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전혀 몰랐다, 이렇게까지인 줄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친구 A의 소감이다. 결혼 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두 사람은 손끝만 스쳐도 일촉즉발의 예민함이 감돌았다. 이제는 모든 게 다 끝나서 마음 놓고 쉴 수 있겠다며 한숨 푹 내뱉던 친구에게선 후련함 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런데 있잖아, 너도 그랬어?”
“뭐가?”
“아니 웨딩업계 이해가 안 되는 게 많아.”
무슨 말을 쏟아낼 것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바로 눈만 돌리면 겁난다는 ‘추가 지옥’을 지나왔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스드메만 해선 몰랐던 것
대부분 많은 커플이 결혼식 전에 ‘리허설 촬영’을 진행하며 인생에 한 번이라는 이유로 큰돈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친구도 그랬다. 일생에 가장 공들인 예쁜 시절이니 전문 작가와 함께 그 모습을 남기고 싶어 스드메를 기꺼이 했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그들이 추구하는 느낌의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 샵을 찾아 일일이 직접 문의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원본 사진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다. 샘플 화보에 구현됐던 컷도 모두 보정이니 수정본을 추가 구매해야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뿐 아니었다. 촬영 이후 사진 셀렉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추가하고 싶은 사진을 장당 따로 구매해야 했다. 액자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다 ‘추가’여서 묘한 기분을 느끼며 구매하고 나니, 원래 예상했던 금액보다 2배는 더 늘어있었다.
다들 이렇게 구매하는 건가?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하며 액자까지 받아 든 자신을 돌아보며 원래 이렇게 충동구매를 잘했나? 라며 고개를 갸웃했단다.
드레스 비용이 또 추가된다고요?
업체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추가금이 과하다고 느낀 품목엔 ‘드레스’도 있다. 아마 한 번이라도 드레스 투어를 가보았거나 혹은 친구 입장에서 같이 가본 이들은 잘 알 것이다. 얼마나 많은 돈이 눈먼 곳에 쓰이는지. 최종적으로 어느 샵의 드레스를 입을지 선택하기 위해 3군데 정도 드레스 샵을 투어 한다. 문제는 한 곳에 갈 때마다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10만 원씩 피팅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드레스는 누가 입혀주지 않으면 안 되기에 그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기는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문제는 드레스의 라인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기본 라인의 드레스를 입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막상 드레스를 입어보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라인의 드레스가 훨씬 이쁘다. 돈을 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셈이다. 여기서도 상술은 발생한다. 퍼스트 웨어, 색상 변경 추가 비용, 심지어 코로나 때문에 생겨난 ‘분리 예식’ 추가 비용 등 다양한 곳에서 고객을 당황스럽게 하는 일이 생겨난다.
보통 추가 비용은 앞서 언급한 5만 원에서 수십 만원까지 이른다. 쩨쩨해지고 싶지 않지만, 예상했던 예산보다 훌쩍 넘어버리면 또 다른 곳에서 추가될 비용에 차질이 생겨 내려놓는 경우도 상당하다. 결혼식 준비는 이렇게 자존심에 흠집 하나를 남긴다.
정찰제 업체가 많아지는 이유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마음에 드는 것으로만 고를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돈 좀 아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추억을 만드는 데 이렇게 큰돈을 써야 한다는 당황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최근 웨딩업계에서도 추가 비용에 대한 고객 불만을 인식해서 정찰제로 운영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웨딩 업계의 거품을 비판하며 위축된 시장 속 소비자를 1차로 안심시키기 위해 정찰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정찰제로 간판은 바꿨지만 추가 비용은 그대로다.
고객 취향이 다양해지며 늘어난 옵션에 대한 추가 비용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정선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정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