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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r 26. 2021

배우자가 승진했는데
나는 질투가 났다

그의 성공이 곧 내 행복은 아니더라

모든 커플에게 꼭 필요한 화두는 공감이다. 기쁘고 지치거나 힘들 때, 모든 순간을 공감해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동종 업계에 있는 사람과 만나거나 사내 연애를 하는 이들도 많다. 같은 일을 하며 힘들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진심으로 연대하고 지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이에서 생겨나는 균열은 더욱 위험하다. 배우자의 성공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는 '질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못났으면서도 솔직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여보, 나 승진했어!"


출처 : MBC <카이로스> 스틸 컷

어느 날, 배우자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근무 시간엔 웬만해선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인데 급한 일인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야. 오늘 승진했어!”

“아아, 승진? 축하해!”

“고마워~”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지옥불 구덩이 속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좋은 일인데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1초 정도 머뭇거렸다. 기쁜 일이며 분명 축하할 일인데 멈칫한 1초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마음이 좁은 인간이었다니. 나는 못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 날 남편이 귀가하기까지 마음속에 돌덩이가 얹힌 듯했다.


왜 나만 제자리인걸까?

출처 : JTBC <눈이부시게> 스틸 컷


나는 질투가 많은 편이 아니다. 타인의 좋은 소식에 자극받아 삶의 원동력을 이끄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변인의 좋은 일에 진심으로 축하하는 편이며, 그것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환경으로 인해 사람의 성향이 변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나는 제2의 인생을 위해 이것저것을 공부하고 배우고 있다. 공교롭게 배우자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만학도라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인생의 다음을 고민한 결과다 보니 지치는 줄도 모르고 달리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남편은 승진까지 했으며, 매번 학원에서 내주는 과제 및 시험에서도 나보다 성과가 좋다. 분명히 나보다 공부를 덜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보다 더 잘 나오는 걸까.


처음엔 내 머리를 탓했다. 공부머리가 다르다고 여겼다. 학창 시절이 우수한 사람일수록 노력을 열심히 했을 거고, 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편도 비슷했다.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고 학원에 가서 시험을 쳤다. 늦깎이 수험생이라면 응당 그렇게 한단다. 남편은 출장길에서도 공부를 했다. 그렇다면 나는 공부를 덜 했는가? 그런 것도 아니다. 발톱이 빠졌건만 아픈 줄도 모르고 열중했다. 그러면 뭐하나. 내가 하는 만큼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서인지, 도통 점수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아둔 돈은 각종 강의료와 수험서 비용까지 더해져 눈 녹듯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나는 시험을 잘 볼 운명이 아닌 걸까. 아니, 이 쪽으로는 잘 풀릴 팔자가 아닌가. 괜한 동아줄을 잡고 있는 건가. 시험 응시료를 결제하는 중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 와중에 남편은 승진까지 하다니.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이 마음속 안에 가득했다.


영화 <라라랜드>는
희극이면서도 비극이다


출처 : 영화 <라라랜드> 스틸 컷


영화 <라라랜드>를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환상적인 색감과 연출에 박수를 보낸 이가 있는가 하면, 영화의 결말을 백미라 여기는 입장도 있다. 나도 <라라랜드>를 봤다. 다른 듯 같은 ‘꿈’을 위해 달려가는 연인은 아름다웠다. 그 와중에 든든한 지지와 조력이 상대방인 것은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럼에도 그 둘은 헤어졌다. 연인으로서는 비극이었으나, 본인들의 꿈을 이룬 것엔 희극이었으니 해피엔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의 연이은 성공과 성장에 초조해하는 여자 주인공, 결국 성공한 배우가 된 그를 보고 관객은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탓했다. 솔직해지자. 과연 우리 모두 간절히 노력했는데도 안 풀리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똑같이 웃을 수 있을까?


나 또한 최근 한 시험을 통과해 조금이나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어쩔 수 없다. 나도 가정의 동등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가정은 한 사람의 영예와 영광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땅의 가정이 있는 전업 수험생에게 응원과 격려를 넉넉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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