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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13. 2020

서울로 오지 않았더라면
결혼은 달랐을까

지방 친구 vs 서울 친구

나는 지방 출신으로 20대 중반부터 서울살이를 했다. 이제는 내 고향보다 서울이 훨씬 편하다. 지방러들 대부분이 그렇듯 어린 시절부터 대도시 중에서도 서울을 마냥 동경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흔한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대학교 졸업 후, 내가 원하는 분야의 직장은 고향이나 인근 대도시에서는 취업이 어려웠기 때문에 구직 과정에서 서울로 옮겨왔다.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적지 않았지만 나는 결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갈등 끝에 허락을 얻어냈고 약간의 보증금을 얻어 1톤짜리 용달에 소박한 짐을 실어 서울로 이사했다. 


그렇게 20대에 시작한 서울살이는 녹록지 않았고 초반 적응에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이후 나의 삶은 온통 직장과 일로 가득 찼다.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 노력했고 성공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 간다기보다 생존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10여 년이 지났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의 엄마가 되는 삶은 나와 많이 멀어져 있었다. 소위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한참인 지금 나의 고향의 친구들과 서울 친구들이 사는 모습은 많이 다르다.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일찍 결혼했고 모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내 고향에서는 그런 모습이 당연하다. 일찍 결혼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크고 워킹맘으로 사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다. 전부 임신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대로 가정주부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은 아이들 사진으로 가득하고, 친구의 사진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찾을 수가 없다. 생일이나 인생의 이벤트가 있을 때 가끔 연락할 뿐 ‘친한 사이’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사는 방식이 너무 달라져 만나서 이야기로 좁힐 수준을 넘어섰다. 


반면 내가 서울에서 만나 사귄 친구들 중에는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이 더 많고, 비혼을 선택한 친구도 많다. 결혼을 하고 싶어 했던 친구들은 30대 중반이 돼서야 결혼했다. 내 고향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늦은 편이다. 서울에서 결혼을 위한 준비를 마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가장 큰 원인은 살인적인 물가, 집값이다. 생각해보면 지방 친구들은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괜찮은 집을 얻고 자동차를 구입한 반면 서울 친구들은 이런 과정이 느린 편이다. 


서울 친구 중 결혼한 친구는 최근에  좀 많아졌지만, 아이를 가진 친구는 손에 꼽는다. 이제야 아이를 계획하고 있거나, 딩크족을 선언한 친구들이 더 많다. 아이를 가지는 순간 인생은 그대로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자신들의 삶이 없어진다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가족보다는 자아를 지키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 시간, 에너지를 쏟기 때문이다. 양육비에 들어갈 돈을 계산해 온전히 부부가 즐기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내 고향 친구들은 고향에 가도 가정 때문에 만나기 어려운데, 서울 친구들은 만나기 어려운 편이 아니라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래서 기혼인 친구들 대부분과 멀어지지 않았다.  



내가 만약 고향에 그대로 살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나도 친구들처럼 일찍 결혼해 한 가정의 아내로만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 가족들과 지근거리에 살며 아이를 공동 육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고향 친구들의 삶이 좋거나 내 삶이 더 낫다거나 평가하는 건 아니다. 삶이 안정되지 못해 오는 불안을 무게로 따지면 내 쪽이 훨씬 큰 건 사실인 것 같다. 서울살이 자체가 내겐 언제나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었으니까. 대신 친구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다는 걸로 위로해본다. 이제 보니 20대 그 시절 서울로 이사한 것이 내 인생의 물줄기를 확 바꿨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앞으로 중년이 노년이 되면 또 어떻게 서로 달라져있을까 상상해보는 게 재밌다. 인생은 참 짧은 것 같으면서도 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라는 말, 그게 이 상황에서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계속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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