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후반, 출산율이 높아진 이유에 관하여
최근 내 인스타그램 피드가 재미있어졌다. 친구의 얼굴은 하나 둘 사라지고 갓난아기들이 우르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내 아기 인증용'으로 인스타그램의 용도를 바꾼 탓이다. 이 아기들의 공통점은 코로나19 시국 전후로 임신을 하고, 최근 출산해 나온 일명 ‘코로나 베이비'라는 것. 대충 그 수를 세어보니 최근 내 주변에서 10명 이상이 임신 중이거나, 최근 출산했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도 결혼 6년 차에 계획 임신에 성공해서 태교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드가 아이들로 도배되기 시작한 것인데,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갑자기(?) 임신을 계획한 친구가 늘어난 것이 신기하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는 소위 숟가락들 힘만 있으면 아이를 갖는 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여자의 생식기능은 그렇지 않다. 현재 알려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적인 폐경 나이는 49.3세 정도이지만, 사실상 45세가 넘은 여성의 임신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자연임신에 의한 여성의 노령 출산 기록은 대부분 50대에 국한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50대 여성의 임신은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일이다. 그러니까, 30대 후반이라는 우리 나이에서 임신은 ‘막차'를 타는 느낌인 것이다. 친구들 대부분은 30대 중반 즈음에 결혼을 했으니, 어느 정도 신혼을 즐기다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갖기로 한 듯싶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추세가 국내 출산율 통계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것.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보면 국내 혼인건수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전년대비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전국 출생아 수는 7만 51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3,133명) 줄었다. 분기별 출생아 수는 2016년 1분기부터 21개 분기째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올해 1분기 감소 폭은 이 기간 중 가장 적은데, 이는 30~35세 이상 여성의 출산율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35세 이상 출산율이 증가하는 데 바로 내 친구들이 일조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최근 신문을 보면, 코로나19 유행 전에 임신을 계획했던 여성들이 감염 확대로 임신을 연기하거나 포기했다는 보도도 있다. 코로나19가 산모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 시국에 부모 대열에 끼기로 결심한 것도 대단한 일이다. ‘코로나 베이비'들은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서 집안에서 대부분 생활하는데, 그만큼 육아에 드는 에너지나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출산한 친구들이 아기 때문에 거의 외출을 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출산율이 줄어든 데 대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걱정이 많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출산율보다 혼인건수를 늘리는 게 답인 듯싶다.
결혼한 사람에게는 출산의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선택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이를 갖는 것을 주저하던 친구들도, 결혼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바꾼 케이스가 정말 많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를 통해 얻는 삶의 즐거움 또한 경험해보고 싶어진다는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새 생명에 대한 소식은 잦을수록,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다만, 인스타그램에 친구들의 얼굴이 사라지는 건 아쉽다. 가끔, 네 아이들 말고 네 얼굴이 보고 싶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