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Jun 20. 2018

첫 번째 이야기. ‘결혼 안 해도 괜찮을까?’

부케 8번 받은 여자 vs 부케 던져본 여자 #02

야근에 파김치 되어 집으로 가는 길. 가로등마저 깜빡 깜박 졸린 눈 비비는 시간이다. 집 근처, 부부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옆을 스쳐 지난다. 함께 야식을 먹으려는지 치킨 냄새 한 가득이다. 두 사람의 꼭 잡은 손보며 나 역시 한창 연애 때, 그 사람 손 놓기 싫어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던가. 겨우 나를 들여보내는 그 사람 뒷모습 보며, 눈물이 핑 돈 적이 언제였던가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 중 하나는 당신이 밤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 당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그 누군가이다’ - 마가렛 미드


그렇다. 내게는 지친 야근 후 함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 둘레둘레 지친 나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지금, 내게는 ‘남편’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 : www.crowdpic.net)


어쩌면, 그 대단한 계기를 찾고 있는 걸지도


'결혼 안 해도 정말 괜찮을까?’ 이는 가끔씩 드는 생각이며, 번뇌다. 어쩌면 심연에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라는 양가감정으로 인한 내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중일지도. 그렇지만 먼저 결혼한 지인들의 ‘남편’에서 ‘남의 편’이 되어가는 선례들을 볼 때, 나는 과감히 결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때론, 이 과감한 포기를 뒤집는 일도 생기곤 하는데, 주변 잘살고 있는 모범(?) 부부를 볼 때 그렇다. 이를테면 그것은 동경에 가까운데, 저들처럼 가장 가까운 좋은 친구를 평생 옆에 두고 싶은 작은 꿈 정도랄까.


오늘 인터뷰 주인공인 출판사 사장이며, 최근에 작은 책방을 낸 지인 언니가 그렇다. 그 시절, 다소 늦은 결혼을 한 언니의 결혼 계기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유머가 통하는 순간 유쾌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사람이다 싶었다고.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쩜, 나는 그 대단한 계기를 여태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 www.crowdpic.net)


부케 8번 받은 여자

"도대체 결혼이 뭘까요? 알다가도 모르겠고, 주변 사는 걸 들여다보면 더 모르겠고(웃음). 20여 년 넘게 무사히 잘 살아온 언니에게 묻고 싶네요. 조금 거창할 수 있지만, 결혼에 대한 단상, 생각 그 어떤 것이라도 좋아요."


부케 던져본 여자

"결혼에 대한 단상, 생각 이런 거 할 겨를이 없었지.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결혼은 생활이야. 이런 질문은 네가 미혼이기에 가능한 거야(웃음)."


부케 8번 받은 여자

"하하. 우문이네요. 그럼, 형부랑 언제(어떤 계기) 결혼을 하리라 결심했어요?"


부케 던져본 여자

"유머가 통하는 순간 유쾌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도 찌들어 있지 않아서."


부케 8번 받은 여자

"흔히, 사람은 경제적으로 힘들면 주눅 들기 마련인데, 형부는 정말 내면까지 멋진 사람이네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 잖아요. 어느 선택을 해야 할까요?"


부케 던져본 여자

"흠.. 나는 그래도 해봐야 하는 쪽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맞는 사람이 없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과 맞는 남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의 운명 일테니 그렇게 살아야겠지."


부케 8번 받은 여자

"10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사회적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비혼족도 많이 늘었잖아요. 결혼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까요?"


부케 던져본 여자

"내가 좀 옛날 사람인가 보다(웃음). 이 질문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선뜻 답을 못하겠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살 거면 웬만하면 웬만한 사람과 맞춰서 살라고 하고 싶어. 결혼은 관계야. 누가 못나고 잘나고가 아닌, 누가 틀리고 맞고가 아닌, 서로 맞춰가며 사는 것이라 생각해. 못생겼으면 어떻고 경제적인 능력이 떨어지면 어때. 그건 다 자신의 삶보다 남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성격이 안 맞는다는 것도 결국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거거든. 만약 내가 비혼 여성으로 살아야 했다면 난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았을 것 같아."


부케 8번 받은 여자

"저도 결혼 적령기를 지나며, 프랑스에 예술 공부를 하러 갈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 있었기에 공감해요. 아직 한국사회에서 비혼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유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조금씩 사람들의 사고가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죠. 예전처럼 남의 이목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권에 내가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이러한 시대에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는 비결을 알고 싶네요."


부케 던져본 여자

"나이 들어 결혼하니까 반짝이는 연애감정이 없었어. 다행이랄까? 서로에 대해 기대감이 크지 않으니 결혼생활도 사회생활처럼 하게 되더라고. 이 시대 한국남자들은 가부장적인 면이 없을 수가 없는데 결혼 초부터 그 점에 대항해야 여자도 살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해서 논리를 갖춰 언제든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하거든. 나는 남편이 착해서인지 똑똑해서인지 매사에 남녀평등 주장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서로 조율하면서 살았기에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부케 8번 받은 여자

"언니 결혼생활이 제게 굉장히 긍정적 영향을 주는 거 알아요? 결혼이란 가장 친한 친구와 평생 함께하는 것이란 말을 언닐 보면서 느낄 때가 많거든요."


부케 던져본 여자

"우리가 서로 투덕거리는 모습, 안 좋은 모습을 보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웃음). 결혼은 절대 로망이 아니야. 나 역시 결혼 초에는 맞벌이를 했고, 지금은 부모님을 모시는 복잡한 가정사를 함께 꾸려가고 있지만, 만약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부모님을 모셨으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 같아. 그게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 가장 결정적 이유기도 하고. 그리고 결혼생활은 둘이 지지고 볶고 살면서 삶의 깊이를 알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은 더욱 그렇고.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 아닐까?"





혼자 준비하지 말아요. 같이해요!

즐거운 결혼 준비, 웨딩해

매거진의 이전글 프러포즈는 그때 찾아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