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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23. 2020

한국에서 스몰웨딩이 불가능한 이유

스몰웨딩, 왜 한국에서는 한계가 있을까?

나는 아직도 한국의 결혼식(wedding ‘ceremony’)에 부정적이다. 결혼 준비를 시작했을 때는 뿌리깊은 결혼식 제도를 ‘내가 깨부수고 남들과 다른 결혼식을 하리라’라는 도발적인 생각이 강했다. 둘이 좋아서 하는 결혼식인데 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따져야 하는지, 누가 왔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나는 결혼식을 단체 사진과 축의금 명단으로 참석자를 더듬어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을 미루고 취소하는 스트레스를 받느니 오픈 카톡방에 부르고 싶은 지인을 초대해서 ‘나 결혼한다. 알아서들 축하해주고. 결혼식은 안 와도 돼. 축하 끝나면 이 방 나가도 된다’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라고 생각 한다.


이런 생각으로 결혼 준비를 하면서 스몰웨딩도 고려해봤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예비부부, 아주 지극히 서민이고 평범한 가족이라면 스몰웨딩은 현실적인 제약이 매우 많다. (아, 여기서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라 함은 가족 중 아무도 스몰웨딩을 해본 적 없고, 해외에서 거주해본 적 없고, 평범한 결혼식을 다니며 이미 축의금을 많이 뿌린 가족을 말한다.)



첫 번째는 하객 수다. 스몰웨딩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과 양가 가족이 합쳐 보통 최대 150명 정도가 보증인원이다.  그 이상이 넘어가면 힘들다. 나는 인맥이 좁아 충분히 스몰웨딩이 가능하다 생각했지만 신랑의 경우 친구 무리가 20명이 넘었다. 그중 안 친한 사람을 빼라고 하면 20명을 전부 안 부르겠다 주의였다. 20명이랑 다 똑같이 친한 것은 아니겠지만, 같은 무리 중 어떤 친구는 초대하고 어떤 친구는 초대 안 하자니 친구 입장에서 은근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게 분명했다. 간택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지인 결혼식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나는 초대받았지만, 다른 사람은 초대받지 않았는데 같이 가자고 묻는 것이 고민되었던 적도 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직장에서 몰매를 맞을 수 있다. 결혼 휴가를 쓴다면서 결혼식은 왜 초대하지 않는지 등 당연하게 눈치 보일 수밖에 없다. 초대를 받고 결혼식에 가지 않는 것을 내 선택일 수 있지만 초대 자체를 거부당하는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다. 결국, 이런저런 사항을 고려했을 때, 스몰웨딩을 하기에는 인간관계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점이 걸렸다.



두 번째는 웨딩홀의 위치다. 스몰웨딩은 보통 프라이빗한 정원이나 주택을 개조한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 말인즉슨, 웨딩홀의 위치가 애매하여 대중교통이 아닌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두 차량을 가지고 오면 좋겠지만 하객의 상황에 따라 어렵다. 특히, 주차 공간은 보증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예식날 일일이 발레파킹 한다고 대기할 차량들과 하객을 생각하면 카오스다.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해도 문제다. 찾기 어렵거나 도보로 이동이 많은 위치에 있다. 누가 봐도 웨딩홀이 아닌 곳에 있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만 부르는 스몰웨딩인 만큼 물론 다 참석은 하겠지만, 내 결혼식을 오는데 불편함이 있었다는 기억을 주고 싶진 않았다.



이 외에도 스몰웨딩이라는 이름으로 예산은 빅 웨딩인 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기획해야 한다는 결혼식이라는 점 등 시간적으로 여유 없는 직장인 예비부부에게는 매우 리스크가 큰 예식이었다. 그래서 결국 스몰웨딩의 로망을 포기했다. 


하지만, 나처럼 스몰웨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제시할 수 있는 옵션은 피로연이다. 가족이 멀리 있다면 가족끼리만 하는 작은 결혼식으로 대체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피로연을 파티 형식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신랑 신부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결혼식 문화가 하루빨리 ‘인간적’으로 변해서 기계처럼 시간 내에 식을 끝내고 정신없는 예식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즐기고 파티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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