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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09. 2021

내가 비혼주의자라서 좋다던 애인, 알고보니 돌싱이었다

애인의 충격적인 과거

서른 중반, 주변인들이 하나둘 결혼소식을 알리며 가정을 이뤄가고 있다. 열에 다섯 이상은 어느덧 결혼을 했거나 결혼 예정이다. 두 가정이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 모든 사람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시간. 거창한 의미부여까지 하지 않더라도 결혼이란 대개 복잡하고도 숭고한 인연의 엮임같다.

그 과정을 모두 겪어본 사람이 다시 싱글로 돌아와 나의 연인이 된다면 어떨까. 주변의 평범한 연인과 같은듯 보이지만 특별한 마음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tvN <빈센조> 스틸컷


에이스 상사와의 비밀 연애

필자는 모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비밀사이’라는 웹툰을 즐겨본다. 여러 인물 가운데 주인공 두사람의 연애는 조금 특별하다. 남자주인공이 ‘한번’ 다녀온 이혼남인 것. 마음이 커져가는 동시에 복잡해지는 주인공의 미묘하고도 세심한 심경 변화가 인상깊어 즐겁게 보는 중이다.


웹툰에서의 일은 실제 주변에서도 일어났다. 친구 K의 부서에 해외에서 온 A 상사가 부임했다. 일을 잘 하기로 유명해 부서장의 러브콜을 받아 해당 부서로 온 것이다. 고급스러운 외모에 일과에 몰입하는 모습도 귀감이 됐고 동료와의 관계도 매우 좋았다고 한다.


K는 A 상사와 한 팀으로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하며 전우애를 가장한 썸을 타더니 어느새 사내연애를 시작했다. 비밀스럽고도 즐거운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A는 K에게 말했다. "너도 나처럼 비혼주의자라서 좋아. 우린 잘 맞아. 왜 이제야 만났을까?"라고. 그때 K는 그 말이 서운하게 들렸다고 한다. 굳이 선을 그을 필요는 없지 않나. 우리 사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그래 뭐. 묘하게 섭섭하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A는 답했다.


사실 한번 결혼해봤다고. 그래서 연애만 하고 싶다고 말이다.


JTBC <우리, 사랑했을까> 스틸컷


내 남자친구의 과거

당황스러웠다. 물론 K는 꽤 오래전부터 비혼주의를 지향했다. 한두해 나이가 들 수록 자신과 잘 맞는 사람, 거기에 ‘괜찮은’ 미혼은 더욱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결심은 조금 흔들리지 않을까 했다. 그러다 만난 게 A였다. 취향부터 소소한 가치관에 이르는 모든 게 촘촘히 들어맞던 사이인데, 관계를 쌓아가는 중 듣게 된 그의 과거는 K를 멍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집에서 포기 했다고는 하시만 은근한 결혼 압박을 받아오던 찰나. 이 사람이면 배우자 감으로 소개해도 좋겠다 싶었는데, 남자친구의 ‘결혼’ 경험을 듣게되다니. 돌아온 싱글 그러니까, A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팔짱을 꼈고, 상대방의 가족과 인사도 했으며, 새로운 가구와 전자제품으로 신혼집을 꾸민 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지금보다 더 어리고 예쁠 때 말이다.


K는 며칠 간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연락을 피했다. 회사에서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여행을 핑계대고 연차를 쓰고는 홀로 여행을 갔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에게 완벽히 들어맞았다. 물론 앞으로도 별탈 없이 지금처럼 연애는 할 수 있겠지만, 내게 참 좋은 사람이지만, 그의 생각지 못한 과거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까짓게 뭐 대수라고 시원스레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그릇을 탓하면서도 은근슬쩍 넘어가던 그의 의문스러운 태도도 야속했다. K는 여전히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JTBC <런 온> 스틸컷


관계는 용기 있는 대화로 결정된다

두 당사자에게 잘못이 있을까? 잘못이라면 서로에 대해 알아갈 때 상대가 알아두어야 할 과거나 가치관을 확실히 밝혔여야 했다는 것, 사내커플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A가 K의 팀에 오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 정도다.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대화다. 이혼을 하게 된 사유, 사실은 내심 결혼을 생각해 왔다든지 같은 솔직한 내용을 툭 터놓고 이야기해야한다. 그 후 결정은 두 사람의 몫이다. 주변 사람의 시선은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당사자의 입장이 된다면 정말 입이 마르고 머릿속이 어지러울 것 같다. 세상이 쿨해졌다지만 보수적이기도 하니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을 피한다면, 운명이라고 여겼던 상대를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모름지기 용기 있는 대화와 상대를 배려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야 두 사람 모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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