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결혼식, 말리고 싶은 3가지 이유
야외결혼식은 많은 예비 부부가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야외결혼식이 로망이 아니었다. 멀리 바다 건너 와줄 나의 하객들에게 평범한 결혼식보다 참석 자체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결혼식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긴 했지만, 만약 내가 사는 지역에 괜찮은 홀 분위기, 식사 퀄리티를 갖추고 매끄러운 예식 진행이 가능한 곳이 있었다면, 망설임없이 안전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실내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피치못하게 골프장 잔디 마당을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식장으로 꾸미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웨딩 산업이 잘 발달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면, 꼭 야외웨딩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선택지가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야외웨딩을 알아보던 많은 예비부부도 야외웨딩의 단점들을 보완해 주는 데다, 비용도 덜 드는 선택지로 마음을 돌리게 된다. 혹 야외웨딩에 로망이 있어 반드시 실현하고 싶은 예비 부부가 있다면, 다음의 세 가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마음의 준비를 하기 바란다. 또 아직 막연하게 '야외예식이 예쁘고 좋지 않을까' 꿈꾸고 있는 예비부부도 그 선택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하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날씨 변수
이 변수에 제대로 당한 사람이 바로 나다. 내가 선택한 날짜는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모든 해마다 하루 강수량이 5mm를 넘은 적이 거의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불길하게도 예식 10여 일 전부터 대부분의 기상 어플이 비를 예보했다. 그냥 비 수준이 아니고, 돌풍을 동반한 거센 비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 많이 알려진 윈디나 아큐웨더부터 노르웨이 기상청의 예보까지 확인했다. 참 피가 마르게 해외 기상 예보에는 예식 당일 오전까지 비가 내린다고 했고, 기상청만 유일하게 식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예식 전날 저녁부터 태풍급 바람과 거센 비가 내렸고, 아침까지 빗방울이 날려 예식장과 음향 업체, 플라워샵에서 야외에서 진행할거냐는 확인 전화가 왔다. 기상청을 굳게 믿고 야외예식으로 강행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식 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식 끝나고 사진 촬영을 할 때는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다니는 예쁜 날씨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신들이시여. 착하게 살게요!)
비 때문에 기온이 떨어져 5월의 첫 날과 어울리지 않게 매우 추웠다. 등이 훤히 파인 드레스를 입은 나는 추위에 덜덜 떨었지만, 야외에서 무사히 진행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실내에서도 날씨에 따라 춥거나 더운 불편이 있는데, 야외는 오죽할까. 예상보다 더울 수도 추울 수도, 해가 너무 강하거나 바람이 세게 불수도 있다. 미세먼지도 문제다.
날씨가 덥다면 준비한 음식이 상할 수 있고, 춥다면 식어 버릴 수 있다. 해가 강하면 뙤약볕 아래의 하객들이 괴롭고, 바람이 세게 불면 플라워 아치나 포토월, 스피커 등이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이 모든 변수들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신랑신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 예상이 보기 좋게 벗어날 수도 있다. 나 역시 날씨가 덥거나 해가 강할까 싶어 돈 들여 구매한 대나무 부채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야외웨딩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베뉴라면 이런 상황에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지만, 날씨는 하늘의 영역, 그저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야외웨딩을 꿈꾸고 있다면 이런 변수가 발생했을 때도 흔들림 없이 예식을 치를 수 있도록 강한 멘탈을 지참하시길.
인생샷? 굴욕샷? '복불복' 사진
이것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문제이긴 하지만, 본식 스냅과 본식DVD에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히 크리티컬한 문제다. 해가 너무 강하다면 눈이 부셔서 제대로 눈 뜬 사진이 없거나, 얼굴에 그림자가 져서 못 쓰는 사진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머리나 베일이 제멋대로 날려 사진을 망칠 위험이 있다. 날이 너무 흐리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다면 사진 분위기가 우중충해진다.
나의 경우도 날씨가 좋지 않았던 식전에 찍은 사진들은 세기말같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들이 있다. 식 중에는 해가 적당히 나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는데, 식 후에 날씨가 개고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올라오는 시간이 되자 바로 정수리가 탈 것 같이 뜨겁고 눈이 부셨다. 또 심하진 않았지만 바람이 계속 불었기 때문에 사진을 망치지 않도록 애초에 잔머리 내지 않은 깨끗한 로우번 헤어스타일을 했다. 야외예식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푼 머리나 반묶음 머리를 했다가는 머리카락 넘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고, 고스란히 스냅과 DVD에 담겼을 것이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지고 난 다음 촬영한 사진들은 생각보다 예쁘게 나왔다. 야외예식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푸릇푸릇한 자연은 아름다운 배경이 되었고, 5월의 햇살은 훌륭한 조명이 되어 주었다.
야외결혼식에서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반드시 야외결혼식에 경험이 많은 스냅 업체와 DVD 업체를 선정하길 바란다. 그런다 하더라도 세팅된 조명이 있는 예식장에서 훨씬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
결혼식은 일생 중 거의 유일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인공으로 서는 날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예식장이 신랑 신부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쓴다. 신랑 신부에게만 조명을 준다거나, 입장하는 로드나 단상의 높이를 높게 하기도 한다. 특히 입장할 때는 문 활짝 열기, 리프트 타고 내려오기, 계단을 통해 등장하기 등 다양한 장치로 신랑신부에게 시선이 쏠리도록 만든다. 웅장한 음향은 필수다.
반면 야외결혼식은 조명이나 로드 같은 장치들을 갖추기가 힘들다. 예식 장소가 넓다면 시선이 주변의 배경으로 흐트러지기가 쉽고, 좁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게 되니 주의가 산만해진다. 트인 공간에서 음향은 하객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사방팔방 퍼져 나간다. 흥겹고 축제 같은 결혼식이 아니라, 시장통 같은 시끄러움과 혼잡함만 남는 결혼식이 되기 쉽다. 물론 실내 결혼식장에서도 음향이나 조명이 빈약하거나 예식에 집중하지 못한 하객들이 삼삼오오 잡담을 나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야외예식이 아무래도 그런 문제에 더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로 예식을 매끄럽게 진행해줄 전문 사회자를 섭외했고, 음향 업체를 선택할 때는 풍부한 음량과 배경음악을 정확한 타이밍에 플레이 해 줄 것을 두 번 세 번 강조했다. 다행히 식 진행은 순조로웠고 음향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장소의 한계로 서서 예식을 보아야 했던 하객 분들의 집중도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쉽다. 야외결혼식을 할 예정이라면, 하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식순을 넣는 등 하객들의 시선을 잡아 둘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단점들을 다 알면서도 야외결혼식을 원하는 이유는 뭘까. ‘야외’라서 좋았던 점들은 전날 내린 비를 한껏 먹은 나무와 잔디가 참 푸릇푸릇 예뻤다는 것과 행진할 때 비누방울을 아낌없이 뿌릴 수 있었다는 것, 몸무게가 29kg 되는 반려견 유자가 예식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다. 물론 똑같은 김밥도 밖에 나와 먹으면 뭔가 더 맛있는 것처럼 다같이 밖에 나와 있으니 소풍 나온 것 같이 좀 더 설레는 느낌이긴 했다. 좋은 예식장들을 두루 찾아 본 후에도,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야외결혼식을 선택하겠다면, 그 모든 변수와 위험을 피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치를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