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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r 18. 2020

어쩌다 상견례 -
우리가 왜 결혼하게 됐더라?

서울 사람의 부산에서 상견례하기

“넌 어떤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 
“나? 결혼할 나이쯤 만나고 있는 사람?” 


스물다섯, 어느 술자리에서 들었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자리에 있었던 기혼 선배들은 ‘야, 넌 세상 다 살았다~’고 정답이라며 웃었고 그 후 5년이 지나 난 정말 결혼할 나이쯤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했다. 그게 대학교 4학년 때부터 7년을 만난 사람일 줄은 몰랐지만. 어차피 이렇게 될 거 그냥 ‘지금 애인이랑 할 거예요^^’라고 할 것을…! 


20대 절친이 30대 절친이 되기까지!


우린 대학에서 만났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다들 인턴 한다고 취업한다고 바쁘게 보내던 시기. 그래도 졸업 전 외국 한 번 나가보겠다며 신청한 해외 전공 연수에서 학점과 신랑감을 얻었다. 그 후 동갑 커플로 내가 먼저 취업해 직장인과 대학생 커플로 몇 년, 그리고 2년 뒤 남자 친구의 취업으로 슬슬 결혼 하나 싶었을 무렵, 그가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직장인과 대학원생 커플로 다시 몇 년..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대에 만난 우린 어느새 30대 커플이 되었다.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같이 살까? 


남자 친구가 서울 소재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면서 다시 자취를 시작해야 했을 때, 같이 살면 어떨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했다. 우린 이미 연애한 지 5년이 넘었고 어차피 결혼을 생각하고 있으니 이왕 할 거 빨리하고 싶었다. 다만 양가 부모님 입장에서 보시기엔 둘 다 20대로 결혼이 급한 시기도 아니었고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셨는지 우리 생각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2년 뒤, 다시 대학원 졸업과 자취방 재계약을 앞둔 상황. 어영부영하다가 다시 2년의 시간이 흐를 것이 뻔했기에 이번엔 좀 더 강력하게 어차피 집을 구할 거라면 신혼집을 염두에 두고 구하겠다고 부모님께 어필했다. 그때와는 조금 다른 상황 덕분인지(둘 다 직장인) 부모님도 이해해주셔서 결국 집부터 구하고 살면서 식을 준비하게 됐다. 대신 결혼식 준비의 시작인 상견례는 집 구하기 전에 진행하기로! 


 

상견례, 여행처럼 하면 어때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상견례를 하게 된 상황. 서울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경상도에 살고 있는 시부모님. 양가 모두 어디서 하든 상관없다고 하셨지만, 아버지 퇴직 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우리 가족이 내려가기로 합의를 봤다. 상견례지만 여행처럼 하고 싶어 고려했던 대구와 부산 중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와 회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부산으로 상견례 장소를 결정했다. 이왕이면 기분 좋게 시작하고 마무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숙소도 잡았다. 1박 2일로 잡은 일정으로 지출이 좀 컸지만 부모님 기분이 좋아야 상견례도 성공한다가 우리의 전략(?)이었다. 


도착한 숙소에서 보이는 오션뷰, 엄마 기분만 좋으면 상견례는 성공적이지 않을까!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견례, 긴장되는 요소들을 줄여요. 


연애 기간이 길어서 서로의 부모님을 알고 지낸 덕분인지 우린 긴장하지 않았다. 긴장한 쪽은 오히려 처음으로 만나 뵙는 부모님들. 우린 상견례에서 결혼 날짜나 장소 등 세세한 것을 결정하려 하지 않았고 부모님들끼리 인사를 나누는데 초점을 맞췄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좋은 선택이었다.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어쩌면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정하기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니 즐거웠다. 어차피 결혼을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정해야 하는 것들은 계속 늘어나고 직접 만나서 정하기 보단 중간에서 당사자들이 조율해줘야 하는 것이 훨씬 많기에, 상견례 자리에서는 큰 그림(예식은 언제쯤이 좋을지, 혹시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있는지 정도?)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는 편이 지나고 보니 좋은 것 같다. 더불어 상견례 장소는 우리만 들어가는 룸이 마련된 식당으로 예약해서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상견례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먹었던 간식


‘언젠가는 하겠지’하고 생각하면 하지 않더라 


오랜 연애로 늘 언젠가 결혼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 하겠지’라는 생각은 오히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되어주었다. 결혼을 결심하고, 정확히는 결혼식을 결심하고 ‘누군가 하겠지’, ‘언젠가 하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결혼은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크게 느꼈고, 그 시작에 상견례가 있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상견례를 마치니 거의 모든 일을 다 마친 기분이었다. (물론 실제로 해보니 더 큰 산들이 많았다^_^) 



이 글을 시작으로 서울 사람이 부산에서 상견례를 하고 아무 연고지도 없는 부산에서 야외 결혼식을 했던 나의 결혼 이야기, 경험담을 웨딩해를 통해 나눠보고자 한다. ‘결혼 어떻게든 하겠지’가 ‘결혼 이렇게 해야지!’로 바뀔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이길 바라며...


지금부터 안녕 쭌과 이룰의 결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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