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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20. 2020

30대가 되어
<섹스 앤 더 시티>를 다시 보았다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와 사만다에게 느낀 반전

코로나19 이후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일하는 시간 외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어릴 적 재밌게 봤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1998~2004년 방영작)’가 생각났다.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욕에 사는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 등 여성 4인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드라마다.


보수적인 경상도에서 태어나 대표적인 ‘K-차녀’, ‘유교걸’로 쑥쑥 성장하던 어린 시절 ‘섹스 앤 더 시티’가 보여준 연애와 섹스관, 인생관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열광하며 보던 이 드라마를 30대 중반인 지금 보면 어떨까 참으로 궁금했다.


출처 : 헐리우드 와이프 홈페이지


시즌 1~6을 정주행 하며 놀란 점은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내용이 공감 간다는 것이다. 옛날 가치관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흥미로운 건 예전에는 ‘캐리'라는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는데 지금은 4명 중에서 가장 별로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전형적인 성격으로 쉽게 감정에 빠져 돌발 행동하는 일이 많고 대화의 대부분이 자기 기분이나 하소연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피곤하게 느껴졌다. 


이런 친구들은 현실에서 대부분 기피대상인데 드라마에서는 친구들이 캐리를 무조건 ‘우쭈쭈’ 해준다. 무엇보다 ‘연애’에 관해서는 항상 신여성인 척 해왔던 캐리지만 결국 ‘운명적 사랑'을 찾는 게 인생의 목표라는 것을 인정해버리는 부분이 아쉬웠다. 캐리 외 다른 인물들은 현실적인 연애 나 결혼 스토리를 가지지만, 캐리의 연애는 유독 비현실적이며 신데렐라 스토리와 다르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출처 : 섹스 앤 더 시티 팬덤 홈페이지


30대의 시선으로 다시 이 드라마를 정주행 했을 때, 가장 이상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바로' 샬롯'과 '사만다'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두 명은 가장 나다운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스스로 정한 삶의 방향과 신념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샬롯은 현모양처를 꿈꾸며 상류층의 완벽한 삶을 원하는 캐릭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고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기에 가장 행복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애와 결혼 없이 행복한 삶도 많지만, 이성과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쪽을 택했다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도 비슷한 인물이 몇 있는데, 신랑감도 잘 골랐고 결혼 생활도 평균 이상으로 모범적이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고 고통도 감내할 줄 아는 현실적인 친구들이기도 하다. 


출처 : 섹스 앤 더 시티 팬덤 홈페이지


샬롯보다 더 멋진 건 역시 사만다다. “한번 사는 인생, 다음 생은 사만다처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샬롯과 반대되는 캐릭터로 으레 여성에게 강요됐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나 삶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다.


사회적으로도 성공해 재력마저 갖춘 그녀에게 남자란 소유하거나 소유되는 대상이 아니라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도구일 뿐. 가끔 사랑하는 남자가 생길 때도 있지만 그 남자로 인해 자신의 색을 잃어갈 때면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나를 더 사랑해!”라고 외치며 제 삶으로 돌아간다. 과거 이 드라마를 볼 때 사만다는 언변이 거칠고 섹스 중독자 같아서 보기 불편했는데, 이 나이가 되어 다시 보니 세상 이런 캐릭터가 없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과감해서 시원하게 느껴졌다.


코리아-유교걸에서 벗어나 신여성으로 살아보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부모님이 살아온 발자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을 깨달은 30대의 내가 대리 만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출처 : 프랑스 보그 홈페이지


삶의 방향을 확고히 되도록이면 빨리 결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시청자들은 사만다와 샬롯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불행히도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아직도 헷갈리는 것을 보면, 일찍 행복해지기는 틀렸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나에게 그나마 남은 한줄기 희망은 ‘미란다’라는 캐릭터다. 좌충우돌하다가 마침내 깨닫고 행복해지는 미란다의 삶이 우리네, 아니 내 현실에서 가장 ‘절충 가능한 행복’으로 여겨진다. 긴 시간의 방황은 나다운 삶과 옳은 결정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미란다는 증명했기 때문이다. 진흙탕을 구르던 막차를 타든 간에 결과가 좋고 마침표가 아름다우면 되는 거다. 모든 게 차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마저 없으면 삶은 암흑 속일 뿐일 테니까.


다 잊어도 시즌 1의 1화의 진리는 절대 잊지 말자. ‘나이 들수록 멋진 남자의 수는 줄어들고 멋진 싱글 여자는 차고 넘친다’라는 사실 말이다. 뉴욕이든, 서울이든, 대한민국 어디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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