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D-100! 제주댁의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
"날 잡아 놓으면 시간 빨리 간다."라고 말했던 결혼 선배의 조언은 맞았다.
결혼식을 21년 5월로 미루고 D-day 설정을 해두었는데, 500일도 넘게 남아 있었던 것이 어느새 두 자릿수로 진입했다. 결혼 준비는 미리 해두어 옆에서 자고 있는 남자 깨워 손잡고 예식장 가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능한 것들은 미리미리 처리해도 준비해야 할 일이 쌓이고 있다. 식을 코앞에 두고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아찔한 기분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D-100 시점에서 준비해야 할 결혼 준비 리스트를 정리해 봤다.
식이 다가올 때쯤 온 가족이 모여 상견례를 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5인 집합 금지가 유지되면서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어차피 양쪽 집 드나들며 서로 형제자매 얼굴까지 다 본 입장이라 상견례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어른들은 그게 또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우리 집은 1남 1녀에 오빠가 미혼이라 다 모여 봤자 4명으로 단출하고, 남자 친구는 조카들까지 합치면 10명이 넘는 대가족이라 인원수를 맞추며 일정 조율까지 하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예상보다 시점이 뒤로 미뤄져 양가 의견에 따라 설 연휴 이후 방역지침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부지런한 신부라면 진작 시작했겠지만, 긴 시간 아름다움을 위해 신경 쓸 자신이 없어 짧고 굵게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 오랜 콤플렉스 교정을 위한 시술과 극히 건조한 피부 상태 개선을 위한 시술을 계획 중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플렉스 하겠다는 이야기다. 목표는 무결점 깐 달걀 피부보다는 메이크업을 잘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하기 위함이다. 체형교정과 다이어트는 유튜브 전문가 선생님과 함께 셀프로 해결해야지.
다른 지역에서 올 손님들이 있어 청첩장 준비를 조금 일찍 하려 한다. 사실 ‘청첩장에는 돈 쓰지 말라’는 조언을 귀담아듣고 10곳쯤 되는 청첩장 업체에서 샘플을 받았다. 하지만, 제주 스냅과 스튜디오 촬영 사진이 버려지는 게 아까워 결국 셀프로 하기로 했다. 이미 앞면 디자인과 문구까지 디자인을 끝내 놓은 상황이라 샘플로 몇 장 주문해 받고 검토 후 최종 발주할 예정이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청첩장 모임도 계획해야 한다.
양가 혼주의 본식 당일 헤어 메이크업과 의상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왔다. 우선 ‘있는 한복 입겠다’는 혼주와 ‘가능하면 맞춤을 하고 싶다’는 혼주 입장을 모두 고려해 비교적 가성비 좋은 대여 한복점에 피팅 예약을 해두었다. 플랜 B로 친구의 시어머니가 하시는 한복집에서 맞춤을 진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헤어 메이크업은 양가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예약을 완료했다. 당일 혼주와 같이 있으면서 챙겨 드리는 게 좋다고 하지만, 내가 예약한 헤어 메이크업 샵은 소규모 1인 샵이라 번잡스러울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방이라 업체 선택의 폭은 좁고 비용은 비싸다는 것. 그나마 아버지 혼주 양복은 기성 브랜드의 반맞춤 방식으로 구매해 이미 수령까지 마쳐 일거리를 하나 덜었다.
본식 드레스와 메이크업 업체를 미리 계약했었는데, 볼수록 내가 추구하는 야외 결혼식의 무드와 스타일에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고민 끝에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헤어 메이크업은 제주 스냅 헤매를 주로 진행하는 1인 샵이지만 후기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인 자연스러운 느낌의 업체로 예약 완료.
하지만, 드레스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다. 가볍고 살랑살랑한데 너무 초라하지 않고 신부 느낌이 확 나면서, 헬퍼 도움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드레스가 어디 없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중이다. 몇 개 드레스샵에 이 즈음 피팅을 가려고 한다. 다행히 신랑 예복은 수령만 하면 끝! 넥타이나 하나 예쁜 것으로 사주어야지.
전문 웨딩 베뉴가 아닌 곳에서 식을 치르다 보니 성혼 서약서나 선언문, 방명록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야외 결혼식이라 화촉점화 대신 샌드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고 예물 교환도 하고 싶어서 반지 케이스도 필요하다. 욕심을 부려 전부 제작할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할지 남은 시간 동안 심사숙고해 보아야겠다. BGM은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 클래식이냐 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본식 당일, 예식에 함께 하는 업체는 예식장만이 아니다. 예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줄 플라워와 음향, 예식의 시작과 끝을 담아낼 본식스냅과 본식DVD, 공간 대여와 식사를 맡아 줄 예식장, 전체 진행을 담당할 사회자까지 미리 점검이 필요하다.
대부분 결혼 준비 시작과 함께 계약 완료된 곳이지만 계약은 시작일 뿐. 원하는 느낌의 레퍼런스를 준비해서 전달하고 예식 식순과 멘트를 준비하고 세세한 부분을 조율하다 보면, 이 시점에 엄청 바쁘거나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된다. 매끈한 진행과 주목도를 위해 전문사회자는 필수라 생각하는데, 지역 특성상 선택의 폭이 좁아 걱정이다.
최종적으로 하객 인원을 체크하고 타 지역에서 오는 하객들을 위한 교통편, 숙소와 답례품 같은 결정 사항들을 점검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클 사항이라 마지막까지 속을 끓일 것 같다. 당일날에도 불참 연락이 온다고 하니 멘탈 관리도 필수.
신혼여행, 신혼집 관련된 것은 제외했는데도 굵직한 항목들만 이 정도다. 미리 해야 할 것은 마친 상태고 폐백을 하지 않는데도 정리할 것이 많다. 어지간한 건 다 된 것 같은데 뭔가 빠진 느낌이 자꾸 든다면, 남은 시간 해야 할 일을 리스트업 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막연한 불안은 잠재워주고 새로운 의욕을 북돋아 줄 테니까. 그럼, 결혼 준비 후반전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