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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4. 2021

코로나가 가져온 부부의 재택근무

부부 함께 재택근무하며 느낀 장단점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미뤄두는 약속, 모임 없이 보내는 명절. 특히, 공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퇴사 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할 것만 같았던 꿈의 재택근무도 주 1~2회를 유지한 지 제법 오래되었다. 남편 또한 복지가 좋은 IT계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작년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수개월째 재택근무를 같이 하다 보니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얻은 내용과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부부가 함께하는 재택근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부부가 함께하는 재택근무의 ‘장점’

야금야금 있었던 깨알 같던 순간들1
야금야금 있었던 깨알 같던 순간들2


✔️  배우자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내가 몰랐던 남편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마냥 자상하고 애교 많은 남편인 줄 만 알았는데 일할 때는 세상 차가운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할 때만 나오는 버릇도 발견했다. 이런 점들이 왠지 낯설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 타 업계 종사자로서 객관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나는 마케팅과 디자인 계열에서 일을 하고 남편은 IT계열에서 일을 한다. 제작물을 만들거나 이미지를 고르는 일이 많아 하루 종일 들여다보면 자칫 객관성을 잃을 수 있는데, 이때마다 남편에게 어떤 게 더 나을지 물어보곤 했다. 반대로 서비스를 기획하는 남편은 "여자 입장에서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면 어떨 것 같아? 좋을까?"라고 물어보면 나름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서로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꽤나 도움이 됐다.


✔️ 일하다 화가 나면 옆에서 들어줄 사람이 있다.

평화롭게 넘어가기 힘든 미생의 삶. 화가 나도 회사라면 꾹 참고 집에 가서 풀곤 했는데, 재택근무 동안에는 옆에 있으니 바로 이야기를 하며 화를 풀곤 했다. 같이 욕해주는 것만큼 위로되는 게 어디 있는가.


✔️ 다른 회사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각자 회사의 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데 주로 슬퍼지는 건 나였다.


✔️ 상대방의 기분을 잘 이해하게 된다.

하루를 가득 채운 미팅 스케줄이나 높은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되는 날이면, 서로를 이해하고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

부부가 함께하는 재택근무의 ‘단점’

정체성을 잃고 전자기기로 가득했던 책상. 이후로 서재의 중요성을 느꼈다.


✔️ 하루 종일 같이 있다.

재택근무 전에도 남편의 퇴근은 나보다 빨라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남편이 출근한 날 연차를 쓰고 혼자서 쉬곤 했는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주 1~2회 재택, 남편은 주 5일 모두 재택이라 연차를 써도 남편이 집에 있다. 적당한 개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에게는 가장 큰 단점이었다.


✔️ 식사 챙기기에 대한 압박감이 생긴다.

재택근무 전에는 아침은 각자 알아서 챙기기, 점심은 회사 식당(남편), 도시락(본인)이었기 때문에 저녁만 같이 먹는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재택을 시작하고 보니 일단 아침, 점심, 저녁을 한 사람이랑 먹어야 한다. 왠지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겨 배달음식을 계속 시켰더니 식비 지출도 자연스레 커졌다. 지인들과도 이야기해 보면 재택근무의 가장 큰 단점이 식사 챙기기였다.


✔️ 업무 공간 분리가 어려워 TMI를 알게 된다. 

지금은 이사를 해서 서재가 생겼지만, 이전에는 서재 없이 함께 근무했었다. 식탁에 모니터나 노트북을 모두 올려놓고 같이 일하다 보니 상대방의 전화 내용도 필터링 없이 다 듣게 된다. 내 일하기도 바쁜 날에는 그런 전화 내용이 적잖이 스트레스가 되곤 했다.


위아래 다르게 입고 근엄한 척 면접 보는 남편. 실화인가


여기까지 부부가 함께하는 재택근무에 대한 장단점을 이야기해보았다. 사실 장단점만 나열하긴 했지만 인터넷에서 일화로만 보던 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월급날 서로의 월급 내역을 들키지 않게 몰래 봐야 한다던가, 출근 5분 전까지 이불속에서 최선을 다해 빈둥거린다거나, 한 사람이 화상회의를 하게 되면 안 보이는 어느 곳에 숨어 있어야 한다는 것들.  그리고 심지어 윗옷만 갈아입고 화상면접을 보는 것도 실제로 관전했는데 그 날 하루 종일 얼마나 놀렸는지 모른다. 하루빨리 이 시기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집순이에게 재택근무란 너무 매력적인 것이라 조금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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