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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15. 2020

친구들과 함께했던
스냅 촬영 준비기

제주 말고 강남에서 필름으로 스냅 촬영

친한 언니가 찍어준 사진 @suhyang_b


사진에도 ‘어떻게 나올까?’, ‘이상하게 나오면 어떡하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신뢰가 필요하다. 필름 사진이 취미인 내 주변엔 그런 신뢰가 쌓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찍고 찍힌 덕분에 20대를 추억할 수 있는 사진도 많다. 


결혼을 준비하며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스/드/메 중 ‘스’랄까. 하지만, 웨딩 플래너를 찾아가거나 웨딩 스튜디오를 찾고 싶진 않았다. 큰 액자 사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내 주변엔 나를 더 오래 봐왔고 잘 찍어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미로 재밌게 찍는 것과 달리 ‘결혼식’과 같이 중요한 자리에 사용할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하는 건 꽤 부담되는 일임을 알고 있다. 아는 사이거나 친한 사이일수록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워 먼저 부탁을 할 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을 먼저 헤아린 친한 언니가 말했다. 


“루리야, 결혼사진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찍어줘도 될까?” 언제나 믿고 찍을 수 있는 고마운 사람. 5월의 좋은 날, 우리는 그렇게 스냅 촬영을 하게 됐다. 


실내가 좋을까? 야외가 좋을까? 


율자의 봄에서 찍은 사진 (@suhyang_b)
율자의 봄에서 찍은 사진 (@suhyang_b)


스냅 촬영으로 제주도를 많이 가지만, 일하는 직장인이다 보니 5월 연휴를 활용해 사진을 찍기로 한터라 제주도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표를 구하는 것부터 전쟁일 것 같았다. 대안책으로 ‘우음도’를 생각하다 ‘율자의 봄’이라는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를 발견했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의 실내 스튜디오와 야외 가든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율자의 봄'에서 스냅사진을 찍기로 했다. (당시에는 스튜디오가 가오픈 상태라 꽤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대여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비싸졌다.)


프라이빗한 실내 공간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야외 가든도 있어서 실내와 야외 촬영을 모두 할 수 있는 스튜디오였다.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덕분에 우리끼리 편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꼭 웨딩드레스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ZARA에서 구매한 원피스들 (@suhyang_b)


셀프 웨딩을 전문점에서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소식에 약 8만 원 정도에 구매해둔 드레스가 하나 있었다. 물론 그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굳이 웨딩드레스를 구매 하진 않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실제로 입어보지 못하고 구매한 탓에 나중에 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고, 두 번째 이유는 구매하고 나서 보니 웨딩 카페 등에서 중고로 판매되는 드레스들이 많아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드레스를 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꼭 웨딩드레스가 아니더라도 스냅 촬영에 어울릴 드레스는 ZARA나 H&M, 에잇 세컨즈 등 스파 브랜드에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촬영에서도 ZARA에서 구매한 옷을 입고 촬영했다. 


사진 속에서 입고 찍은 옷이 ZARA에서 구매한 옷들이다. 훗날 하와이 신혼여행에서도 잘 입었다. 평소에는 입고 다니기 애매하지만 웨딩촬영이나 휴양지에서는 입을 만한 괜찮은 옷들이 스파 브랜드에 꽤 많으니 만약 드레스를 찾고 있다면 해당 브랜드를 눈여겨보아도 좋을 것 같다.  


고속버스터미널 조화 코너를 활용하세요! 


직접 만든 화환. 원하는 꽃들을 잔뜩 넣어서 만들었다.


사진 촬영에서 화환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조화를 이용해 직접 만들었다. 예전에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철사를 꼬아서 만들면 되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다.) 


화환의 경우, 발품이 좀 들더라도 다이소보다 고속버스터미널 조화 코너처럼 큰 곳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종류도 다양하고 같은 가격이더라도 조화의 질이 다르다. 가격도 저렴해서 비싸도 2만 원이면 풍성한 화환을 만들 수 있다. 개인적 취향으로 꽃이 다양하고 많은 게 좋아서 풍성하게 만드느라 재료를 좀 많이 산 편이지만 대략 1만 원 정도면 충분히 예쁜 화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주변에 함께 결혼 준비를 하는 친구가 있다면 같이 재료를 준비하고 나눠서 만든다면 더욱 좋을듯하다. 


스노우폭스 플라워에서 조금씩 구매할 수 있어요! 


가장 맘에 들었던 핑크색 꽃을 중심으로 여러 꽃들을 조금씩 구매했다!


부케 또한 조화로 할지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부케는 조화 티가 날 것 같아 생화로 준비했다. 생화인 탓에 미리 준비하기가 어려워 사진 찍기 하루 전 퇴근길에 다양한 꽃을 조금씩 구매할 수 있는 스노우폭스 플라워에 들러서 맘에 드는 꽃들을 조금씩 구매했다. 꽃집에서는 조금씩 달라고 하기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스노우폭스 플라워는 내 맘대로 골라서 계산할 수 있어 마음 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배운 적은 없지만 내가 마음에 드는 대로 꽃을 배치해서 부케를 만들었다. 꽃은 그 자체로도 예쁘니까 괜찮지라는 마음으로!


메이크업은 가장 먼저 준비하세요! 


겨우 예약한 메이크업샵!


다른 부분은 스스로 준비했지만 메이크업은 스스로 준비하기 어려울 것 같아 여러 곳을 검색하고 맘에 드는 곳을 찾았다. 볼터치를 좋아하는 편이라 수수하고 단정한 메이크업보다 색조를 잘 써주고, 나와 잘 어울리는 샵을 추렸고 2주를 남겨두고 예약을 하려고 연락했으나, 이미 예약에 찬 곳들이 많았다. 


만약 셀프 촬영을 계획하고, 메이크업을 따로 받을 예정이라면 촬영 날짜를 확정하자마자 가장 먼저 메이크업샵부터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인기 있는 곳은 꽤 긴 기간 동안 예약이 잡혀있는 경우가 많아 원하는 곳은 예약이 어려울 수 있다.  

 

사진은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합작! 


어디서/무엇을/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기록해둔 촬영 기획안(?)


친구들이 찍어주는 것이라 전적으로 맡긴다는 느낌, 부담이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일 일정 계획과 어떤 포즈의 사진들을 찍고 싶은지 등을 정리해서 PPT로 공유했다. (공유하면서 오히려 부담을 더 주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하기는 했지만…)  


우리 사진을 찍어준 언니는 실제로 촬영 경험이 많은 편이라 잘 리드해주었지만 경험이 적으면 우왕좌왕하다가 스튜디오 대여 시간이 끝나는 경우도 많거나 꼭 필요한 포즈의 사진은 놓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셀프 촬영은 미리 어떤 포즈의 사진이 필요한지, 어떤 포즈가 있는지 레퍼런스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핀터레스트에 ‘커플사진’, ‘Wedding poses’ 등으로 검색하면 좋은 예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매년 봄이면 떠오르는 추억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과거의 오늘’ 기능 덕분에 매년 5월이면 결혼식 사진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우리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나와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사진을 찍어주면서 환하게 친구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공주님, 왕자님 같은 웨딩사진이 아니라며 결혼 준비하는 내내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아마 우린 다시 결혼 준비를 해도 똑같은 선택 할 것이다. 온종일 이렇게 우리를 생각해주는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던 하루였고, 찍는 과정 또한 우리끼리 너무 재밌고 사진도 예쁘게 잘 나왔으니 같은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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