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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01. 2020

결혼할 때 궁합 풀이 꼭 필요할까?

만약 배우자와 상극이라고 한다면?

“얘들아, 우리 사주 보러 가자.” 


구정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친구 A는 늘 그렇듯 우리에게 새해맞이 사주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요즘 들어 그는 부쩍 사주에 관심이 많았다. 인생의 앞날이 아닌, 정확하게는 ‘사랑’의 앞날이 궁금했던 A. 지인과 인터넷을 뒤져 타로와 사주를 기가 막히게 잘 본다는 곳 몇 군데를 찾아냈다.  


예전만큼 막연히 ‘제 연애운이 궁금해요’라고 할 게 아니라 마침 프러포즈를 받아 결혼 준비 중이니, 뾰족한 질문을 할 수 있을 터.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이가 궁금해 같이 가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필자는 궁금해졌다. 궁합을 봤는데, 그 남자랑 안 맞는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묻진 않았다. 워낙 사주 보는 게 익숙한 친구였으니 말이다. 풀이가 잘 안 나오더라도 재미로 보는 것이겠거니 싶었다.  


출처 : 영화 <박수건달> 스틸 컷


그 남자랑 헤어져, 안 그러면 송사에 휘말릴 수 있어!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 교외에 이 정도로 으슥한 곳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들어가는 차만큼 나오는 차도 상당했다. 예상대로 인기는 대단했다. 지난여름부터 예약이 꽉 차 있는 도사님이지만, 특별히 가족들도 단골인 곳이니 시간을 빼두겠다고 했던 분이었다. 문턱을 넘자마자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친구에게서 남자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던 도사님의 안색은 급격히 나빠졌다.  

“자기야, 이 남자 자기랑 정말 상극이야. 꼭 만나야겠어?” 

“왜요?” 

“기둥서방이길 원하는 것 같은데. 결혼 얘기 나오자마자 돌변할 상이야. 절대 만나지 마. 만날수록 자기가 가진 재운도 마를 거야. 잘못하다간 갈라설 때 소송도 해. 꼭이다?” 


이야기를 듣는 친구의 얼굴도 점차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친구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필자의 마음도 어두워졌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서로 상극이라는 게 기가 막혔다. 갑자기 무슨 오기가 들었는지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해주는 도사님께 내 운도 봐달라고 했다. A는 내 운을 듣고 나서야 앞으로 점괘는 믿지 않겠다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도사님이 내게 해 준 풀이는 이렇다. ‘35살까지 결혼하지 못할 것이며, 연하의 운동선수나 경찰을 만나 극적으로 싸우고 결혼할 것. 현재까진 연애운도 없어 만나는 사람마다 별것 없고 성에 차지 않음.’ 필자는 스물아홉에 결혼했으며, 매우 조신하고 현명한 배우자를 만나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쓴다. 


출처 : 영화 <청담보살> 스틸 컷


현재와 미래는 내가 정한다 


A는 아무래도 찝찝했는지 2~3곳의 점집을 찾았으나 거기서도 속 시원한 답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점집을 그렇게 찾아다닌 이유는 그와 결혼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 집착하는 게 아닐까 했다.  


사주-궁합 풀이는 매 순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회사 면접을 볼 때도 직원의 생년월일을 받아 궁합을 보는 곳도 더러 봤다. 문제는 그것들이 100% 오차 없이 행복하고, 불행해질 것이라는 걸 예측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게 분명한데 왜 맹신할까? 집착하면 할수록 그 틀 안에서만 삶을 한정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찝찝함은 마음속 한편에 자리해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믿는 자에게 괴로움을 선사한다. 행복한 순간에는 ‘이 사람이랑 왜 지금 행복하지?’ 안 좋은 순간에는 ‘이럴 줄 알았어’ 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물론 사태를 예단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그걸 보고도 100%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다.  


사랑한다면 그저 믿자. 이유 없이 신경 쓰이는 부분은 본인과 부모님의 ‘촉’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5만 원짜리 점괘가, 50만 원짜리 부적은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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