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밌다.
한국에서 일요일 아침 출발, 도쿄에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하와이에 도착하니 다시 일요일 아침이 됐다. 한국, 일본, 미국에서 일요일을 모두 경험한 일요일이 끝나지 않는 허니문.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과 여름 공기를 마시며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내렸다.
호텔 픽업 서비스 대신 가이드 투어
가이드 투어는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더 이상 여행책도 사지 않는데, 굳이 돈을 주고 누군가를 따라다녀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작년 2월, 엄마와 함께 다녀왔던 스페인 여행 덕분이었다. 여행하는 도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볼 수 없는 그 도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음 여행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가이드 투어를 통해 알게 됐다.
신혼여행으로 간 하와이에서도 가이드 투어를 선택했다. 하와이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0시 무렵으로 공항 도착 후 호텔 체크인까지 약 4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데, 그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와이의 주요 스폿을 구경 후 호텔로 데려다주는 시내 관광 가이드 투어가 있었다. 고객의 필요를 잘 파악한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가이드 투어에 대한 편견도 사라진 터라 흔쾌히 신청했다.
하와이 가이드 투어의 장점
공항에 도착하니 SUV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지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가이드님께서 주신 플루메리아라는 하와이 꽃을 건네받아 왼쪽에 꽂고(결혼한 여자는 왼쪽에 꽂는다고) 알로하 타워부터 이올라니 궁전, 탄탈루스 전망대까지 오직 우리 팀만 구성된 가이드 투어가 시작됐다.
낯선 여행지에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생기는 건 꽤나 든든하다. 하와이에서는 렌트를 해서 다닐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실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교통법, 주차 등) 가이드의 조언을 미리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굳이 찾아가지 않을 장소를 가이드 투어를 경험해보는 것 또한 나름 재밌었다. 사실 다들 가는 곳은 안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가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들 가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장소의 의미를 현지 가이드를 통해 들으면 명소를 찍고 오는 게 아니라 알고 오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하와이에서 가이드 투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거였다. 오전 11시 공항 도착, 호텔 체크인을 오후 2시로 정말 애매한 시간에 도착하는 데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몸이라 어디를 찾아가기도 힘들다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거 하나만 생각하고 가이드 투어를 예약해도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아마도 카페 등에서 어영부영 보냈을 시간에 하와이의 전반적인 지형을 편하게 익힐 수 있으니 좋고 호텔까지 차로 편하게 온 것도 너무너무 굿 초이스였다.
가이드 투어의 마지막 장점은 셀카가 아닌 둘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생긴다는 것이 아닐까! 특히, 다수의 경험으로 가이드 분들은 예쁘게 나오는 위치를 잘 알고 계셔서 결과물들을 보면 모두 맘에 들었다.
하와이 가이드 투어의 단점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일단 가이드의 역량. 가이드님과 우리 커플만 다니다 보니 가이드와 안 맞을 경우, 여행 처음부터 굉장히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긴 비행으로 피곤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지치기도 했다.
우린 둘 다 하와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호텔까지 편하게 갈 겸, 하와이에 대한 지형도 익힐 겸 가이드 투어를 선택했지만, 두 번째로 가게 된다면 호텔의 얼리 체크인을 이용하거나 짐을 맡겨두고 와이키키를 즐길 것 같다.
허니문의 시작
대략 4시간의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오후 3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잠들면 못 일어날 것 같아 바로 씻고 옷만 갈아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 호텔에서 조금 걸으니,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이 눈 앞에 있었다. 꿈만 같은 허니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