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Jun 11. 2021

결혼 생활에서
'따로 또 같이'의 미학이란?

결혼 후 사라진 개인 시간을 찾아서

“결혼과 연애의 차이점이 뭔 지 알아? 연애 때는 애인이 집에 갔는데, 결혼하고 나니 집에 안 가... 계속 옆에 있어...”


한동안 웃긴 일화로 돌아다니던 이 대화. 기혼자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나 또한 결혼과 동시에 손에 쥔 모래처럼 자꾸 빠져나가는 개인 시간의 부재 때문에 혼자서 끙끙 앓곤 했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평일 내내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으로 인해 혼자 쉬고 싶어 연차를 써도 혼자 있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밖에서 돌아다니고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다면 무리없겠지만, 집을 청소하고 깨끗해진 공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에게 어쩌면 더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 또한 외출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 평일부터 주말까지 우리는 늘 함께였고, 농담을 무기 삼아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표현하는 빈도 수가 많아지는 나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만의 방식대로 시작해보았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공용 공간 속 각자의 구역 만들기

제일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방법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고 각자 다른 방에 있는 것은 우리 부부와는 맞지 않았다. 둘 다 탁 트인 거실에서 TV 보는 것을 좋아하고, 어디엔가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쓰는 공간 속에서 각자의 구역을 만들었다.


소파로 구역 나누기 before
소파로 구역 나누기 after

가장 먼저 집에 있는 가구를 활용해서 구역을 나누어보았다. 모듈 가구의 장점을 활용해서 소파를 분리시켰다. 선을 확실하게 긋기보다 은근한 경계를 줄 수 있어 좋았다. 자연스레 2인 소파 1개씩이 각자의 공간이 되면서 개인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남편은 본인이 즐겨 보는 채널의 영상을 보거나 모바일 게임을 했고, 나는 누워서 티비를 보거나 노트북으로 블로그를 하면서 각자의 시간에 집중했다.  


소파로 구분한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 즐기는 중


근무 공간 분리하기

재택근무는 사회생활이자 규칙적인 일과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구분을 했다.


남편의 서재
나의 서재


서재로 만든 방 하나를 과감하게 남편에게 내어주고 나는 식탁을 차지했다. 이렇게 떨어져서 근무를 하니 회사에서 일할 때처럼 따로 있는 기분도 낼 수 있고, 여러 대의 모니터와 노트북이 가득 찬 식탁에서 함께 일을 했던 때와는 달리 실제로 업무 효율도 더 좋았다.


눈치껏 각자의 시간 존중해 주기

평일은 출근을 한다지만 아침부터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되는 주말에는 서로를 위한 눈치를 챙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말 아침마다 홈트를 하는 나는 왠지 운동하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이기엔 쑥스러웠다. 그리고 음악 방송이나 운동 영상을 티비 화면으로 크게 틀어놓아야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이 먼저 일어나는 날은 자유롭게 운동을 못 하게 되고 바로 아침밥을 챙겨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처음에는 평일처럼 알람을 맞춰서 일찍 일어나도 봤다. 하지만 주말의 특권인 늦잠을 놓치는 것 자체가 억울했다.

다행히 언제부턴가 남편이 나보다 늦잠을 자기 시작했고, 덕분에 주말 모닝 루틴을 지킬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이 센스 있게 챙겨준 눈치 덕분이었다. 눈을 떴어도 내가 밖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나오지 않고 본인도 방 안에서 편안하게 자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 이후 나 역시 남편을 위해 눈치를 챙겨보기로 결심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이 영상을 크게 보고 싶을 때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책을 읽거나 웹툰을 보며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었다.


서로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일상

여기까지가 결혼 후 사라져버린 개인 시간을 위해 우리 부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다. 개인 시간이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 굉장한 단점처럼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은 항상 같이 있을 수 있고, 일상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단짝 친구가 있다는 건 결혼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기에 ‘따로 또 같이’의 미학을 지키며 함께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결혼 생활이 아닐까.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내 남편의 서른 살 생일 축하해주기

결혼 생활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딩 호구 탈출방! 결혼 준비 함께 나눠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비혼주의자라서 좋다던 애인, 알고보니 돌싱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