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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21. 2020

틴더에서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틴더 이용은 두 달, 만나기까지는 1년?

2019년 여름, 필자는 콘텐츠 핑계로 여러 데이팅 앱을 사용했었다. 겉으로는 비즈니스라고 했지만, 연애를 오랫동안 쉬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사심 90%, 일 10% 정도로 데이팅 앱에 열정을 쏟았다. 아만다, 글램, 틴더 등 웬만한 데이팅 앱은 다 한 번씩 사용했었는데, 그중에서도 엄지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틴더에 푹 빠졌었다.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아니면 왼쪽으로. 초반에는 사진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 같아 찝찝했지만, 스와이프의 마법은 실로 대단했다. 내 스타일인 사람을 이리도 간단하게 거를 수 있다니.  


매칭이 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유형이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 원나잇 앱이라는 명성답게 FWB(Friends With Benefit), ONS(One Night Stand) 같은 불장난을 원하는 사람들과 나처럼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친구나 연애 상대를 찾는 사람들로 분류가 되더라. 그중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는 카톡으로 넘어가 연락하고, 몇 명 만나기도 했었다. 소개팅은 아니고, 원나잇 하려고 만난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자리에서 필자는 은근한 긴장감을 즐겼다.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꽤나 즐거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친구도 뭣도 아닌 관계를 이어나가는 건 굉장한 피로감을 몰고 왔다. 한두 번 보고 마는 인스턴트 식 만남에 질려가고 있었고,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면서 점점 검은 속내를 들키고 싶어 하는 남자들도 짜증이 났다. 



이 사람 뭐지? 


틴더 거리두기를 할 때쯤 그를 만났다. 다른 지역에서 매칭이 된 사람이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신기하게 음악적인 취향이 잘 맞아 금방 절친처럼 대화를 나눴다. 옛날 노래, 옛날 감성을 사랑하는 필자처럼 그도 레트로 처돌이였다. 지금까지 이토록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 사람 뭐지?’ 싶었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일상까지 공유하며 매일 신나게 연락했지만 만나진 않았다. 내게는 ‘한 번 보고 말 사람은 안 보는 게 낫다’라는 앞선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있었으니. 물론 그도 만나자고 얘기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로 떠나야 했으니까. 


틴더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한 필자는 결국 모든 데이팅 앱을 삭제했다. 일말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연락한 사람은 수십 명이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였을까. 물론 콘텐츠로 뽑아낼 수 있는 스토리는 쌓였지만, 친구나 애인을 만들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망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허무했다. 아프리카로 떠난 그와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틴더 여행은 그렇게 여름과 함께 막을 내렸다. 



틴더 이 요망한 것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필자는 아이러니하게 코로나 덕을 봤다. 기념품 하나 못 건질 줄 알았던 틴더 여행에서도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뭐냐고?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일찍 귀국한 그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반가웠다. 역시나 얘기는 잘 통했고, 즐거웠다. 그러나 그가 만나자고 했을 때 ‘그래’라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틴더의 교훈이 아직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괜히 만났다가 잘 맞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을 잃을 것 같았고, 굳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몰라 참 재밌는 것 아닌가.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그냥 만나만 봐”라는 친구의 말에 허무하게 넘어갔다.


와인 바에서 만난 우리 둘. 분위기가 한몫했던 걸까, 와인에 취했던 걸까. 필자는 묘한 끌림을 느꼈다. 실제로 만나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훨씬 어른스러웠고, 바른 청년 같았다.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바로 다음 날 밥을 사주겠다며 그를 불러냈고, 3번째 만남에 우린 연인이 되었다. 한 번 꽂히면 직진하는 필자에게 홀라당 넘어왔달까.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필자는 항상 그가 궁금하다. 진지하게 한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를 잊고 살았었나 보다. 그래, 이 맛에 연애를 했던 건데. 점차 연애 세포가 살아나고 있는 요즘 스스로가 낯설다. 


사실, 연애를 위해 데이팅 앱을 권하고 싶진 않다. 섹스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아, 물론 섹스 목적이라면 아주 만족할 것이다.) 필자가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상대를 만났듯이 우연한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팅 앱을 이용해봐도 좋다. 운명의 상대는 아니더라도 핑크 빛 봄을 잔뜩 안겨줄 상대를 만날 수도 있으니.


+틴더 이용 TIP

1. 틴더는 기본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저를 먼저 보여주는데, 종종 먼 거리에 있는 유저들이 뜨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면 설정에서 거리 제한을 두면 된다.

2. 틴더에서는 사진과 프로필 딱 2가지로만 상대를 탐색할 수 있다. 필자는 몸 자랑, 외제차, 너무 많은 셀카, 이상한 명언 등을 걸어놓은 사람들은 걸렀다. 대체로 틴더 고인물들이었으며, FWB를 유도하는 뻔한 멘트를 날렸다. 마치 그들끼리 그런 멘트를 공유라도 하듯이. 같은 픽업아티스트한테 배웠나.

3. 온라인에서 가볍게 컨택됐다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는 신중하게 만나야 한다. 필자는 최소한 연락은 일주일 정도 하고 만났다. 이름, 나이, 지역, 직업 등 기본적인 정보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만나야 뒤탈이 없다. 사이비나 다단계, 사기 같은 위험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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