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Feb 24. 2021

야하대서 본 넷플릭스 <브리저튼>
뜻밖의 교훈을 얻다

<브리저튼>에 나타난 결혼의 의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리뷰 중 줄거리가 암시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이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1800년대 영국 상류사회의 사교계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브리저튼 가문의 다프네가 바람둥이 공작 사이먼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스캔들과 로맨스를 담았다.


“재밌다"는 주변 평가보다는 “야하다” “자극적이다”라는 후기를 많이 본 지라 내심 기대를 하고 시청을 시작했다. 첫 화, 도입부에 약간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길래 “오~ 역시 전해 들은 대로군”했다. 그런데, 웬 걸... 시즌 후반부 무렵에서 야한 신이 터지고, 전체적으로는 그런 부분은 일부에 불과했다. 기대보다 건전한(?) 드라마였다는 게 내 평가다. 치정이나 범죄로 가득한 우리나라 안방 드라마가 ‘브리저튼'보다 훨씬, 몇 배나 자극적이다. 솔직히 음흉한 마음으로 시청을 시작했지만, 초반의 기대를 곧 잊고 정말 집중해서 본 데는 이 드라마가 결혼의 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극적인 장면을 걷어내면 훨씬 더 드라마가 주는 감동이나 의미가 더 잘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처 : NETFLIX <브리저튼> 스틸 컷


<브리저튼>은 오직 ‘결혼’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교계 남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갓 사교계에 진출한 주인공 다프네는 수많은 신랑감 중에서도 최고를 고르기 위해 노력한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 상류사회의 여자는 오직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기 위해 길러지는데, 주인공은 사명을 완벽히 따르는 순종적인 여성이다. 그 해 최고의 신붓감으로 꼽힐 정도로 완벽한 내, 외면을 갖춘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 그녀가 최고의 신랑감을 앞두고도 갈등을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사랑' 때문이다. 치명적인 결점을 발견한다고 해도, 자신의 온 마음과 몸이 향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운명을 선택하고야 만다.


주목할 것은 그 사랑이 처음에는 ‘우정’에 가까운 형태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남녀가 한 공간에만 있어도 추문이 되는 사회에서 남녀가 진정한 우정을 쌓기란 쉽지 않다. 두 사람은 나중에 서로를 선택한 이유로 “대화를 했을 때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를 만큼 늘 재밌었다”라고 했을 정도로 캐미가 잘 맞았다. 이 같은 이유에 왕비는 “결혼 생활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우정이라는 사실을 아는 흔치 않은 행운아일 수도 있다”는 대사를 한다. 이 말에 거의 모든 게 담겨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결혼은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시스템이자, 인간을 통한 거대한 생태계를 이어가게 만드는 어떤 장치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애는 가까이 들여다볼 수 록 비극이며 개인의 삶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으며 대수롭지도 않다. 어른들이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훌륭한 집안의 자제들로 정략적 결혼이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결국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 만드는 그 하찮지만 소중한 역사에 동참해버린다. 케미가 맞지 않은 사람과 결혼해 연극 같은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내밀한 감정에 충실하는 중대한 선택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한 선택이 나나 서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최선의 길이길 바라면서. 다프네는 자신의 선택이 옳은 지에 대해 무척이나 두렵고 불안한 감정을 내비치면서도 도망가지도 번복하지 않는다.


출처 : NETFLIX <브리저튼> 스틸 컷


결국은 본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냈고 안개에 싸인 듯 불확실하기만 했던 미래 저 너머에는 로또 1등 당첨과 같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브리저튼>에 그려진 것처럼 기혼자들은 결혼을 흔히 ‘복불복'이라고 표현한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해도 결혼으로 헤어지는 인연이 있는 이유는 결혼이라는 마개를 따지 않고서는 음료수병 내용물로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은 아예 다른 장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띈 조건을 애써 지워나가며 확률 게임에 배팅할 수밖에 없다.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이나 다름없는 것이 결혼이다. 하지만, 배팅만이 전부가 아닌 이유는 결국 상대방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흉터와 결함, 단점까지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다프네의 마지막 대사는 결국 모든 것을 이겨낸 힘은 ‘사랑'임을 뜻한다. 사랑을 선택했더니, 좋은 조건이 따라온 데다 산적한 문제들마저 모조리 해결되는 해피엔딩이다.


혹자는 이러한 결말이 뻔하다고도 한다. 신데렐라 스토리나 다름없지 않냐는 것. 실제 내가 느끼기에도 이 드라마의 사건이나 인물의 감정선은 어떻게 보면 정말 하찮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끝을 볼 때까지, 두 볼을 발갛게 상기시킨 채로 “너무 재밌다!”라고 외친 이유는 다프네, 당신이라도 결혼을 통해 행복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에, 온갖 문제로 가득한 이 시국에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단순한 명제보다 쾌감을 주는 게 또 있을까.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결혼이 뭐길래,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신혼부부가 침대 속에서 보는 영화 이야기 <해피이벤트>

딩 호구 탈출방! 결혼 준비 함께 나눠요!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하게 결혼식을 끝내려면 '이것' 작성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