는대로 하라고. 그렇지만 누군가는 결혼의 본질에 대하여 요즘 세대에 공감될만한 글들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요즘 결혼 주제의 글은 워낙 잘 안 팔려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좋은 글들을 찾기 어렵다. 나이 지긋한 기혼자들이 결혼에 대해 말하면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식의 꼰대 글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젊은 층들이 결혼에 대한 글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지난 7월 신고된 혼인건수가 1만 9,200건으로 1년 전보다 4.5% 줄었다. 종전 최저 기록인 2017년 7월(1만 9000건) 수치를 조금 웃돌았다고. 전국 출생아 수는 2만 5,200명으로, 1년 전(2만 7,000명)보다 6.5%(1800명) 줄었다. 작년 7월 기록한 사상 최저 출생아 수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거라고 한다.


이 뉴스를 공유한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 댓글이 달렸다. “다 같이 멸망 가즈아~” 웃긴 데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진짜 멸망 가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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