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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0. 2020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본
결혼과 가정의 ‘선’

그 선을 결코 넘지 마시오

*드라마 등장인물 소개에 쓰인 내용 이상의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어. 바람피우는 남자와 그걸 들키는 남자."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손제혁(김영민)의 대사다. <부부의 세계>는 한국사회에서 흔한 ‘완벽한 가정'이 남편의 외도로 인해 붕괴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이태오(박해준)보다 손제혁(김영민)이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비슷한 인물이 실제로 주변에 있고, 전해 들은 사례도 가장 많아서다.   


손제혁(김영민), 그는 남자를 ‘바람피우는 남자’와 ‘들키는 남자’로 분류하고, 수시로 외도를 즐기며 쾌락을 추구하지만 가정을 깨는 일은 하지 않는 뻔뻔한 캐릭터다. 그가 남자를 두 분류로 나눈 것은 다른 남자들도 자신과 다를 바 없으며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 딱히 죄책감을 가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아내인 고예림(박선영) 또한 남편의 잦은 외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한다. 윤택하고 평온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이고만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있다. 손제혁(김영민)이 만약 가정을 깨트리는 어떤 행동이나 품위가 떨어질 만한 일을 벌인다면 고예림(박선영)도 결코 참지 않을 테니까. 손제혁(김영민)은 밖에서 바람을 피우는 남자이긴 하나 그것을 집 안으로 가지고 오지 않는, 다른 의미로 깔끔한(?) 사람인 것이다.  


              출처 :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스틸 컷


반면 <부부의 세계>에서 참으로 깔끔 치 못한 캐릭터는 바로 남주 이태오(박해준)다. 잘 나가는 의사인 부인 지선우(김희애)와 슬하에 아들까지 두고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여자를 만나 단숨에 ‘선’을 넘어버렸다. 손제혁(김영민)에게 외도는 일시적인 쾌락이라면 이태오(박해준)에게 바람은 사랑인 것.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내연녀 여다경(한소희) 역시 이태오(박해준)가 가정을 깨고 자신에게 올 것을 믿고 이혼을 종용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모든 게 드러난 상황에서도  주인공 지선우(김희애)는 이혼보다는 천천히 상황을 두고 보며 복수를 꿈꾼다는 것이다. 머리채를 잡거나 공개망신을 주는 등 흔히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여자에게 예상되는 행동 또한 하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을 넘을 때는 신중한 것. “복잡하겠죠. 애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도 얽혀있을 거고 그러니까 결혼은 골치 아픈 거 아니겠어요?", “아빠 자리까지는 지켜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던 그녀의 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부부의 세계>의 또 다른 포인트는 주변인들의 태도다.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박해준)를 둘러싼 주변인들 역시 그들의 가정을 지켜주기 위해 태오의 바람을 선우에게 알리는 ‘선'을 결코 넘지 않는다. 모든 게 스스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이는 태오와 더 친하다거나 내연녀와의 사랑을 응원해서 그런 게 아니다. 거짓으로 쌓은 성이라고 할 지라도 결코 그 성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것이다. “내가 널 눈감아줬던 건 네가 이 감독 장난감이라서야…” 고예림(박선영)이 내연녀 여다경(한소희)에게 한 말에서 드러난다.


출처 :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스틸 컷


자, 이쯤에서 우리는 결혼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죽일 놈의 '선'. 넘지 말아야 할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경계하면서도 쉽사리 깨지지 않는 관계가 결혼이다. 두 사람의 인연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 아이, 가족, 주변 환경, 주변인 등이 가정을 이루는 구성 요소로 작용하여 자뭇 단단한 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부부의 인연은 한없이 약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녀가 만나 아주 약한 고리인 ‘사랑’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사랑이 지고 난 뒤, 결혼에서 남은 것은 시스템 속에서 굴러가는 인연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뒷맛이 씁쓸해진다.  


<부부의 세계>는 2018년 화제작 <스카이캐슬>과 함께 언급되곤 한다. <스카이캐슬>은 대학 입시와 관련된 카르텔, <부부의 세계>는 결혼 카르텔. 온갖 부도덕이 판을 치지만 겉으로는 고상한 성을 이루고 있는 기괴한 모습이 꼭 닮아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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