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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19. 2020

결혼이 뭐길래,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직접 보고 선별했어요!

결혼하고 나서 시청하는 프로그램 장르도 많이 바뀌었다. 아니, 관심사는 그대로인데 결혼하고서 추가가 됐다고 봐야 하나. 이전에는 결혼 콘텐츠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틀면 바로 몰입이다. 예전에 봤던 것도 다시 보면 이해가 되거나 달리 보이는 그런 이야기들도 많다. 상황이 바뀌면 관심사도 많이 변하는데 결혼이라는 내 인생의 사건은 그리 작지 않은 것이었나 보다. 지금 소개하는 넷플릭스 콘텐츠들은 재미 기반 이기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담겨 있다. 특히, 결혼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요소들이 있다. 딱, 그 정도로만 봐주시라. 되도록 스포일러 없이 써보려고 한다.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출처 : 영화 <결혼 이야기> 포스터


스칼렛 요한슨(니콜), 아담 드라이버(찰리)가 주연한 넷플릭스 제작 영화다. 제목은 ‘결혼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혼 이야기'라는 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스토리상 둘이 잘 살다가 어떤 계기로 헤어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들어가며 부터 이혼소송 중이다. 그런데 보다 보니 곧 이해가 됐다. 사랑이 식은 두 사람은 더 이상 파트너십으로도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규정된 두 사람의 관계는 청산해야 할 굴레일 뿐. 이 부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두 사람은 아들을 정말 사랑한다. 부부 사이를 정리하면서 내내 울거나 울상을 짓던 니콜이 미친 듯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연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다. 거의 유일하게 웃는 모습이다. 이 시대에 결혼의 마지막 기능과 의미는 출산과 육아뿐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 저렴하게 결혼했어요 (Cheapest Wedding)


출처 : 넷플릭스 <우리 저렴하게 결혼했어요> 스틸 컷


지난 칼럼에서 잠깐 소개했었던 그 다큐 프로그램이다. 결혼비용이 많이 들기로 유명한 호주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결혼하려고 하는 커플들의 모습을 담았다. 100달러짜리 로드샵 드레스에 행복해하고, 50달러짜리 머리장식에 나름 만족해 하지만 돈을 최대한 아끼려다 보니 허술하고 돈에 쪼들리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그래서 더 동정이 가고 짠하고 보다 보면 여러 감정이 든다. “도대체 그놈의 돈이 뭐신고(경상도 사투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분명한 건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비용 때문에 결혼에 앞서 공통적으로 고민에 빠진다는 사실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식이 많이 간소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집안의 기둥을 뿌리째 뽑는 결혼식이 많다. 결혼을 준비하며 통장 잔고가 0이 되었다가, 축의금으로 당장의 카드값은 겨우 막지만 저축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커플들이 무수하다. 결혼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콘텐츠, ‘우리 저렴하게 결혼했어요’다.  

 


렛 다운 (LET DOWN)


출처 : 넷플릭스 <렛 다운> 포스터


엄마 노릇은 처음이라 모든 게 어려운 오드리의 육아 이야기다. 재미있을까 싶어 보게 됐는데, 꽤나 현실적이어서 각 잡고 보게 됐던 드라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오드리는 출산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희생하게 되는데, 바쁜 남편 때문에 독박 육아에 시달린다. 잠귀가 밝은 아이 때문에 수면 부족에 고통받거나, 육아 후 으레 오는 기억상실증 때문에 고통받고, 친구랑 놀고 싶지만 아이 맡길 곳이 없어서 데리고 나갔더니 왕따를 당한다는 등의 내용들… 회차마다 모든 에피소드가 새롭지 않다. 여자라면 한 번씩 어디서 보고 들었던 것의 총집합, 현실 그 자체라고 해야 하나. 독박 육아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학습하며 ‘절대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으니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비슷한 콘텐츠로 ‘워킹맘 다이어리' 드라마가 있고, 영화로는 ‘Fun mom dinner’도 있다. 영화 ‘툴리'도 많이들 추천한다.  



여미맘스 (yummy MUMMIES)


출처 : 넷플릭스 <여미맘스> 포스터


위에 추천한 이야기들은 너무 심각하다. 계속 보다 보면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려다가도 유턴할 수 있고 심지어는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여미맘스'는 그런 의미에서 ‘희석용'으로 좋다. 호주의 상류층 엄마들의 출산, 육아 이야기다. 여기 나오는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서 난리다. 아이 낳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어찌 보면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다큐인 만큼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이며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인스타그램 등으로 활발하게 육아 근황을 공유 중인 엄마들이다. 상류층이다 보니 정말 돈 걱정 없이 출산 준비를 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그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를 미친 듯이 사랑해서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베르사체로 옷방을 가득 채우는 엄마까지 나온다. 여기 나오는 엄마들은 워낙 관리를 잘해서 아이를 낳고도 미모를 유지하며 온갖 파티를 다 즐긴다. 내 주변의 엄마들이랑은 너무 다르다(…) 부의 규모만 다르지 아이를 사랑하는 모정은 같은 것도 포인트다. 외국의 상류층 엄마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면 추천한다. 기획성으로 작위적인 에피소드들도 많지만, 어쨌든 뭐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두 번 할까요
 
출처 : 영화 <두 번 할까요> 포스터


권상우, 이정현 주연의 ‘두 번 할까요’는 내가 요 몇 년간 본 영화 중에 가장 최악이다. 절대 보지 마라. 줄거리가 엉성하고 뻔해서 어이없다. 심지어 배우들 연기도 정말 별로다. 그런데 왜 소개를 하냐면 딱 하나 느낀 점이 있어서다. 한번 결혼한 부부는 실수로 결혼했다 치더라도 쉽게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이 된 관계라는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과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 그거 딱 하나 느낄 수 있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출처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포스터


‘아내가 결혼했다'는 원작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파격적인 줄거리로 영화도 꽤나 욕먹으며(?) 히트 쳐서 많이들 봤을 거다. 손예진, 김주혁 주연이다. 결혼하기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폴리아모리’의 성질을 가진 주인아(손예진 분) 캐릭터에 대해 "와 특이한 사람이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끝냈을 거 같다. 근데 결혼 후라서 좀 다르게 봤다. 사랑이 너무 많아서 여러 명에게 나눠줘도 마르지 않은 샘 같은 사람이 '주인아'다. 인아는 사랑이 넘치다 못해 두 남편들과 그 가족에게도 너무나 잘하며, 돈도 잘 벌고, 아이도 낳아 기르는 모정까지도 가득한 에너제틱한 인물로 그려진다. 게다가 외모도 열 일한다. 청순과 섹시라는 치명적인 매력을 갖췄다. 심지어, 첫째 남편과 주말 부부를 하면서 남편이 온종일 누워서 빈둥대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집안일까지 야무지게 도맡아 한다. 그래 놓고, 밤에는 성적으로도 남편을 만족시켜주는 여자다. 내 결혼해보니 확실히 알겠다. 현실적으로 이런 여자는 존재할 수 없다. 저 중에 어느 것도 빠지지 않고 한꺼번에 잘 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아라는 캐릭터는 그냥 허구일 뿐이다. 다 잘하는데 한 가지 흠이 있다, 그게 폴리아모리다? 실제라면 폴리아모리 선언과 동시에 결혼은 개뿔, 안전 이별을 못해서 그전에 목 졸려 죽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위험하다. 음, 영화는 영화일 뿐… 내가 너무 몰입한 게 문제인 것 같다. 다들 재밌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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