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인간관계 정리는 국룰?!
흔히 “결혼 후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친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결혼식을 치르고 보니 아닌 걸 알겠다" "인간관계가 의도치 않게 정리됐다”라는 말은 결혼식을 치른 직후 친구들 대부분이 했던 것 같다.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아야 할 인륜지대사다. 인생의 고락을 나눌 관계를 공인하는 자리에 주변과 지인의 지지를 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꼭 물질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라, 말이라도 축하하고 답례하는 의식이면 충분하다는 게 지인들이 입을 모아 한 이야기다. 결혼식이 다가오면 진심이 담긴 축하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인사’조차 인색한 주변인이 돌연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고 분명 얼마전까지는 친한 사이였는데,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거나 카카오톡으로라도 인사조차 건네지 않는 식이다. 꼭 이렇게 섭섭한 사람이 1~2명은 생기고, 결혼식을 계기로 완전히 관계가 정리되는 식이다.
친구 A는 평생 ‘베프’라고 여겼던 친구 B가 본인의 결혼식에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음에서 완전히 정리했다고 했다. ‘마음에서’라고 표현한 이유는 겉으로는 결코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난 후, 친구 B가 결혼 날짜를 잡은 후 슬그머니 카카오톡으로 청첩장을 보내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한 줄 남겼다고 한다. 면목이 없다고 느꼈던 것인지, 적극적으로 결혼식 초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B 본인이 결혼 생각이 없을 때는 축하의 의미를 몰랐지만, 정작 본인이 당사자가 되고 보니 지인들의 축하가 절실하고 A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한 게 새삼 미안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결혼식을 계기로 멀어진 A의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B의 결혼식에도 물론 참석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 C의 경우 본인의 결혼식에서 발생한 ‘3대 미스터리’를 정리해서 칼럼에 쓰라면서 이야기해 주었는데 개그 프로그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첫 번째는 축의금 미스터리. 남친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 남친만 축의금을 내고 그 친구 본인은 축의금 없이 밥만 먹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청첩턱만 실컷 얻어먹고 축의금은 물론 보내지 않았으며,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친구 사례다. 그 친구는 결혼식 이후로 C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 일면식도 없고 건너 아는 사람인데, 초대도 없이 결혼식에 와서 단체 사진을 찍고 축의금을 내고 야무지게 밥도 먹고 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결혼식 이후로도 아무런 말이나 연락도 없었다는 것. 또 다른 친구 D는 청첩턱과 결혼식에 모두 참석한 한 동생의 의아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축의금을 내지 않고 모든 식에 참석한 그는 만날 때마다 ‘축의금을 깜박 잊었다’며, 다음에 만날 때 주겠다고 수차례 이야기하고는 결국 결혼 후 2년이 된 지금에도 입금을 하지 않았다고. 마주칠 때마다 “아 맞다. 축의금!!” 하며 해맑게 웃어서 도무지 의중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미있는(?) 실제 사례를 나열하기는 했지만, 결국 결혼이란 두 사람 혹은 양가의 결합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인생 후반전’을 함께할 인연과 그에 따르는 세계관을 정립하는 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결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 친구는 “차라리 잘 됐어! 한번 정리하고 나니 개운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살아오며 얽히고설킨 여러 인연을 한방에 정리하고 나니 ‘내 사람’이 정확히 보여서 오히려 좋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썩 괜찮은 계기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