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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5. 2020

우리 결혼식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지?

‘우리 부모님 생각은 나랑 똑같아’는 나의 착각

상견례를 마치고 함께 사는 게 익숙해질 때쯤, 슬슬 식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험날짜가 정해져야 공부를 시작하는 것처럼 결혼식도 숙제처럼 느껴졌던 나는 날짜가 정해져야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기 있는 예식장은 1년 전에도 이미 좋은 날짜는 모두 잡혀버린다는 웨딩 카페의 후기들도 날 초조하게 만들었다.


뭐라도 하자며 집에서 찍었던 셀프 기념사진


우린 어디서 결혼하게 될까?


예식 하고 싶은 계절과 대략적인 날짜를 정하고 그동안 함께 결혼식장을 다니면서 좋았던 곳들을 이야기했다. 밥이 맛있었던 곳, 교통이 편했던 곳, 식장이 예뻤던 곳. 함께 연애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함께 다녀온 결혼식도 많아 따로 투어를 하지 않고도 대략적인 예식장을 추릴 수 있었다. 다만, 내 마음 한켠에는 해결하지 못한 찝찝함이 있었으니 우리가 알아본 예식장 리스트가 모두 서울이었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고향은 부산과 대구 사이에 있는 경남상도 창녕군이다. 대부분 예식은 신부 쪽에서 하고, 둘의 주생활 반경도 서울이었기에 우리에게도, 하객에게도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일 뿐 부모님, 정확히는 창녕에 계시는 시부모님께 ‘그렇게 하라’는 확답을 듣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는 자녀들이 많아 기회가 많으니 식장은 원하는 곳에서 하셔도 괜찮다’고 호쾌하게 말하던 지난날 아빠의 모습도 계속 떠올랐다.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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