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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17. 2019

취미가 같은 사람과의 결혼,
과연 좋을까?

알고 보니 같은 ‘스윙댄서'였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인지 몰랐다. 대화하다 보니 같은 취미인 ‘스윙댄스'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당시 남친이던 남편은 뛸 듯이 기뻐했지만 나는 되려 벽을 치기에 바빴다. 같은 스윙댄서랍시고(?) 친한 척, 잘 아는 척, 지름길에 들어선 듯 행동하지 않았으면 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너무 했다. 딱 잘라서 “스윙댄스 이야기하지 마시라고요"라며 혼을 냈으니까. 말수가 적은 남편도 당시를 회고하며 “그땐 해니가 좀 너무 했어~”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다. (하하)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에서 춤추는 사진 / 지터벅 강습 때 찍은 사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연애와 결혼,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마음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귀고 나서야 같은 취미를 가진 남자를 남친으로 두는 건 썩 괜찮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선 손 잡고 스윙댄스바에 가고 수업을 듣는 것도 좋았다. 서로의 집이 가까웠던 지라 스윙댄스바에 가기 위해 누구가 누구를 픽업하러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더 좋았다. 스윙댄스는 커플댄스인데, 춤을 같이 출 수 있는 ‘고정 파트너'가 생긴 것도 행복했다. 강습 이후 졸업공연을 위해 파트너를 정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을 위험이 적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남편은 춤을 아주 못 추지도 잘 추지도 않는 딱 나와 비슷한 실력이라서, 서로 못 추니 잘 추니 하며 비교하지 않아도 됐다. 심지어 우리 둘 다 스윙댄스 외 다양한 춤에 관심이 있어서, 다른 댄스를 같이 배우러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같이 스윙댄스 강사를 했을 때다. 스윙댄스의 첫 단계인 ‘지터벅’을 함께 가르쳤는데 그때 추억이 정말 많이 쌓였다. 남편과 함께 강습 커리큘럼을 짜고, 연습하고, 가르치는 것도 좋았지만 강습 도우미들, 제자들과 인연을 맺었고 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뿌듯했던 건, 우리가 가르쳤던 제자들끼리 만나 결혼한 케이스도 있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나서는 바와 집이 멀어져서 자주 춤추러 가진 못하지만, 댄서 커플이라서 좋은 점이 있다. 전 세계 어디든, 음악이 나오는 곳이라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서로 눈빛만 봐도, 손만 내밀어도 ‘Shall we dance?’라고 할 수 있다. 호주 케언즈에 여행 갔을 때 마침 축제였는데, 하늘에 수놓아지는 불꽃 아래 블루스를 췄던 것, 보라카이 해변을 걸을 때 펍에서 흘러나온 음악에 우리도 모르게 손을 잡고 리듬에 몸을 맡겼던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댄서 커플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로맨틱한 순간도 없었다. 



그렇다면, 단점은? 


취미를 함께 하는 건 장점이 많아서 단점은 안 보일 정도이긴 하다. 그런데 가끔은 ‘교집합'이 과하게(?) 많이 생겼다는 게 답답하긴 하다. 3년 가까이 동호회 생활을 함께하고, 심지어 강사까지 같이 하고 결혼을 하다 보니 함께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심지어 이들과 여행도 같이 가고, 속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다 보니 비밀이 없어도 너무 없는 느낌이랄까. 원래 내 친구였는데 어느덧 남편의 친구도 되어버려 대화할 상대가 없어 가끔은 외롭다는 느낌도 든다. 요즘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교집합이 될 수 없는 다른 영역의 사람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우리는 부부이지만 가끔은 각자의 숨 쉴 공간은 필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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