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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16. 2021

결혼 전날 파혼 위기?
'결혼전야' 혼자가 좋은 이유

결혼 전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건 어떨까

2013년 개봉한 영화 ‘결혼전야’에는 결혼식 직전 갈등을 겪는 네 커플이 나온다. 크고 작은 오해와 상황들이 얽혀 결혼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데, 결국 가장 단단하게 관계를 쌓아온 것처럼 보이던 장기 연애 커플만 예식 당일 결혼을 취소하고, 나머지 커플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2016년 드라마 ‘또오해영’ 속 상황도 비슷하다. 결혼식 전날,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통보로 결혼식을 취소당한 여자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미디어에서 ‘결혼 전날’에 대해 다루는 것을 보면 결혼은 ‘식장에 들어설 때까지는 모르는 것’이라는 세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tvN <또 오해영> 캡쳐


그러나 대부분의 예비부부에게 ‘결혼 전날 파혼’ 같은 극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드디어 결혼을 한다는 설렘과 함께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지만, 애써 누르면서 내일의 피부 상태를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 뿐이다. 나 역시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예상 밖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랑이 1시간 거리의 본가에 가서 자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나의 본가에는 친척들이 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혼집에서 혼자 자야 했다는 것 외에는.


결혼식 전날은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지나갔다. 오전에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휴가를 냈음에도 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퇴근해서 엄마와 함께 네일을 받으러 갔다. 엄마가 먼저 네일을 받는 사이 도착한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와 공들여 손톱을 단장했다. 이후에는 드디어 내일이면 남편이 될 남자와 함께 결혼식장에 이런저런 짐들을 미리 가져다 놓았다.


KBS <오월의 청춘 제공> 스틸컷


다음 할 일은 웨딩카 픽업하고 헤어메이크업샵 가기. 피부 상태를 체크하고 눈썹을 다듬고 애교머리도 내고, 최상의 상태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 한결 정돈된 얼굴로 샵을 나오니 이미 어두워졌다. 신랑과 인사하고 각자의 본가로 향했다. 본가에 모인 외가 쪽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홀로 집에 오니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본식 전날 체크리스트’ 속의 여러 항목들을 해치우며 정신없이 보낸 하루 끝에 마침내 찾아온 고요한 시간. 신혼집에서 천천히 하나씩 내일 챙겨야 할 소지품들을 가져가기 쉽게 정리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씻고, 평소에 자주 붙이던 마스크팩을 하고 나니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장대비처럼 변했다. 바람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야외 예식을 준비해 온 신부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아무래도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미리 사 둔 청심환 한 병을 마시고 자리에 누웠다.


tvN <도깨비> 스틸컷


처음 만나던 날부터 연애 초기의 데이트, 싸웠던 날, 결혼을 결심하던 날, 프러포즈하던 날, 신혼집을 구하던 날 같은 추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지나갔다. 수능을 보고 나와 울던 나, 취업 준비로 고군분투하던 나, 이별 후의 허전함에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모든 과거의 나에게 찾아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게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반대로 그 모든 과거의 나에게 덕분에 내가 단단한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니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태풍 같은 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ASMR처럼 들리고, 어쩐지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만 같은 대책 없는 예감 속에 서서히 잠들던 느낌. 그 결혼 전야는 결혼식을 무사히 치른 지금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누군가는 결혼식 전날 밤을 결혼 후에는 이전처럼 가까이 지내기 어려울 가족들과 보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앞으로 함께 살아나갈 예비 배우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라고 한다. 물론 둘 다 좋은 선택이지만, 누군가의 딸에서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전 마지막 날인 만큼,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보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식 날 신랑과 가족들을 만났을 때 엄청 반갑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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