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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07. 2021

맞벌이 부부가
재택근무 하면 벌어지는 일

운명공동체인 부부의 집안일은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쉽게 나오는 전업주부의 경제적 가치. 그렇다면 ‘맞벌이’가정에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벌이 수준에 따라 철저한 100% 나눔이 가능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한 명이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을 당연히 여겨야 할까? 아니, 집안일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가족이라는 운명공동체가 된 순간부터 책임져야 할 우리 모두의 살림. 아쉬운 사람이 먼저 해결한다는 방식 외에 해결 방법은 없을까?


카카오TV <며느라기>


재택근무 중인 맞벌이 부부의 고민

요즘 들어 A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사내 부서 변경 등으로 외부 환경에서 오는 압박도 크지만, 배우자의 행동이 눈 밖에 나기 시작한 것이다. 편히 쉬기 위해 존재하는 게 집 아니던가. 하지만 A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그는 집이 어질러져 있는 걸 생각하는 것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결혼 후 코로나로 인한 간헐적 재택근무를 한 지 약 일년 째. 두 사람은 여느 부부와 같이 평온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근무 시간 이후 식사를 준비하면 한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주말 일찍 일어나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거나 빨래를 하는 식이다. 그러던 A의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 건 3달 전이었다. 샤워를 하다 수챗구멍에 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부스에 서린 물때를 닦던 중이었다. 휴지걸이에 둘 두루마리 휴지가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빠, 장보기 품목에 두루마리 휴지 좀 추가해 줘.”
“응 알았어.”


정신없이 청소를 마친 뒤 세탁실에 들어갔다. 빨래를 하려고 보니 세제 통 입구에 곰팡이가 피어있다. 세탁기에서 쿰쿰한 냄새도 났다. 습도가 높아지면 곰팡이가 번식한다는데. 남편이 빨래를 끝내고 또 그냥 문을 닫아 놓고 나온 게 분명했다.


“오빠, 빨래 돌리고 나서 뚜껑 좀 열어두라고 말했잖아. 세제 넣는 통에 곰팡이 핀 것 좀 봐.”
“아 그랬나? 못 봤는데.”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비단 세탁기만의 일은 아니다. 왜 화장실과 변기 세면대 물때는 한 사람만이 청소하는 것일까. 안 쓰는 물건을 찾아 처분하는 것도 생각해 보니 A만 하는 것 같았다.


JTBC <월간 집>

불만은 또 있었다. 집에서 근무하다 보니 평상시 보다 생필품 닳는 속도가 빨라졌다. 필요한 것도 많아질 법한데, 남편은 검색해서 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불편함은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인가. 이 얘기를 꺼내면 본인은 몰랐다며 자세히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하겠다고 했다. 화가 났다. 일거리를 찾아내 같이 하자고 해야만 하는 게 어디 있나. 두 사람의 관계가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인가? 같이 생활하는 공간의 일을 찾아서 시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남편도 분명 이 집에 같이 살고 있다. 말하자면 맞벌이 중이고, 철저히 공동 책임의 영역에 있는 게 집안일인 셈이다. 덧붙이자면 조금 치사하지만 벌이 수준도, 업무 강도도 A가 더 세다. 그런데도 왜 그걸 한 사람만 생각하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 게다가 그의 남편은 아이를 갖길 원한다. A는 겁이 난다. 이러다 아이라도 덜컥 낳게 되면 육아는 모든 게 새로운 일일 텐데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아예 인식조차 못 할 것 같아 벌써부터 스트레스다.


MBC <오! 주인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지만

A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아도 "왜~ 너희 남편 정도만 해도 백 점짜리인데"라는 소릴 듣거나 혹은 "그거 외에 뭘 더 바라는 거냐"는 말에 기운만 더 빠진다. 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을까. 그는 더욱 답답해졌다.


사실, 문제의 본질은 집안일을 하고 안 하고가 아니다. 상대방이 삶에서의 주의력과 관찰력이 너무 없다는 데서 오는 실망감이 더 컸다. 앞서 말한 모든 일은 까놓고 말해서, 눈에 먼저 거슬리는 사람이 하면 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데 집안 내 모든 일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게 싫다. 서로 좋자고 한 결혼인데, 누군가 한 명은 매번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꾼이 되기 싫으면 자잘한 일은 한 사람 몫으로 돌아간다.


제발 알아서 먼저 해주었으면 좋겠다. 부부 사이에 가족인데 뭐 어때. 이것마저 반반 나누자는 건 불공평하다고 유치한 것 아니냐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건 예민한 게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영역이지만 누군가의 수고로 유지되고 있는 일이다. 회사로 따지면 퍼실리티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행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부부는 집안의 공동 구성원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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