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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r 11. 2020

두 번째 신혼여행,
치앙마이를 즐길 수 없었던 이유

악몽 같은 두 번째 허니문 여행기

살기 좋고, 물가 싸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도시, 지내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 우리 부부가 겨울 여행지를 ‘치앙마이’로 선택한 이유다. 일 년 간 해외를 오가며 주말도 없이 일한 남편은 자연스럽게 여행 취지를 ‘휴양’으로 잡았다. 하와이로 다녀온 신혼여행 이후 두 번째 휴양지다. 그 결과 울창한 산림이 우거지고, 상대적으로 짧은 비행시간이 매력적인 치앙마이를 가기로 했다. 마침 여행 필수템이라는 패리티 캐리어까지 선물 받았기에 마음이 들떠있었다.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펼쳐질지 전혀 모르는 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치앙마이 도착


태국 음식은 원래 잘 맞는 거 아니었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양념으로 조리하는 동남아 면 요리, 필자 또한 참 좋아한다. 특히 많은 이들이 꺼리는 ‘고수’도 큰 거부감 없이 먹을 정도여서 당연히 태국 요리는 입맛에 맞을 줄 알았다. 이미 방콕도 몇 번 방문했기에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과 너무 달랐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 위치한다. 그 지역만의 고유한 요리법이 존재한다. 왜 그걸 몰랐을까? 여행객들의 저렴하다, 맛있다는 호평을 들었던 요리를 주문했으나 몇 숟가락 뜨지 못하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대하던 오만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였다. 


풍경이 아름다웠던 숙소
그러나 개미와의 전쟁이었다


아무리 자연친화적이라도 참을 수 없던 것  


우리 부부는 여행하는 동안 숙소를 총 3번 옮겼다. 두 번째 숙소에서 개미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첫 번째 숙소에서도 작은 개미와 날벌레는 꾸준히 날아들어왔다. 자연친화적인 장소였으니 그럴 만했다. 호텔 측에서도 이러한 요소는 숙박객에게 꽤나 불편함을 준다고 느꼈던 것 같다. 모기 퇴치체와 비상 상비약을 늘 숙소 한 켠에 마련해두었으니.  


그렇지만 벽을 타고 줄지어가는 개미떼는 참을 수 없었다. 무려 한 박에 30만 원은 족히 넘는 곳이었고, 우리에게 의미 있는 두 번째 허니문 여행이었기 때문에. 청정지역에서 자주 보인다는 도마뱀은 예사였다. 밤길을 걸을 때마다 스치는 날벌레 소리, 숙소 안에 잠입한 도마뱀을 떼어낼 때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비둘기와 함께 최악의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저세상 위생관념…비둘기도 친구(?) 


하루는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식당에 갔다. 맛과 가격이 훌륭하다는 평이 자자한 곳이다. 그러나 세상에. 비둘기가 식당 테이블 아래를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발꿈치에 스치는 비둘기를 느끼면서도 남편은 괜찮다며 우선 빨리 먹고 나가자고 필자의 눈치를 봤다. 꾹 참고 먹으려던 찰나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비둘기가 푸드덕거리며 테이블 위를 날아간 것. 설상가상, 의사소통의 오류로 시키지도 않은 메뉴가 추가 결제돼 있었다. 결국 필자는 모든 비용을 환불받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2번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국이 너무 그리웠다


한국인으로서 사는 게 좋더라 


물론 여행의 모든 날이 다 별로는 아니었다. 분위기 좋고 저렴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치앙마이의 문화를 경험했다. 고즈넉한 사원을 둘러보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고, 산속 맑은 공기를 느끼며 액티비티도 즐겼다. 당연히 1일 1 마사지는 필수였고 말이다. 게다가 여행에 들뜬 나머지 짐을 잔뜩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캐리어 덕에 오히려 이동하기 편했다. 위생관념이 없는 숙소를 여러 번 옮기면서 우리의 캐리어도 힘겨웠을 터. 짐도 꺼내놓지 못했는데, 다행히 내부 포켓 덕분에 수납이 편리했다. 


그렇지만 계속 한국에 빨리 가고 싶었다. 어서 돌아가 집 욕조에서 반신욕을, 모든 곳에서 5g 인터넷을 즐기고 싶었다. 김치찌개에 갓 지은 쌀밥을 먹고 싶었다. 관광지만 찾아다니니 물가 또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실감했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여행을 갔던 것일까. 그 나라의 정취와 풍토를 느끼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 다만 그 정취와 풍토를 온전히 느끼기에 필자는 32살이 됐다. 아직 젋은데 무슨 말이냐고? 맞다. 그런데 이미 정신은 이팔청춘을 지났나 보다.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나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 여행지더라도 모두 다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부부는 아마 다음 여행은 한동안 국내로만 다닐 것 같다. 이렇게 뼛속까지 한국인인 이유를 알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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