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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03. 2020

불륜보다
파혼과 이혼이 백번 낫다

불륜은 상대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남편이 결혼 전 여자가 있었다.
내가 직접 꾸민 신혼집에 나 모르게 그 여자를 들였다.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요 며칠 온라인을 발칵 뒤집은 포항 불륜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4년 차 결혼 생활 중인 ‘주부’ 입장에서 과몰입해 읽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을 몇 번이고 읽었다. 오전에 읽은 이야기는 어느덧 오후가 되니 주변에서도 공유되고 회자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직후였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사연을 읽고 조롱하는 이들도 생겨났고, 진실인지 알 길 없는 무수한 뒷소문도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결혼이란 뭘까? 그리고 이혼, 이전에 파혼은 또 무엇일까. 두 지인의 이야기를 상기하며 일련의 일들을 반추해봤다.  


출처 :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틸 컷


우리 이혼했어요. 패배자가 된 기분은 뭐지?


지인 A 부부의 이혼은 조용히 진행됐다. 실은 이혼한 줄도 몰랐다. 장거리 커플이었던 이들은 연애시절부터 두 지역을 오가거나 중간에서 만나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 결혼에 골인했다.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더 빨리 같이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결혼하고서도 연애할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살진 못했다. 또 다른 지방으로 발령을 가야 했기 때문. 생이별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급기야 이들 부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고 부모님 댁 근처로 거처를 옮겼다.  


갈등은 거기서부터 조금씩 시작됐다고 A는 말했다.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어 약을 먹어야 했고 배우자를 만나러 집에 갈 때마다 부모님과의 미묘한 신경전이 쌓여갔다고 한다. 몇 가지 난처한 상황에 한소리를 들을 때마다 본인을 생각해 주긴 커녕, 부모님 편을 들며 자신을 비난한 배우자를 보며 A의 마음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의사소통의 방식이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는 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연애를 더 충분히 해볼걸'하고 그는 후회했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조용히 연차를 쓰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3년째. 회사 사람에게도 ‘돌싱’ 임을 알리고 싶지 않고, 주변의 결혼식에 불참한 지도 3년 째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이를 제외하곤 친구와의 만남도 극도로 기피한다. 결혼은 그에게 인생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출처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 컷


우리 파혼했어요. 지금이라도 다행이야 


친구 B의 결혼식이 갑작스레 취소된 걸 안 건 그의 청첩 모임에서였다. 모바일 청첩장으로 먼저 소식을 알려 미안하다는 그는 친구들을 급히 소집했다. 아무리 역병이 창궐하더라도 친구들에게 소식은 제대로 전하고 싶다며 본인의 집으로 우릴 불렀다.  


모바일 청첩장 속 사진의 아름다운 예비부부의 사진을 보며 우리 모두는 칭찬을 했다. 와인 몇 잔을 마시던 B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이냐며, 연기한 것도 아니고 취소라니. 친구들은 적잖이 당황했으나 그를 다독였다. 가까스로 진정한 B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순간 머릿속으로 몹쓸 추측이 지나갔으나 당사자의 일을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결혼식이 2주 남은 상황, 주변엔 한 달 전부터 슬슬 ‘코로나’ 때문에 미뤄졌다고 둘러대기 시작했단다. 우리 또한 그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조상신이 구하신 게 아닐까 싶다. 한편으론, 참 예쁘게 만나던 사이였는데라는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결혼은 한 단계를 넘은 대단히 어려운 시험 단계에 드는 장치인 건가 싶기도 했다.


출처 :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 컷


이혼이든 파혼이든 두 사람의 결정… 그래도 ‘불륜’은 말아야 


두 사람이 헤어지고 만나는 건 쉽게 잊기 힘든 파장을 만든다. 다만 우린 성인이다. 그들과 함께한 기억은 적당히 모르는 척하며, 만들어주는 망각을 이용하며 기억 속 심연으로 지워가야 한다. 이혼이든 파혼이든 그러면 그만이다. 성격이나 성향 차이는 두 사람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문제는 ‘불륜’이 만들어 낸 파장이다. 평생을 함께하자는 약속과 함께 깊은 신뢰를 깨트렸을 때 받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 아물더라도 큰 흉터를 남긴다. 상대방을 원망함과 동시에 ‘내 잘못인가? 내가 많이 부족했었나?’하며 스스로 검열하고 자책하는 상황도 만든다. 오롯이 고통을 감당하는 당사자를 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배신과 거짓은 여러 사람을 피멍 들게 한다. <부부의 세계> 이태오가 남겼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처럼 내 마음 하나도 어쩌지 못하니 진심을 따르겠다는 것만큼 비겁하고 잔인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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